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기억하고 경남은 전 씨 지우고 - 창원KBS 김효경기자
조회 : 1,996 / 등록일 : 21-06-03 15:18
█ 창원KBS 김효경기자
“광주는 기억하고 경남은 전 씨 지우고”
광주를 찾은 건 십여 년 만이었다. 화순에서 태어난 엄마 덕분에 일 년에 두어 차례 오갔던 적이 있어 낯설지 않았지만, 훌쩍 자라서 오게 된 광주의 느낌은 아주 달랐다.
친척 집을 오가던 이동 경로는 추모공원과 전일빌딩, 전 전남도청으로 바뀌었고, 결혼식을 보면서 ‘축하’를 하던 행위는 역사의 흔적을 보며 ‘추모’와 ‘분노’로 바뀌었다.
당시 5·18 민주화운동을 직접 경험했던 전용호 선생님의 이야기는 근현대사 교과서에 두세 페이지로 요약된 내용이나 영화 ‘화려한 휴가’, ‘택시 운전사’로 단편적인 순간만을 배우고 느끼면서 알고 있었던 1980년 광주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알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5월의 광주는 40여 년 동안 시간이 멈춘 듯했다. 전일빌딩과 옛 전남도청 외벽에 남아있는 총알 수백 발의 흔적은 아직도 그날의 광주를 기억하고 있었고, 노먼소프 사진전은 그날의 광주를 기록하고 있다. 또, 검열로 인해 역사를 기록하지 못하는 기자들의 울분도 고스란히 80년 5월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그럴 수 있었냐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시민으로서 한편으로는 기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고민에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제가 일하고 있는 경남에는 전두환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과 생가 등 전두환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더디지만 꾸준하게 비석을 내리고 표현을 바꾸면서 흔적을 지워가고 있다. 광주는 기억하고, 경남은 지워가면서 뜨거웠던 ‘5월 우리의 이야기’를 기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