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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19 위기 불구하고 입학 결정한 이유는…”-김인정 광주MBC 기자

작성자 : 광주전남기자협회 (118.40.67.***)

조회 : 2,491 / 등록일 : 21-01-20 15:45



코비드19 위기 불구하고 입학 결정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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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UC버클리 저널리즘 스쿨 석사과정 2022 클래스 ZOOM 단체사진

  /출처=UC Berkeley Graduate School of Journalism

 

첫 학기의 첫날. 긴장한 채 숨을 고르고 들어간 곳은, 저널리즘 대학원 강의실이 아닌 ZOOM 화상회의였다. 버클리,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뉴욕, 국경 너머 케냐, 이탈리아, 홍콩 등에서 접속한 얼굴이 한자리에 모였다. 락다운과 함께 6달 정도 갇혀있던 터라 사람을 만나는 게 오랜만이었다. 화상이든 뭐든, 마스크를 벗은 말간 얼굴이 반가웠다.

     

그날부터 수업은 철저히 화상으로 진행됐다. UC 버클리 저널리즘 스쿨의 특징은 실무 중심이라는 점이다. 비대면 시대에는 한계가 분명해지는 커리큘럼이기도 했다. 학생들이 팀을 이뤄 취재하고, 기자 출신,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출신 교수들이 직접 피드백을 하는 전통이 온라인으로 힘겹게 옮겨졌다. 그럼에도 입학을 선택한 신입생들은, 저널리즘 스쿨 안에서 2020년을 지켜본 경험이 얼마나 특수하고, 특별했는지 종종 이야기하곤 했다.

    

UC버클리 저널리즘스쿨 재학

2020, ‘저널리즘논하기 적절 

 

일단 코로나바이러스가 번지기 시작하며 미국이 마비되자, 저널리즘 스쿨은 학교 이상의 역할을 했다. 주로 미국 동부에 쏠려 있는 주요 매체가 커버하지 못 하는 미 서부 코로나 상황을 특별취재 팀을 꾸려 뉴욕타임스에 싣는 협업 취재가 시작됐다. 생생한 로컬 취재를 기반으로 한 학생들의 기사가 1면에 실렸다. 신분, 연령, 경력과 관계없이 좋은 기사라면 깔끔히 인정해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2020년 말, 미국 대선 때도 학교와 언론사들의 협업이 이어졌다. 탐사보도센터와 함께 공개출처정보(Open Source Intelligence: OSINT) tool 을 사용해 취재에 나섰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 미디어와 극단주의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팔러 등을 실시간으로 체크해 구글 스프레드에 공유하며 상황일지를 만들어나갔다. 수업에서 배운 디지털 기술로 가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극우주의 단체에 잠입하기도 했다. 대면 취재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온라인에 흩어져있는 정보를 한데 모으자 BLM 시위대와 친 트럼프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을 기사화하기 충분했다.

 

2020년은 저널리즘과 민주주의에 대한 토론을 달구기도 했다. 더구나 미국은 팬데믹과 대선에 더해 조지 플루이드 사망 사건에 뒤이은 BLM 시위, 극단주의, 음모론 단체의 시위와 테러까지 겪은 국가였다. 학생들은 관련 기사와 논문을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주고받았고, 화상으로 만나 토론을 이어갔다. 특히 극단주의자들의 혐오 발언과 테러 모의가 이어지며, 미국의 통신품위법 230조를 중심으로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이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가 큰 쟁점이었다. 혐오 발언 규제와 표현의 자유 딜레마는 최근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광주 출신 기자로서 광주항쟁 폄훼 사례와도 관련지어 생각해볼 지점이 있어 더 흥미로웠다.

    

표현의 자유·혐오 전세계 논쟁

광주항쟁 폄훼 연관 고민 계기   

 

그러나 학교 역시 어두운 사회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BLM 운동이 격화되던 무렵, 68년 자유 언론 운동(Free Speech Movement)의 진원지였던 버클리 대학원답게 흑인 학생들이 교내 인종문제를 날카롭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학생과 교수진 사이에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수업에서도 인종갈등으로 날선 토론이 오갔다. 저널리즘에서의 객관이란 무엇인지, 객관이 관습적으로 소수자를 좌절시키고, 기득권의 입장에 복무해오진 않았는지 학생들은 물었다. 언론사와 학생들이 협업하는 과정에서 데스킹에 대한 윤리적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학교 중 하나인 UC 버클리지만, 학생들의 시위가 늘 받아들여진 건 아니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취업과 학점에 신경 쓰기에 앞서 취재원과의 약속, 윤리와 양심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상쾌한 항의에는 위아래가 없어서, 교수나 언론사의 권위는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불온하다 싶을 정도로 거친 논쟁 끝에는 자주, 낯설고 신선한 결론이 나왔다. 교내 인종 문제를 해결할 위원회가 꾸려지고 유색인종 채용 비율이 대폭 늘어났다. 역사상 처음으로 유색인종 여성 학장이 취임했다. 숨가쁜 변화를 지켜보고 때로 함께하며, 무엇이 더 나은 세계인지를 묻는 목소리와 함께 새로운 저널리즘이 오고 있다고 믿게 됐다. 자신이 옳다는 좁은 아집과 에고의 함정에 빠져 낯설고 새로운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기자로서 퇴보하기 얼마나 쉬운가를 등골 서늘하게 느끼기도 했다.

 

희망으로 글을 마무리하긴 조금 어렵다. 마감을 위해 백지를 헤매던 무렵, 미국에서는 국회의사당 폭동이 일어났고, 트럼프 탄핵안이 두번째로 하원을 통과하며 다시 혼돈이다. 누군가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별것 아니었다며 쉽사리 비웃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오히려, 시대의 징후로 읽힌다. 소셜 미디어로 극단화되고 양극화되는 사회, 알고리즘이 강화하는 확증편향, 믿고 싶은 무엇이든 입맛대로 골라잡을 수 있는, 음모론과 가짜뉴스의 뷔페가 되어버린 인터넷.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씨앗은 세계 도처에 이미, 골고루 흩뿌려져있다. 그게 뉴스가 소비되고 있는 오늘, 지금의 토양이다. 이런 시대에 언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을, 2020년엔 생각했다.

 

   

랜선속 반가운 얼굴들

잘들 지내죠? 겨울이 빨리 끝나길

 

 

글 말미에 늦은 안부를 묻는다. 다들 어떻게 지내셨는지, 너무나 힘든 한 해를 보내진 않으셨는지. 자주 찾아보는 광주 뉴스 안에서도 바이러스, 죽음, 슬픔과 고통이 보였다. 그 안에서 내가 다른 시청자들보다 조금 더 오랫동안 살폈던 부분은 고향에 있는 동료들의 안부였다. 마스크를 쓴 채로 무거운 카메라, 노트북을 들고 위험한 현장 근처를 서성이며 고생하고 있진 않은지, 전두환 재판 뻗치기를 하며 아이고, 춥다라며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유튜브로 생중계 되어 먼 타국에 있는 한 동료의 입가에 걱정스러운 웃음을 머금게 하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 겨울이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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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정 광주M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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