‘亲자취시대’ 나 혼자서도 잘 산다-이삼섭 무등일보 기자
조회 : 2,186 / 등록일 : 20-08-05 16:24
‘亲자취시대’ 나 혼자서도 잘 산다
10년차 ‘프로 자취러’의 자취예찬
탈눈치·탈간섭…‘자유 생활’ 만끽
에어프라이어 등 ‘꿀템’에 행복감
광주에 터를 잡고 산 지도 벌써 10년이다. ‘양평은 강원도냐’는 말에 발끈했던 타지스트(Tazist)는 이젠 광주사람이 다 되었다. ‘고향이 어디인가가 대수랴, 터 잡고 잘 살면 그게 고향이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수준에 도달해서다.
나의 독립생활은 고3 때부터 시작됐다. 본가에서 자본·비자본적 지원은 사치,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여기며 그간 옮겨 다닌 자취방만 하더라도 7~8곳에 이른다. 군 복무를 제외하면 두 자릿수 경력의 ‘프로 자취러(Zachier)’다.
서론이 길었다. 내 자취 이력이 얼마나 화려한 지 보여주는 이력서같다. ‘혼자서도 잘 산다’를 맘껏 뽐내 보라는 선배의 압력 아닌 압력이 작용하기는 했지만 이 글을 쓸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걸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자취의 매력은 오로지 혼자만의 세상을 얻는다는 점이다. 누구의 눈치도, 간섭도, 개입도 없다. 그래서인지 내 자취방은 자유를 표방한다. 손닿는 곳에 필요한 물건이 놓아져있는 효율성에 방점이 찍힌 공간 구성이라고나 할까! 절대 지저분한 상태가 아니다.
‘대한민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지만 사실 먹는 것에 큰 욕심은 없다. 가여운 내 몸뚱아리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지만 정작 나는 아주 괜찮다. 사실 적당히 맛있고 영양가 있는, 그러면서도 간편한 끼니를 아주 잘 챙겨먹고 있다.
요즘 꽂힌 메뉴는 ‘참치마요삼각김밥치즈불닭볶음면쌈’이다. 참치마요삼각김밥과 치즈, 불닭볶음면 조합은 최상의 단짠맵짠 메뉴로 명성이 깊은 데다 상추까지 곁들여져 영양학적 균형을 갖췄다. 최근 몇몇 지인에게서 극찬을 받는 등 보편적 입맛에도 부합한다.
밥 먹을 때 음식에만 집중할 순 없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면서 먹는 것이 국룰(國律)이다. 맥주까지 곁들인다면 금상첨화다.
라면포트, 에어프라이어 등 자취를 장려하는 ‘꿀템’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매우 반가운 일이다(하지만 곧 이마저도 귀찮아져 결국 컵라면으로 돌아가고야 말겠지만 말이다).
이따금씩 ‘집 밥이 그립지 않느냐’ 묻는 이들이 있다. 그럴 땐 단호하게 ‘놉’이라고 말한다. 우리집 밥은 맛이 없어서다.(가족들 미안^^) /이삼섭 무등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