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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기자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

작성자 : 광주전남기자협회 (118.40.67.***)

조회 : 2,176 / 등록일 : 19-11-26 15:21

​3년차 기자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

 

더는 기자 생활 못 버티겠다는 몸의 경고

보다 못한 가족들이 춘천 마라톤 출전 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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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상) 지난 1027일 강원도 춘천시 의암호 일대에서 열린

2019 춘천마라톤 대회 10부문 출전자들이 시작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하) 완보에 성공한 외삼촌 부부와 함께.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사건은 매일 터졌고 매번 현장에 쫓겼다.

기사에 치이고 아이템 압박이 끊이지 않았다. 천형을 안고 사는 사건기자 생활이 3년차로 접어들었다. 회식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늦은 밤까지 배 속으로 들어간 술과 기름진 음식들(우리 회사의 경우 족발 아니면 튀긴 닭이다)은 차곡차곡 몸을 장악해 갔다.

아침마다 몸은 무거웠고 늦게까지 일 하게 되면 미리 쪽잠을 자두지 않으면 안됐다.

몸이 축나니 정신도 피폐해졌다. 체력이 약해지니 의지도 약해지는 것만 같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기자 생활을 버텨내질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한동안 운동 관련 책을 뒤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다 봐갈 때쯤엔 이미 운동을 하지 않을 더 많은 핑계가 준비된 후였다.

가지고 있는 바지들을 모두 바꿔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는 시간이 이어졌다. 보다 못한 가족이 운동할 계기를 만들어줬다. 춘천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온가족이 참가해보자는 것이었다. 올해 4월 가족여행에 불참한 터라 거절할 수는 없었다.

부모님과 외삼촌 부부는 춘천의 가을풍광을 보며 걷는단다. 그러나 30대인 나까지 걷다 올 수는 없는 법(은 사실 없지만). 이제는 운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914일 집에서 지근거리에 있는 과기원 트랙을 찾았다. 행여 관절이 상할까 하는 마음에 1.811분 동안 달렸다. 달리기 애플리케이션은 ‘3년 만에 돌아와 반갑다따위 문구를 스마트폰 화면에 띄웠다.

몸뚱이 움직이길 상당히 싫어하지만 흥미를 붙인 운동이 몇 있다. 달리기도 그 중 하나다. 군 복무 중이던 2016년 선·후임들이 체력단련실에서 열심히 기구를 들고, 밀고, 당길 때 나는 뛰었다. 오래 달리기와 근력운동 모두 끔찍이도 싫어하지만 아침마다 강제로 했던 달리기가 아무래도 접근성이 좋았다. 널찍한 부대는 오르막 구간과 내리막 구간이 골고루 이어져 연습에 여러모로 좋았다. 전역 후에도 달리기는 생활이 됐다. 해야 할 일은 다음날로 미뤄도 달리기는 빠뜨리지 않았다. 하루 평균 5씩 달렸고 그해 9월 나간 15달리기 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냈다.

그때처럼 꾸준히 달리면 그때처럼 잘 달릴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든 몸은 예전 같지 않았다. 3년 동안 운동을 전혀 하지 않다시피 지내왔으니 당연한 현상이기도 했다. 대회 목표를 50분 주파에서 1시간 이내 완주로 고쳤다. 대신 당직을 서거나 회식이 있는 날을 빼면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달렸다.

그렇게 43일 동안 180정도 달렸다. 1027일 대회 날 10부문 출발선 앞으로 1만여명 건각들이 모여들었다. 10코스는 의암호와 떨어져 있었지만 남쪽보다 일찍 든 단풍 사이에서 뛰는 것도 나름 정취가 있었다. 나는 목표한 대로 1시간 안에 골인했고, 반려견과 함께 한 외삼촌 부부는 제한시간보다 일찍 완보에 성공했다.

대회를 마치고 몸무게를 쟀다.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와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똑같았다. 허리둘레도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될 것 같다(이 역시 거짓말일 것이다). 달릴 때만큼은 일에서 오는 아쉬움이나 스트레스, 개인적인 고민 같은 것들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호흡이나 자세를 의식하지 않다가는 금세 숨을 헐떡거리다 보니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어서 생긴 반사이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10분을 뛸 때나 1시간을 뛸 때나 나도 모르는 새에 몸과 마음에 상쾌함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적어도 심폐지구력은 전보다 좋아졌을 테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회복기란 핑계로 달리기를 쉬고 있다. 그사이 황사가 하늘을 뒤덮었고, 겨울이 되면 초미세먼지가 트랙으로 가려는 날 저어하게 할 것이다. 미세먼지가 잠잠해질 때까진 팔굽혀펴기를 하고 계단 오르기를 해볼까 싶다.

/·사진=한산 뉴스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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