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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서재필 언론인 상 수상한 최혁 남도일보 주필-“기자 후배들, 학위 취득·어학 공부 매진했으면”

작성자 : 광주전남기자협회 (118.40.67.***)

조회 : 2,158 / 등록일 : 19-06-14 15:40

제1회 서재필 언론인 상 수상한 최혁 남도일보 주필


“기자 후배들, 학위 취득·어학 공부 매진했으면”
10년간 록키산맥 헤매며 조상들 흔적 찾은 일 뿌듯… 시의성 있는 글쓰기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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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일은 늘어나지만, 기자로서의 역량은 되려 떨어지고 있다는 지역기자들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광주전남기자협회보는 지난 1월 제1회 서재필 언론인 상을 수상한 최혁 남도일보 주필과의 특별대담을 가졌다. 냉철한 칼럼과 분석으로 인정받고 있는 최 주필로부터 기자로서의 자세와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들어보았다.

 

지난 1월 제1회 서재필 언론인 상을 수상했다. 늦었지만 축하드린다. 최혁 주필의 글은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유려하게 이어진다는 평이다. 자신의 글에 대해 자평한다면?


1988년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니 언론인으로서의 글쓰기를 어언 30년 넘게 계속해온 셈이다. 그런데 갈수록 글 쓰는 것이 어렵다. 생각이 더 많아지고, 헤아릴 것이 더 넓어져서일 것이다. 요즘 들어 글 쓰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엄살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칼럼 하나를 쓰려면 2~3일 동안 고민하면 됐다. 지금은 일주일 넘게 생각하고 자료를 뒤져야 겨우 쓸 수 있다. 좋게 말하면 더 진중해졌다고 할 수 있겠으나 나쁘게 말하면 두뇌회전이 예전 같지 않다는 증거다. 그렇지만 기자는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이니, 더 신중해진 증거라고 애써 위안을 삼는다.(웃음)
내 글을 자신이 평가하는 것은 객관적이지 않다. 어떤 글은 내가 읽어도 좋게 느껴지지만, 어떤 글들은 나중에 읽어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많다. 부적절한 비유와, 사실과 다른 내용, 편견과 감정에 사로잡힌 일방통행 식 글들은 금방 표시가 난다. 그런 글들이 지금도 가끔씩 나온다. 그래서 글쓰기가 어려운 것 같다.  
서재필 언론인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 대단한 영광이다. 훌륭한 선배님, 동료기자들이 많은 데 기자에게 차례가 와서 면구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10년 세월동안 록키산맥을 헤매며 조상들의 흔적을 찾아다닐 때 참 많은 고생을 했다.
그 때 흘렸던 땀에 대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동료기자들과 선후배 기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칼럼은 일반 기사와 차이가 분명하다. 칼럼을 쓸 때의 어려움과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글을 쓰는가.


칼럼을 쓸 때는 되도록 시의성이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우리사회의 현안들을, 우리 광주·전남사람들의 시각으로 풀어보려고 애를 쓰는 편이다. 어제까지의 진행상황을 포함한, 최신 업데이트(up date)된 글을 내보내려고 마감시간까지 추이를 살펴보며 수정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인터넷 실시간 뉴스와 논평에 길들여져 있는 독자들은 자신이 읽고 있는 글이 구문(舊文)인가 신문(新文)인가를 너무도 잘 헤아린다. 그리고 되도록 비유와 은유를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독자들의 지적수준이 매우 높아진 지금, 설교하는 듯한, 혹은 무언가를 가르치려하는 식의 글은 거부감을 일으킨다.
실제 기자는 그리 많은 공부를 한 사람이 아니다. 책을 많이 읽으려 노력은 하고 있지만 상당수 독자들은 지적내공이 매우 높은 사람들이다. 얕은 지식으로 무언가 아는 체를 하면 금방 그 실체가 드러난다. 대부분의 글쟁이들이 그렇듯 고사(古事)를 많이 인용한다. 두세 가지 역사적 사건을 비교해 그곳에서 현실에서 차용해야할 교훈을 제시하는 방법도 즐겨한다.

 

칼럼의 주제는 어떤 식으로 수집하는가? 주제 수집과 관련해 후배 기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지금은 칼럼 게재 횟수가 많이 줄었다. 칼럼진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 전만 하더라도 ‘무등을 바라보며’라는 고정칼럼에서 매주 한편씩 칼럼을 썼다. 글쟁이로서 부담이 줄어든 것은 좋은데, 글의 질은 더 떨어졌다. 확실히 머리는 더 쥐어짜야 활성화되는 듯싶다. 자주 써야 글발이 서는 것은 분명하다.
칼럼의 주제는 사회적 현안이 4/5, 부모님, 자식들과 관련된 기자 가정사 이야기가 1/5 정도 비율이다. 그런데 독자들의 반응은 기자의 가정사에 관련된 칼럼이 나올 때 더 좋다.
아프신 어머니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느낀 소회,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내용의 글을 내보낸 뒤 많은 분들이 전화와 메시지로 격려와 위로를 보내준다.

사회적인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쓸 때는 뭔가 좀 아는 체 해야 하는데, 개인적인 이야기는 솔직하게만 쓰면 되니까 부담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기자의 나이가 그런 나이인 듯싶다. 부모님을 떠나보냈거나 아픈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기자 연배의 독자들이 기자의 글에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최 주필의 기획특집 ‘한인 미국 초기 이민사’나 ‘전라도 역사이야기’ 등의 기획은 스케일 자체가 남다르다. 기획을 쓰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취재 중간에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미국 록키산맥 일대 조선인 초기이민자들의 독립운동사 규명

기자는 지난 2000년부터 3년 동안 미국 유타대학교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미국 콜로라도·네바다·네브라스카·와이오밍·유타 등 록키산맥 일대와 캘리포니아·하와이 등지를 대상으로 초기한인이민역사를 연구했다. 대학연구원 생활을 마친 뒤 이후 7년 동안 매주 주말이면 록키산맥 탄광지대를 돌아다니며 1910년대 미국에서 생활했던 조선인 노동자들의 삶을 추적했다. 초기이민자 중에는 일제의 체포를 피해 미국에까지 흘러들어온 동학농민군들이 있었는데 이들의 존재와 활동상을 규명해 낸 것도 상당한 성과였다.
10여 년 동안의 연구는 <록키산맥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저서(최혁·이정면 공저)로 출간됐다. 2002년 KBS는 이 책을 기초로 해 ‘한인미주이주 100주년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하기도 했다.
<록키산맥에 무궁화 꽃을 피었습니다>라는 책은 미 중서부 일대 철도노동자나 광산노동자로 일했던 조선인근로자들의 삶을 조명한 최초의 연구서였다. 한인 디아스포라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귀중한 연구서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을 받아 2014년 미국 중서부 7개주를 대상으로 해 한인초기이민사 자료발굴에 나서 미국 콜로라도주 소재 콜로라도대학(Colorado College) 터트 도서관(Tutt Library)에서 1890년대 조선관련 자료 500여점과 희귀사진 38점을 찾아내 구한말 사회상 연구에 일조했다. 또 2015년에는 콜로라도 사이판과 티니안 등 남태평양 일대에서 조선 정신대 사진과 자료를 발굴해 일제 침략사 연구에 일조했다.


·광주·전남 일대 동학농민혁명 전투유적지 정리 및 자료 발굴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록키산맥 일대의 초기 한인이민자들의 삶을 연구하던 중 한인초기미국이민사와 동학농민혁명이 상당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음을 알고 동학농민혁명 연구에 몰입했다. 2009년 귀국 후 광주?전남북 일대 동학농민혁명 진행과정과 전투양상, 이에 따른 동학전투 유적지를 지역별로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이 작업은 <남도의 동학농민혁명유적지>라는 2권의 책으로 정리돼 발간됐으며 남도일보에서 주1회 시리즈로 2년 여 동안 연재됐다.
이 시리즈는 지난 2015년 1월1일부터 2017년 5월29일까지 2년6개월 동안 전남지역 22개 시군을 대상으로 해 동학농민혁명의 전개과정과 관군·일본군의 진압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이 기획기사는 매주 1회, 총 108회가 연재됐는데 동학농민혁명 연구자, 현지 향토사학자들의 연구내용, 후손들의 증언들을 사건별, 일자별로 자세히 정리한 것이어서 동학농민혁명 연구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 동학농민혁명 당시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일본군에 맞서다 장렬히 옥쇄한 장흥의 이소사와 무안 배상옥 장군, 강진 병영성 김두흡 감군과 같은 의로운 인물들을 집중 조명해 남도인의 기개를 널리 알리는데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개인적으로는 수능을 마친 고3학생들과 운전보수교육자들을 대상으로 해 지역역사와 호남의병에 대한 강의를 5년째 해오고 있는데 보람이 크다.

 

기자들의 최대 고민은 바로 글쓰기다. 기자들이 글을 잘 쓰기 위해선 바쁜 일상 속에서 무엇을 노력하며,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하는가. 후배들에게 귀중한 조언을 부탁드린다.


지역신문 기자들은 이 지역의 경쟁지는 물론 서울에서 발행되는 신문들을 유심히 살피면서 기획, 편집, 기사작성 공부를 매일 해야 한다. 다른 신문들이(다른 기자들이)지역의 현안을 어떤 형식과 주제로 담아냈는지, 어떤 제목으로 현안의 핵심을 짚어내고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냈는지, 또 어떤 문체가 감동적이고 간결했는지를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글을 잘 쓰려면 남의 글을 많이 읽어야 하고, 느낌 있는 글들을 많이 외어두어야 한다. 이상한 말일지 모르지만, 모방을 잘하면 언젠가는 자기 글이 나오게 된다.
후배기자들에게 간곡하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학위취득에 정성과 시간을 쏟으라는 것이다.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새벽시간에 어학공부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외국어 1개 정도는 능통하게 구사하는 것이 글로벌사회를 살아가는 지혜이자 기회을 잡는 준비다. 언어는 단순히 말을 배우는 것이 아니고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새벽에 학원을 다니는 후배들이 많았으면 한다.
/대담=노병하 전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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