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본 오월… 상식·보통의 첫발
조회 : 493 / 등록일 : 22-05-27 14:08
언론이 본 오월… 상식·보통의 첫발
42주년, 5·18 기념식 엄수
반쪽·홀대론 털어내 지역 기대감
새 정부 언론 통제 우려는 옅어져
헌법 수록·진상규명 의지 아쉬움
5·18 과제 이행 지역 언론 과제로
<사진설명> 지난 17일 5·18민주화운동 42주년 추모제를 취재하는 기자들.
다시 돌아온 5월,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보수정권 출범으로 짙었던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적어도 그동안 따라붙었던 ‘반쪽 기념식’과 ‘홀대론’ 꼬리표는 뗐다는 평이다.
오월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점과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하지만 불의와 독재에 저항한 시민들을 추앙하는 자리로서 온전한 추모를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변화를 실감하게 했다.
◆손에 손잡고 ‘님을 위한 행진곡’ 불러
보수정권에서 논란이 됐던 대통령 불참과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 부실한 경과보고는 되풀이되지 않았다.
되레 유례없는 여야 정치권 총집결로 기념식 당일인 지난 18일 국립5·18민주묘지에는 참석 대상자를 훨씬 웃도는 구름 인파가 몰려들었다. 당연히 경호·경비 인력 또한 역대급이었다.
이에 윤 정부 출범 이전부터 심심찮게 이어졌던 지역 언론 통제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논란은 반복되지 않았고 취재 열기 또한 뜨거웠다. 기념식장 주변에서 열린 집회 또한 과열되지 않아 오월영령 앞에 부끄럽지 않은 행사가 진행될 수 있었다.
기념식을 앞두고 먼저 손길을 내민 것은 5·18 단체 원로들이었다.
5월 단체들은 “조문을 위해 찾아온 손님을 내치는 일은 금기시돼왔다. 영령들을 기리는 제삿날 소란을 피우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고 표명했다.
이에 호응하듯 윤 대통령은 관용차에서 내려 5월 단체장들과 함께 걸어서 국립5·18민주묘지 정문인 민주의 문을 넘었다. 윤 대통령은 1997년 정부 기념식 지정 이후 민주의 문을 걸어서 통과한 유일한 보수정권 대통령 타이틀을 갖게 됐다.
◆‘국민 통합’ 향한 진일보한 기념식
아쉬운 대목도 곳곳에 있었다. 윤 대통령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및 진상 규명에 대해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국가보훈처가 매년 치러온 행사임에도 사전 준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오월을 드립니다’라는 주제로 진실 규명을 통한 용서와 화해로 아픔을 치료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어떻게 규명하고 치유할지가 빠졌다는 것이 현장 기자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실제로 미흡한 행사 준비와 삼엄한 경호로 기념식장 뒤쪽 자리가 텅 비었고 정치인들의 장시간 참배로 정작 주인공인 유족들이 가족묘에 가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은 뼈 아프다.
그런데도 올해 기념식은 국민 통합의 관점에서 진일보했다는 것이 공통적인 평가다.
5월 단체와 지역사회 모두가 기대했던 오월정신 헌법 전문 수록 의지와 완전한 진상규명 의지, 5·18 역사 왜곡 근절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없었음은 유감스러우나 5·18 기념식에서 보여준 윤 정부의 파격에 가까운 행보와 변화를 미뤄 42년간 뒤엉킨 5·18 과제의 실타래가 풀릴 수도 있겠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향후 5년간 5·18 과제가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지역 언론의 역할도 한층 막중해졌다.
10년 가까이 5·18을 취재한 한 기자는 “이번 기념식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보통의 기념식에 가까워진 것”이라며 “5·18 과제가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언론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