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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현장 취재 긴급점검] “구호·방한 등 지원물품 눈치보며 사용… 재난보도준칙 현장에서 스스로 체득”

작성자 : 광주전남기자협회 (118.40.67.***)

조회 : 1,026 / 등록일 : 22-03-10 16:00

구호·방한 등 지원물품 눈치보며 사용

재난보도준칙 현장에서 스스로 체득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 사고 희생자들의 합동장례식이 치러진 지난달 25일 한 달여 동안 수습 과정을 취재·보도한 광주전남지역 기자 10명과 재난현장의 취재 현주소에 대해 집담회를 가졌다. 집담회 참여자는 현장에 머물렀던 시간과 연차 등을 고려해 매체별로 선정했으며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익명으로 진행했다. 다음은 실제 나눴던 재난 현장 취재기자들의 현장 뒷이야기와 애로사항 등을 그대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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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취재 환경

 

 사고 발생 당시 현장으로 달려간 취재기자들을 기다렸던 것은 다름 아닌 강추위였다.

 한겨울 영하의 날씨 속에서 장시간 뻗치기를 해야 했던 기자들은 핫팩으로 추위를 버텼다. 코로나 확산세 또한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기자들은 방역부터 방한 물품까지 사비로 충당해야 했다.

 

 단호한 프로도 진짜 너무너무 추웠어. 핫팩이 필수일 줄은 몰랐어

 새벽 당시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코로나 관련 걱정은 안 했던 것 같아

 A마스크는 현장에서 지원 나온 적십자에서 챙겨줬어. 부족할 때 언제든지 가면 주셨지

 단호한 프로도 나는 마스크, 핫팩, 취재 사다리, 안전모 등을 회사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 참사급 취재에 있어서 회사의 대응이 안일하다는 걸 학동에 이어 또 한 번 느꼈어

 

임시 기자실 신의 한 수

 

 실종자 구조 과정이 지난해지면서 사고 피해자 뿐 아니라 현장에 상주하는 기자들을 위한 구호·방한 물품 등이 지원됐다. 하지만 현장을 떠날 수 없는 상황에서 구호품을 써야 하는 기자들은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미안함을 가져야 했고 일부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까지 했다. 이 와중에 마련된 임시 기자실은 찬바람을 막아줬고 열악한 근무조건을 조금이나마 완화시켰다. 사고 수습이 장기화될수록 임시 기자실은 존재만으로 빛을 발했다.

 

 새벽 “(회사에서)취재 물품 지원은 전혀 없었어. 주변에 편의점도 핫팩 같은 게 다 떨어져서 구할 수도 없었고 현장을 벗어날 방법도 없으니 눈치 보면서 구호물품을 썼던 거 같아

 신난 어피치 “(구호물품 사용은)그렇지 우리가 우선순위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단호한 프로도 임시 기자실 마련은 정말 신의 한 수였다. 회사에서 관심이 없는 와중에 기자협회에서 기자실부터 식사까지 틈틈이 후원이 와서 정말 든든했어

 신난 어피치 항상 발이 시렸지만 거기 없었음 정말로 길에 나앉았을 거야ㅠㅠ

 야마 뭐야 임시 기자실은 중앙사 아지트가 됐고 지역 기자들은 파스쿠찌나 건너편 봄날 등 카페로 밀려났다는 인상을 난 받았어

 

지시 없지만 낙종 책임은 기자에

 

 지역에서 대형 참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재난현장 보도 지원이나 매뉴얼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사건·사고 담당 기자들이 대부분 저연령, 저연차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업무 지시보다 현장의 판단으로 포장된 주먹구구식 기사 요구가 여전했으며 지역 언론들 역시 심층·탐사 취재 준비 보다는 시간 때우기식 보도로 도배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A일단 난 우리지역에서 일어난 대형 재난 사고임에도 우리지역 언론이 현장을 이끌어 나가지 못한 것 같아. 기본적으로 아까 이야기했던 대형 참사 대응팀 등이 꾸려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최근 지역 신문 위주로 엑소더스와 이직 등으로 사회부 기자들의 저연차화 등이 이유라고 생각해

 

 신난 어피치 사건팀 막내 한 명 보내서 현장 챙기라 하고 기사 나온 것 보면 안에서 기사 지원은 사건캡 1명 정도?”

 야마 뭐야 사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인 것 같아. 사건사고를 챙기는 기자들이 굉장히 저경력, 저연령화 됐고. 이들을 이끌어주고 잡아줄 허리 역할의 차장급 기자들이 그동안 많이 업계를 떠났다는 것도 한계인 듯

 신난 어피치 엄밀히 말하면 경제(건설)기자도 달라붙고 데스크도 전담 인력 붙어야 하는데 그런 곳이 거의 없지. 현장에는 당연히 경력 있는 기자+데스크 1명도 매일은 아니어도 현장 겪어봐야 한다고 생각함

 

스스로 체득하는 재난보도준칙

 

 지역은 물론 서울과 수도권 매체들까지 사고 현장으로 쏟아지면서 속보·단독 보도에 대한 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자들은 현장에서 스스로 체득한 재난보도 준칙을 성실히 이행했다. 현장 기자들은 회사와 데스크의 자극적이고 센(?) 기사 요구에도 유족과 피해자를 배려해 무리한 취재를 하지 않는 등 균형있는 보도 태도를 보였다.

 

 신난 어피치 회사에서 재난보도준칙을 교육한 적은 거의 없지만 경험으로 체득한 거지. 물론 회사는 기자가 그럼 쓸 수 있을게 어디 있냐며 센 걸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 근데 사연보도가 애매한 게가족, 당사자 배려가 최우선이 돼야 하지만 가족들이 원한다고 무조건 킬도 정답은 아니라고 봐. 얼마큼 설득하고, 얼마큼 수위를 잘 조절하느냐가 능력이지

 A이번 현장에서는 일정 시간이 지나자 피해자들 가족들이 스스로 자기들의 사연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대형 사고에서 피해자 개인사에 대한 보도 부분에 대해서 다시 돌이켜 봐야 한다고 생각해. 기본적으로 세월호 이후 대형 참사에 한해서는 피해자 개인사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요구하지 않는 이상 무리한 보도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해. 기본적으로 데스크의 마인드가 이런 부분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

 새벽 유족들과 같이 있던 시간이 많다보니 혼자 있을 때 죄책감 같은 게 자꾸 들어

 

언론사측 지원 절실

 

 재난현장 취재·보도가 장기화되면 사건 피해자와 관계자들에 대한 지원이 당연시 되는 것만큼 기자들 역시 물리적·경제적 지원이 요구된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언론사들이 기자들의 휴식 없는 고강도 업무를 관행처럼 여기고 있다. 더욱이 충분한 보상을 할 수 없는 일부 언론사는 아예 취재 지시조차 하지 않는 등 사실상 방치하면서 기자들 스스로 일을 하면서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보다 나은 재난 사고현장 취재를 위해서 사측의 지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A현장에서 일하는 데 따른 보상 즉 시간외 수당이나 휴일 수당 부분은 전혀 고려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해. 52시간제 추가근무 휴가근무 대체휴가 등의 기본적인 노동권 보장부분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부분 많아

 떡 먹다 체한 무지 우린 휴일 근무수당 받긴 했어 손톱만큼이지만

 단호한 프로도 우리는 수당을 못주니깐, 아예 데스크가 주말이나 밤에 현장 나가라는 지시를 안 해. 하지만 그렇다고 안하면 나는 실시간으로 사안을 놓치게 되니깐, 그냥 현장 나가 있는 거야. 좀 이런 거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A지시는 하지 않지만 놓치면 오로지 현장 기자 몫이라는 거

 야마 뭐야 사측 지원을 떠나 스스로 현장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뛰었는지 자성의 목소리도 필요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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