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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5월에 무슨 보도를 했지’

작성자 : 광주전남기자협회 (118.40.67.***)

조회 : 22 / 등록일 : 19-10-22 15:17

나는 올해 5월에 무슨 보도를 했지

 

39주년 5·18기념행사 평가토론회에 부쳐

오히려 나 자신 돌아보게 한 자책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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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지난 918일 오후 광주 동구 YMCA에서

‘39주년 5·18기념행사 평가토론회를 열고 행사 전반에 대한 분야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신대희 뉴시스 기자

 

지난달 초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모 선생의 전화를 받았다. 먼저 전화 올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뜻밖이라고 여기며 전화를 받았다. 올해 기념행사를 평가하는 토론회에 나와 달라는 것이다.

속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광주에는 그런 역할에 적격인 이들이 참 많다. 5월에 대한 깊은 사명감과 관심이 담긴 기사를 통해 잊혀져가는 5·18을 다시금 전국 한 가운데 우뚝 세우는 그런 이들 말이다.

그들 덕분에 5·18이라는 배는 강한 훈풍을 받으며 앞으로 순항했으며 9번째 진상조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내 역할은 배 밑창의 노잡이, 격군 역할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노잡이 중 한 명이 배의 항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해도 괜찮은걸까.

의지의 순수함은 그렇다 쳐도 내 손의 얕은 굳은살은 좋게 봐줘도 애교스럽기 그지 없다. 차라리 뒤풀이 자리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것이 더 공익을 위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별 수 없는 일이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말했듯이 더 적합한 이들이 얼마나 바쁘기에 나 같은 이도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며 나가겠다 했다. 이 선생이 나에게 첫 번째로 제안을 했을 리도 만무하고 말이다.

제안을 수락하고 보니 더욱 민망스러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올해 나는 5월에 무엇을 보고 무엇을 문제 삼았을까. 늘 그랬듯이 올해도 805월을 기억하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들의 기억 속 지리산처럼 굽이굽이 펼쳐진 역사의 흐름을 읽어내기에는 나의 독도법(讀圖法)이 너무도 부족함을 느꼈다. 공부의 부족을 절감하나 그때뿐이다.

올해 대형 언론사의 주도로 이뤄졌던 미국 정보요원의 증언이라는 해일이 일 때는 일말의 물음표가 들기도 했었으나 자신감이 없어 새로운 시도를 포기했다. 대기업의 진출을 목도한 골목상권의 느낌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비유는 아니나 내 심정을 표현하기는 적절한 듯 하다.

작은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는 데도 미온적이었고 여러모로 부끄러운 시기였다.

그렇다고 그냥 타성에 젖은 나의 모습에 좌절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비록 빌려온 고양이 손이지만 최소한 손을 대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기념행사 평가라는 소기의 목적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민폐가 되지 않겠다 싶었다. 최근 몇 년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니 기념행사위 집행위원장직을 두고 말이 많은 것이 마음 한 켠에 남았다. 역대 5·18계에서 선출된 상임위원장들의 말인즉 예산집행권한이 있는 집행위원장직을 늘 시민사회계가 맡으려고 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는 것. 그래서 토론장에서는 시민사회계를 향해 토론이라기 보다는 당부를 전했다. 내년은 5·18 40주년이고, 그때만이라도 5월에 주도권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과거 5월이 받았던 비판을 시민사회계 역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대신 5월을 향해서도 올해도 반복된 단체간 내홍을 잠자고 보지만은 말라고 전했으며 그밖에 우천시 대책 미흡이라던가 소통문제 등 동료들의 의견을 반영해 전했다.

내 이야기는 누구나 아는 뻔한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자유토론에서는 이를 가지고 논쟁이 발생하는 것을 보며 그래도 화두를 던지긴 했나보다 하는 생각을 하며 일정상 토론장을 나섰다.

2주 뒤쯤 내년 40주년 집행위원장직에 5·18 인사가 선출된 것을 보고 썩 감흥이 없지는 않았다. 20개 단체가 내 말 듣고 그랬을 리는 만무하고, 40주년이니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영 딴소리를 한 건 아닌 듯한 매우 미묘한 만족감이 이번 토론회의 유일한 보상이었다.

/서충섭 무등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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