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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39주기 취재 뒷 이야기] 그토록 기다렸는데, 급하게 떠나 버린 당신

작성자 : 광주전남기자협회 (118.40.67.***)

조회 : 2,089 / 등록일 : 19-06-14 15:44

​[5·18 39주기 취재 뒷 이야기]

 

그토록 기다렸는데, 급하게 떠나 버린 당신


황교안 대표 만나서 묻고 싶은 것 많았지만 인파에 밀려 사고 날 것 같은 일촉측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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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주년 5·18 기념식장에 도착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기념식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광주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했고, 이를 취재하기 위한 취재진들의 열기로

현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꼭 만나서 이것 하나만 묻고 싶었습니다. 사과도 없이 광주에 오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날은 한 사람만을 찾았습니다. 해바리기 마냥. 그 사람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었거든요. 그 사람이 KTX를 타고 온다는 소문이 있길래 송정역에도 마중 나갔었는데 박원순 시장과 이인영 원내대표 밖에 없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은 절 애 태웠습니다. 한 시간 뒤면 운명처럼 만날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애 태우지 말고 나타나줘.”
그 당시의 저의 마음이었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KTX가 송정역을 떠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혹시 내가 못 찾았나? 그가 서프라이즈라고 외치며 나타날까 하는 마음 때문에….
그를 만나지 못한 찝찝한 마음을 뒤로 하고 5·18 국립묘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 날은 비까지 오더군요. 매우 궂은 날씨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국립묘지엔 저 말고도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는 저와 같은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를 정말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너무 뻔뻔하고 양심 없다고. 여기가 어딘지 알고 오냐며. 그를 만나기 전부터 화를 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죠. 그는 5.18 유공자와 유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사과조차도 하지 않았거든요.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그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그는 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그가 도착하니 분위기가 갑자기 살벌해졌어요. 경호 인력이 버스를 둘러싸서 그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먼발치에서 그를 보고 있었는데 많은 군중 때문인지 그를 놓쳤죠. 그렇게 그는 저로부터 또 멀어졌습니다.
하얀색 우비를 입은 경호 인력 품안에서 그는 굳은 표정으로 떠밀리듯이 행사장으로 들어갔어요. 하지만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저와 같은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때문에 한발자국 내딛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어요.
저도 그 인파에 묻혀 있었죠. 아까 못 물어본 말을 물어보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제 바로 앞에 있던 사람 2명이 쓰러졌어요. 인파에 밟히기라도 하면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밀지 말라고 저도 모르게 악까지 질렀어요. 오랜만에 지른 악이었어요.
그만큼 아찔한 순간이었죠. 이런 상황에도 그는 무표정으로 기어코 식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더군요.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필사적으로 그를 막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그들은 심지어 바닥에도 누웠어요. 가려면 차라리 나를 밟고 가라는 식이었어요. 그만큼 그들도 필사적이었죠. 보통 민주의 문에서 내리면 기념식장까지 5분 이내면 가요. 짧은 거리죠. 하지만 그는 거기까지 가는데 20분이 넘게 걸렸어요. 어떤 상황이었는지 상상이 되세요?
그 인파를 뚫고 그는 기념식장 안을 들어갔어요. 말 한마디도 못 걸어봤는데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걸 또 느끼게 됐어요. 제 생각엔 그 날의 주인공은 5·18 유공자도 유가족도 그리고 대통령도 아니었습니다. 그 분이었어요. 악역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거니까요. 만약에 제가 그 분이었다면 유가족들에게 상처 준 것에 대해 사과하고 떳떳하게 들어갔을 텐데. 아무튼 대단한 분이었어요. 식이 진행되는 시간에는 그 분에게 접근하는 것조차 어렵다보니 다시 기념식이 끝날 때까지 그를 기다렸죠. 그런데 경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어요. 기념식장 옆으로 스크럼을 짜더라고요. 누가 봐도 그 분이 기념식이 끝나면 이 길로 나갈 거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죠.
그 분은 나갈 때는 도망치듯 빠져나갔어요. 아까 전처럼 물리적인 충돌이 조금 있었지만 달리다시피 하면서 나갔어요. 그 날 만나서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요 저로서는 아쉬운 마음이 한가득 이었어요.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이라고 말한 김순례 의원 등 망언 의원 3명에게 어떤 징계를 내릴 건지, 5·18진상조사위원 재추천은 누구로 언제 다시 할 건지, 왜곡처벌특별법 제정엔 어떤 입장인지, 자유한국당이 5·18과 관련해 행한 만행에 대해서 제1야당의 대표로서 사과할 마음은 없는지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그 분 근처에도 못 가면서 질문을 시도조차 못 해봤어요. 다음에 광주에 오시면 꼭 만나 뵙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땐 5.18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5·18 왜곡을 바로 잡는데 앞장서는 제1 야당 대표로 변해 제발 당당하게 오시길 바랍니다.
/글·사진=송정근 광주M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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