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의 나눔과 연대, 국경을 넘어 퍼지다-亞희망나무 해외봉사 동행 취재
조회 : 147 / 등록일 : 23-10-04 15:56
광주 5·18의 나눔과 연대, 국경을 넘어 퍼지다
亞희망나무 해외봉사 동행 취재
韓의료진 소식에 새벽부터 긴 줄
이·미용,벽화 등 저마다 구슬땀
“1시간 걸려서 왔어요.”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진료를 받고서야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한국 의료진이 온다는 소식에, 100명이 넘는 환자들이 아침 일찍부터 캄보디아 광주진료소를 찾았다.
진료실에선 의료진들이 쉴 틈 없이 환자를 보고, 복도와 마당에는 종일 대기하는 환자들이 가득했다.
진료소 운영을 맡은 아시아희망나무가 코로나 때문에 중단했던 해외봉사를 3년 만에 재개했다. 지난 7일부터 3박 5일의 일정이었다. 광주에서 인천공항까지 버스로 4시간, 캄보디아행 비행기 6시간, 그리고 다시 마을까지 차로 이동한다. 왕복으로 치면, 꼬박 하루를 이동하는 데 쓰는 것이다.
나야 일하러 간 것이지만, 자발적으로 봉사에 참여한 이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곧 ‘왜?’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봉사의 이유는 다양했다. 남을 돕는 것 자체가 기쁘거나, 좋은 일을 하며 무료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거나, 사회적 위치에 맞는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싶거나, 기타 등등. 개인이 느끼는 것에 정답은 없다고 본다.
다만, 광주진료소와 이곳에서 행해지는 일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2015년 시행된 ‘광주광역시 5·18정신 국제화 실천활동 지원 조례’에 근거한다. 조례에는 ‘5·18민주화운동에서 나타난 인권·평화·나눔의 정신을 국제사회에서 실천하는 활동을 지원함’이라고 쓰여 있다. 여기서 나는 ‘5·18민주화운동에서 나타난’이라는 표현을 곱씹었다.
당시 광주시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누군가는 시민군이 되고, 누군가는 주먹밥을 만들고, 누군가는 시신을 수습하고, 누군가는 투사회보를 만들었다. 각자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며 연대했다.
국가 폭력으로부터 인권과 평화를 지키자는 공동의 목표를 가졌다. 높고 낮음이 없이 서로 응원하며 함께 나아갔다.
광주진료소와 이곳을 찾은 봉사자들 역시 그랬다. 누군가는 환자를 진료하고, 누군가는 식사를 준비하고, 누군가는 이미용 봉사를 하고, 누군가는 벽화를 그렸다.
각자의 재능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봉사했다. 그리고 매일 봉사가 끝나면, 한 사람씩 일으켜 세워, 응원하고 칭찬했다. 나눔과 연대, 그리고 평화가 있었다.
그런 시간이 9년째 쌓여서 그런지, 진료소가 위치한 캄퐁스퓨 지역의 주민들은 ‘광주‘를 알고 있었다. 이제는 현지인들까지 통역 등을 도맡아 봉사에 참여한다.
5·18정신이 국경을 넘어 전해지는 현장을 보면서, 동시에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지금의 광주는 어떤가. 갈등과 분열이라는 단어가 자주 들린다. 5·18정신이 흐려지는 건 아닌지 우려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 취재를 통해 조금은 기대하게 됐다.
5·18의 나눔과 연대가 널리 확산하고, 이를 힘써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 정신은 다시금 광주에서 꽃 필 것이라는 걸 말이다. 김초롱 광주MBC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