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된 광주 목소리 언제쯤 전달할까-다시 5월, 언론의 역할
조회 : 289 / 등록일 : 23-05-31 13:41
하나 된 광주 목소리 언제쯤 전달할까
다시 5월, 언론의 역할
오월단체 물리적 충돌 없었으나
尹, 헌법전문 수록 언급도 없어
피켓 시위 등 ‘정쟁의 장’ 아쉬움
진상규명 사회적 관심 환기 고민
오월 광주를 다룬 기자들의 펜은 대동정신보다 ‘반목’과 ‘갈등’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5·18민주화운동 공법단체 내분부터 지역 시민단체와의 갈등까지 오월 광주가 반목과 분열로 얼룩지면서 헌법전문 수록과 진상규명을 위한 목소리는 힘을 잃어갔다.
43주년 5·18 기념식에 보수정권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2년 연속 참석하는 의미 있는 행보에도 ‘오월 정신이 헌법 그 자체’라는 기존의 기념사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해 지역사회에 실망감을 안겼다.
사실상 엔데믹 선언으로 5·18 기념식은 코로나19 이전 규모로 회복하는 등 외형은 제 모습을 찾았지만 갈등과 분열로 오월 정신이 퇴색한 데다 전국민적 관심 또한 식어가고 있어 언론의 역할이 한층 더 막중해지고 있다.
◆광주에 실망감 안긴 기념사
2년 연속 5·18 기념식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에도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의지를 밝히지 않아 광주 시민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지난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엄수된 ‘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의 주제는 ‘오월 정신, 국민과 함께’였다.
당일 온종일 비가 내렸지만 5·18 유족과 유공자,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와 여·야 국회의원, 시민 등 3천 명이 참석하며 행사장 안팎을 메웠다.
보수 정권에서 두 번째 치르는 기념식에 여권 인사가 총출동하면서 ‘홀대론’은 꼬리표를 뗐지만 ‘5공(화국)’을 방불케 하는 경호 때문에 취재진과 참배객이 큰 불편을 겪었다. 지난해보다 크게 삼엄해진 역대급 경호·경비 태세에 기념식을 취재하는 인력은 극도로 제한됐다.
기념식 시작 몇 시간 전부터 5·18민주묘지 앞에 진을 친 수십 명의 기자는 행사장 밖에서 허탈하게 기념식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5·18민주묘지 정문 격인 ‘민주의 문’ 인근은 지난해와 달리 출입이 통제됐다.
기념식장 밖 활동 폭이 급격하게 좁아지면서 안전사고 우려가 나왔고, 일부 시위자들은 지나친 통제에 항의했다.
기념식장 인근 곳곳에서는 진영 간 ‘맞불 집회’가 열리며 마찰을 빚었다.
보수단체는 “5·18 민주 유공자를 공개하라”고 소리쳤고, 진보성향 단체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올해는 연초부터 오월 단체와 시민단체, 기자단 간 분열이 생기면서 ‘반쪽 기념식’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공로자회가 광주 시민과 공감대 없이 계엄군에 대한 ‘용서와 화해’를 강행하면서 시민사회 반발을 산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행사를 돌연 취소하거나 주최 측 입맛대로 참석 기자를 뽑으려는 등 취재진과도 불협화음을 낳았다.
이들 단체는 내년부터 ‘법대로’ 공법단체가 여는 공식 행사만 5·18 기념행사로 인정하도록 조치하겠다는 뜻을 밝혀 앞으로도 험로가 예상된다. 또 윤 대통령이 남긴 ‘역대 두 번째로 짧은’ 기념사는 지역사회에 실망과 아쉬움을 줬다. 그의 대선 공약이었던 ‘5·18 헌법전문 수록’과 반민주적 역사 왜곡 세력과의 단절에 대한 언급은 기념사에 단 한 줄도 없었다.
반면 오월 정신을 오롯이 기리기 위한 한 발짝을 내디딘 순간도 있었다. 전두환 일가의 은닉재산을 폭로한 전우원씨가 지난 3월부터 잇따라 광주를 찾아 사죄하면서 5·18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높아졌다. 5·18민주묘지에는 대통령이 주먹을 쥐고 제창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고,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부실한 경과보고 대신 미래세대가 진심을 담은 경과보고를 들을 수 있었다.
◆시들해진 5월, 언론의 역할 막중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 마지막 해를 맞아 윤석열 정부가 5·18 과제를 진정성 있게 완수할 수 있도록 지역 언론의 역할도 한층 막중해졌다.
한 지역 일간지 2년 차 기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취재한 5·18 전야제는 1년 새 열기가 한풀 꺾인 걸 느낄 수 있었다”며 “오월 단체 간 불화를 봐온 광주 시민들의 실망감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러 해 동안 5·18을 취재한 한 기자는 “갈등으로 얼룩진 올해 기념식은 화합과 통합은 찾아볼 수 없었고 ‘공식적인 행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며 “5·18민주화운동의 숭고한 민주·인권·평화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언론의 책임이 무겁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백희준 편집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