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 전남일보 주필 “글 감옥 탈출 시원섭섭”
조회 : 1,618 / 등록일 : 21-04-09 15:49
“좋은 기사·칼럼으로 전통 잇길”
박상수 전남일보 주필 “글 감옥 탈출 시원섭섭”
“정년을 맞고 보니 아쉽고 후회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고은 시인이 쓴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이란 시가 절절하게 와 닿습니다. 기자 생활의 마지막 내리막길에 다다르고 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드디어 보입니다”
박상수 전남일보 주필의 정년 퇴임식이 지난 2월 25일 전남일보 승정문화관에서 열렸다. 박 주필은 1988년 전남일보 창사 당시 경력기자로 입사했으며, 전남일보 기자 중 두 번째 정년퇴임자다.
이날 퇴임식에는 전남일보 임직원들과 지난해 퇴임한 강덕균 전 본부장이 참석해 석별의 아쉬움을 나눴다.
퇴임식은 임직원들의 퇴직 기념패 전달, 기자협회와 노동조합의 기념품 전달, 송별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박상수 주필은 “코로나19로 가족들이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남지만, 어려운 시기임에도 이 자리에 함께해 준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시원섭섭하다’라는 말이 있다. 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다. 33년간 몸담아 온 회사를 하루아침에 떠나려니 섭섭한 마음이 크지만,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데 시원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이 적지 않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박상수 주필은 33년간의 기자 생활을 되돌아보며 전남일보 초창기 시절을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전남일보 창간호에 전두환과 더불어 광주 학살의 책임자인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기념 휘호가 실리는 것을 제작 거부를 통해 막아냈던 일화를 되짚으며 “저는 이제 회사를 떠나지만, 우리 후배들이 전남일보에서 일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좋은 기사, 좋은 칼럼으로 회사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해주길 당부한다”고 전했다.
그는 “33년간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근무해 이렇게 정년을 맞이한 것이 스스로도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말했다. 박 주필은 “이제 ‘글 감옥’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면서 새롭게 인생 2막을 구상해 보려고 한다. 욕심 부리지 않고 느긋한 마음으로, 그동안 못가 본 여행을 다니고 연로하신 부모님과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며 ‘버킷 리스트’를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라며 제2의 인생 시작을 알렸다.
한편 박상수 주필은 1988년 전남일보 창사 당시 경력기자로 입사해 문화체육부장, 정치부장을 역임했다. 이어 2002년 1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논설위원과 논설실장을 지냈으며, 2018년 7월부터는 주필로 부임해 32년5개월간 전남일보의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김은지 전남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