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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취재기] 뭘 쓰나 어떻게 취재하나 쫄려도… 현장에서 답 찾는다

작성자 : 광주전남기자협회 (118.40.67.***)

조회 : 236 / 등록일 : 22-05-27 14:06

[5·18 취재기]

 

뭘 쓰나 어떻게 취재하나 쫄려도현장에서 답 찾는다

 

지난해 이어 두 번째 5·18 취재

거리두기 해제 커진 행사 긴장

지선 코앞 정치권 대거 광주행

경호원과 실랑이·아이템 압박

발품 판 덕분에 챙긴 단독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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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지난 17일 오전 광주 서구 5·18 기념재단에서 열린 2022 광주인권상 기자회견에서

취재진들이 수상자와 질의응답하고 있는 모습.

5월 광주는 다크(Dark)하고 헤비(Heavy)하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뒤섞인 도시,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 파묻힌 진실과 밝히려는 몸부림이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전장이다.

5월 광주를 살아가는 기자에겐 숙명이 덧씌워진다. 마지막 진실 찾기와 그날의 '공동체 정신'·'저항 정신'을 알려야 할 기록자의 짐이다. 42년 전 그날의 참상을 경험하지 못한 MZ세대가 또 다른 세대에게 전해야 하는, 펜을 든 자의 천형(天刑)의 시간이기도 하다.

신문을 비롯해 방송·통신 모두 '5·18 기획 기사'를 준비한다. 올해는 대선과 6·1지방선거까지 겹쳐 하루하루가 타이트하다. 현장을 챙기는 것만으로 벅차다. 정치부는 물론 사회부 기자들도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그나마 위안거리가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연재하고 있는 '5·18 피해자 정신적 손해배상' 시리즈다. 6개월여간 24차례 썼다. 42주년을 맞은 올해 5·18의 화두 중 하나가 '정신적 손해배상'이라는 점에서 '면피'는 했다고 스스로 위안한다.

그렇다고 기획 기사 아이템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왠지 그래선 안 될 것 같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랄까. 805월 광주에 대한 부채감이랄까. 삼십 대 중후반의 어느 정당 대표는 광주에 빚진 게 없다는 데 이십 대 중후반에 서울 출신인 난 먹먹한 뭔가가 있다.

경찰과 시민군 기동타격대를 재조명한 포럼이 열렸다. 그동안 인터뷰한 이들 중 기동타격대원이 있어 관심 있게 봤다. 그 내용을 토대로 아이템을 제출했다. 'OK'. 하지만 혼자 정리하기엔 벅찼다. 함께 시리즈를 써온 선배에게 보고했다.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선배와 난 주말을 꼬박 기사 쓰는 데 반납했다.

기획은 어찌어찌 처리했다. 남은 건 현장 취재다. 518일부터 항쟁 마지막 날인 27일까지 10일간 행사는 계속된다. 하이라이트는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의 꽃인 전야제와 42주년 기념식이다. 이 두 건만 취재하면 큰 고비는 넘긴다.

20207월 뉴스1광주전남본부에 입사했으니 햇수로 3년 차. 만으로 110개월쯤 됐다. 전야제와 기념식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취재다. 작년에는 수습을 갓 뗀 데다 코로나19로 축소됐다. 비까지 내렸다. 개막과 폐막, 정치인의 방문, 짧은 스트레이트 몇 개로 끝났다.

이번엔 거리두기가 해제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권이 대거 내려온다. 행사도 대규모다. 살짝 겁이 난다. 어지간해선 쫄지 않는 성격이지만, 부담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뭘 써야 하나, 어떻게 취재해야 하나.

선배가 한마디 한다. '현장 가서 기사 쓰려고 하면 못쓴다. 사전에 기획하고 들어가라.' 기사 아이템 고민에 머리를 쥐어짤 무렵, 선배가 츤데레하게 툭 던져준다. 스트와 박스가 녹아있다. 전야제 끝나고 치맥 한잔할 여유가 생겼다.

이제 가장 큰 관문이 남았다.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 새로 취임한 VIP가 온다고 한다. 장관부터 여야 국회의원까지 총출동한다. 대학생 단체는 윤석열 반대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예고 기사를 몇 번 써 기념식은 익숙하지만 낯선 현장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하다.

518, 오전 530분 번쩍 눈이 떠진다. 몸이 더 긴장하고 있었나 보다. 얼른 준비를 하고 5·18민주묘지로 향했다. 검은 정장 차림의 경호원과 제복 차림의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다.

기념식장 입구에는 보안검색대가 8대나 설치됐다. 검색대 한 곳당 4~5명의 경찰과 1~2명의 경호원이 검색 작업을 벌였다. 경찰은 가방을 열어 내용물을 하나하나 꺼냈다. 노트북과 휴대폰, 스마트 워치가 작동되는지도 확인했다. 음료수와 휴대용 향수까지 꺼내더니 마시고 뿌려보라고 했다.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18.' 영화 '공공의 적'의 명대사가 입안에 맴돌았다.

몸수색도 이어졌다. 취재진은 물론 5·18 유족과 부상자도 예외 없었다. 지팡이나 목발도 흔들어보며 확인했다. 유족의 항의가 이어졌다. 깊은 빡침이 올라왔다. 사진을 찍고 현장 상황을 지켜봤다. 그때 경호원이 소속과 이름을 물었다. 당신은 누구냐고 되물었다. 그는 보안상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황당한 표정으로 "뉴스1 이수민인데요?" 했더니 그걸 그대로 무전으로 날린다. "흰옷 입은 여기자, 뉴스1 이수민 기자. 주시하세요."

선배에게 보고했다. 기사 작성하라는 오더가 떨어졌다. 선배는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쓰라'고 했으나 내 귀엔 들리지 않았다. 구석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기사를 쓰는 데 옆 머리를 뒤로 넘긴 경호원이 와 지켜봤다. VIP를 경호하러 온 건지, 나를 감시하러 온 건지 의문스러울 지경이었다. 한 문장 쓰고 째려보고, 한 문장 쓰고 째려보고. 잠시 후 기사가 송고됐다.

기념식 기사 아이템은 이미 잡아놨고 관련 기사는 선배들이 작성 중이다. 현장에선 이모저모를 찾아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기념사가 끝나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까지 마무리됐다. 5·18 유족과 단체의 반응이 궁금했다. 취재 중 "윤 대통령이 매년 기념식에 오겠다고 했다"는 얘길 들었다. 곧바로 보고하고 기사 작성. '단독'이 붙었다. '모든 기사는 현장에서 나온다'는 선배의 말을 실감했다.

5월 광주는 여전히 어둡고 무겁다. 5월 광주를 살아가는 기자 역시 어깨에 짐 하나 얹고 산다. 진실규명과 5월의 왜곡 폄훼에 맞서야 할 짐. 천형일 수도 있는 그 짐을 벗을 때 5월 광주는 어둠과 무거움이 아닌 민주주의의 축제로 거듭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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