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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로 반년 넘게 이어 왔을 인연 가슴 먹먹" 곡성군 故 양대진 주무관에게

작성자 : 광주전남기자협회 (211.198.190.***)

조회 : 4,033 / 등록일 : 16-07-06 15:35


"이메일로 반년 넘게 이어 왔을 인연 가슴 먹먹"


곡성군 故 양대진 주무관에게



"선배님 곡성군 홍보담당 직원이 어제 사고로 죽었다는데, 관련 이메일(보도자료) 들어왔나요?"


지난 6월 1일 출근과 동시에 사건을 담당하는 후배기자에게 들은 첫 마디다. 이때만 해도 이 말이 이렇게 가슴을 저미게 할 지 몰랐다.


지난해 9월부터 전남 22개 시·군에서 보내는 보도자료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던 나는 "안들어왔는데, (직원의)이름이 뭐냐"하고 되물었다. 후배는 "양대진씨요, 그런데 6살 아들이랑, 8개월 만삭 아내랑 퇴근하다 20층 아파트에서 자살하는 사람하고 부딪쳐서 숨졌다네요."


후배의 다소 무덤덤한 말을 들은 나는 당시만 해도 무슨 그런 일이 있느냐며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다. 나에게도 6살 아들이 있어 이미 죽은 그보다는 남은 아들과 가족에 마음이 더 쓰이기도 했다.


"사고 현장을 아들이 직접 봤다는데 어쩌나" 괜히 내 아들놈의 얼굴과 겹치면서 우울해졌다.


다음날 출근해 회사 이메일을 열어보니 양대진이란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화면에 가득했다. 다시 보니 그는 그동안 타 지역보다 2~3배 많은 홍보자료를 작성해 보내왔었다. 광주일보도 그가 작성해 보내준 이메일을 참고해 꽤 많은 기사를 작성해 오던 터였다.


고 양대진씨와 나는 서로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이메일을 매개로 반년 넘게 인연을 이어왔던 것이다. 어쩌면 전화 통화는 몇 차례 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갑자기 고인이 된 그와 가까운 마음이 들어 연결고리가 됐던 이메일 목록을 좀더 살펴봤다. 이제야 그의 노력과 고생의 흔적이 눈에들어왔다.


그가 보낸 일부 보도자료는 현직기자가 작성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정교했다. 제목과 리드는 한눈에 쏙 들어올 정도로 프로다움마저 느껴졌다. 정식기자 교육도 받지 않은 그가 프로다움을 보이기 위해 몇 곱의 노력을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얼마나 보람을 느꼈을까?" 그는 힘들게 작성하고, 또 작성한 글이 각언론에 반영됐을 때 성취감도 느꼈으리라. 아마 마지막 보도 자료를 보낸 그날도 책상에 앉자 고민의 시간을 보냈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이메일에서 또 다른 성실함도 발견했다. 그는 오지랖도 넓었던 모양이다. 다른 지역 홍보담당과 다르게 타 기관 보도자료도 모두 챙겨 보낸 것이다. 그의 이름이 달린 보도자료에는 지역 내
대부분의 유관기관이 올라 있었다.


천성이 부지런했던 그가 막상 하늘 나라로 가고서야 그의 참모습을 발견한 나의 게으름과 무관심함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그가 고인이 되기 전 사실상 마지막으로 작성해 보내준 '곡성군 지역 맞춤형 복지 시책 본격화'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지역면 톱기사로 배치하며 그를 마지막으로 떠올렸다.


지면을 빌려 기자가 아니면서 기자의 일을 보도자료란 이름으로 덜어주고, 기자의 취재까지 힘을 보태주는 일선 홍보팀 직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박진표 광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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