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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의 계절이 왔다 “저 여름휴가 갈 수 있을까요?”

작성자 : 광주전남기자협회 (118.40.67.***)

조회 : 23 / 등록일 : 19-07-24 14:55

눈치의 계절이 왔다 저 여름휴가 갈 수 있을까요?”

 

선배님들 휴가 날짜 좀 일찍 잡아주시면 안 될까요?”

상당수 기자들 세계수영대회 겹쳐 빨라도 9월에나 떠나

 

좋게 말해서 여름휴가다.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직장은 일찌감치 여름휴가를 준비한다. 친구나 가족들과 미리 일정을 맞춰야 하고 서둘러 예약해야 항공권과 숙소 등을 싸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휴가시즌을 목전에 둔 지난 6월 말 기준 광주전남기자협회 소속 30대 이하 기자 중 여름휴가 일정을 확정한 사람은 채 절반도 안 된다. 절반도 높게 쳐준 것이다.

선배들 일정 신경 쓰지 말고 먼저 휴가 기간을 정하라는 언론사도 일부 있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었다간 눈치 없는 기자가 되기 십상이다. 더욱이 올해는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까지 겹치면서 여름휴가를 가을이나 겨울에 떠나야 하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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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휴가사용’ (시인 하상욱 SNS 캡처)

 

시인 하상욱의 시 휴가 사용처럼 내 것인데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 언론사 소속 A기자는 입사 초기 선배들로부터 휴가는 최대 일주일까지 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휴가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게 웬일. 휴가를 일주일 쓰는 기자는 거의 없었고 휴가를 가더라도 보도자료 한두 개는 처리해야 눈치 없다는 잔소리를 피할 수 있었다.

A기자는 수영대회 때문에 9월 이후에 여름휴가를 간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선배들이 아직도 휴가 날짜를 잡고 있지 않아 애가 탄다가장 마지막에 휴가 날짜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여름휴가는커녕 겨울 휴가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리 예약할 경우 여러 할인 혜택을 볼 수 있지만 매일 가격이 올라가는 장면을 그저 묵묵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회사에서 휴가 최장기간을 정해주더라도 이를 한꺼번에 사용했다가는 낭패에 처하기 쉽다. B기자는 뒤늦게 휴가 날짜를 잡으려고 보면 선배들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연차가 낮은 기자들은 회사 눈치를 보느라 휴가를 3일 이상 붙여 쓰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겨우 휴가 일정을 확정했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휴가 기간에 나갈 기사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을 경우 휴가 기간에 더 바쁘게 일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C기자는 사람도 없는데 휴가 기간만큼 기사를 써놓고 가라는 선배의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그 순간부터 휴가는 악몽이 됐고 그나마 짧은 휴가의 3분의 1을 일하는 데만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연차 5년 미만 이른바 주니어 기자를 벗어나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D기자는 선배들이 휴가 일정을 잡지 않으면서 친구들과 함께 가기로 한 해외여행 일정을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선배들이 휴가 일정을 미리 정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서 인원이 적은 부서나 스포츠 담당 기자들의 애로사항 역시 심각하다. 동료가 휴가를 떠나면 일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상황에서 휴가를 하루나 이틀 동안 짧게 다녀오거나 경기가 없는 비시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반강제로 듣는 기자 교육프로그램을 사실상 휴가로 취급하는 분위기도 휴가 기간을 줄이거나 포기하도록 만든다.

E기자는 유튜브나 SNS가 활성화되면서 기자 개인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많아졌다이런 상황에서 교육은 반드시 필요한데 교육은 놀러 가는 것이라는 인식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현상이 여름휴가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 언론사는 회사 사규를 변경해 겨울에도 최장 5일 간의 휴가를 떠날 수 있다고 정했지만 실제 이를 활용하는 기자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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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가 남아도 눈치를 보느라 떠나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직간접적으로 눈치를 주는 간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언론사 한 간부는 겨울 휴가가 생겼다고 바로 쓰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선배들도 휴가를 가지 않고 일하는 거 안 보이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광주전남기자협회에 소속된 모든 언론사의 상황이 이처럼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5·18 민주화운동 주간 연일 이어지는 취재로 제대로 쉬지 못한 이른바 사건기자들에게 특별휴가를 준 회사도 있었다.

특별휴가는 당연히 연차에서 소모하지 않고 원하는 날짜를 선택해 갈 수 있었다.

해당 언론사 소속 G기자는 “5·18 기간 많이 힘들긴 했지만 특별 휴가까지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휴가 기간에는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업무 관련 연락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 휴가비까지 챙겨주는 선배도 있었다고 말했다. 역시 인생은 복불복이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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