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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문화도시를 가다-부활 꿈꾸는 천년고도 취안저우

작성자 : 광주전남기자협회 (180.67.150.***)

조회 : 4,563 / 등록일 : 14-03-14 20:16


도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동서양 문물 어우러진 '민남문화' 산실
도시팽창에 밀려 화려했던 구도심 황폐

도심재생 프로젝트 광주와 닮은꼴
문화는 나눌수록 빛나 경쟁보단 공존을



 광주와 중국 취안저우, 일본 요코하마가 각 나라를 대표하는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돼 올 한 해 동안 문화교류 사업을 진행한다. 그 첫 사업으로 2월13일부터 나흘 동안 중국 취안저우에서 개막행사가 열렸다. 광주에서는 정동채 동아시아문화도시추진위원장과 이연 광주시 문화관광정책실장 등 5명의 대표단과 예술단이 참가했다. 언론에서는 남도일보 박재일 본부장과 세계일보 한현묵 기자, 광주MBC 전윤철 기자와 박수인 기자가 동행했다.<편집자>


 “단순히 번영했던 옛날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게 아닙니다. 도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자 합니다.” 
 광주로 치자면 ‘동아시아 문화도시 추진위원회’에 해당하는 ‘취안저우(泉州) 건설발전위원회’ 대변인이 인터뷰를 통해 밝힌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의 목적이다.
 2월13일부터 나흘 동안 열린 ‘취안저우 동아시아 문화도시 개막행사’에 ‘옛 도심 부흥 프로젝트 선포식’을 비중 있는 행사로 포함시킨 것도 취안저우가 올해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중국 푸첸(福建)성 동남 해안에 자리한 취안저우는 한때 아시아를 대표하는 해상 무역의 중심지였다. 동아시아와 서역을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의 기점으로 성장해, 송나라와 원나라때는 ‘동방 제 1항구’로 불릴 만큼 동서양 문물 교역의 중심지로 번영했다. 마르코 폴로도 취안저우를 통해 중국에 발을 디뎠다고 전해지고 있고, 저서 ‘동방견문록’에서 취안저우가 세계 최대 무역항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고려와도 활발한 해상 교역을 했다고 전해진다. 신안 앞 바다에서 발굴된 무역선과 중국의 도자기들이 취안저우에서 출발한 것이었다고 도시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이런 해상 교역 활동을 바탕으로 취안저우는 일찍이 동서양의 여러 종교와 문물이 어우러지는 역사문화도시로 성장했고 ‘민남(?南)문화’라 불리는 독특한 문화를 꽃피웠다. 이런 점이 중국 정부가 취안저우를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한 배경이었다. 
 광주 대표단이 취안저우에 도착한 2월13일 저녁 ‘취안저우 동아시아 문화도시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에서 취안저우는 도시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세계의 중심도시로 나아가려는 꿈을 대형 서사극으로 꾸며 무대에 올렸다. 그리고 다음날 구도심의 옛 밀가루 공장에서 광주와 요코하마의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옛 도심 부흥 프로젝트 선포식’은 취안저우의 문화적 자긍심이 단지 지난날의 영화에만 머물러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겠지만 취안저우도 구도심의 쇠퇴를 도시발달의 부산물로 떠안고 있었다. 도시가 팽창하고 주변의 부속도시들이 동남권 공업의 중심지로 발전하면서 옛날 번영의 중심지였던 서가(西街)지역은 활력을 잃어갔다.
 이런 서가지역이 다시 부활을 꿈꾸기 시작한 것은 이 지역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차이구어창(蔡國强)이 도시 재생기금으로 6000만 위엔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차이구어창은 ‘옛 도심 부흥 프로젝트 선포식’에 직접 참석해 기금 전달식을 가졌고, 이어 서가 출신의 기업인들과 국유 투자회사가 도심 재생을 위한 투자 약정서에 서명했다.
 취안저우시는 이 기금을 종자돈으로 삼아 서가지역의 옛 밀가루 공장에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정보문화산업과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해 구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선언했다.
 어떻게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취안저우의 꿈이 광주의 꿈과 너무도 많아 닮아있어서다. 광주도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조성을 통해서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싶어 한다. 전당이 들어서는 장소 또한 도시의 역사와 문화가 응축돼 있는 곳이자 공동화를 겪고 있는 구도심의 한 복판이다.
 한국과 중국의 낯선 두 도시가 수백 년의 시간과 서해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닮은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동아시아 문화도시라는 이름으로 두 도시가 만난  건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교류 사업을 하면서 꿈을 나누다 보면 서로 채워 줄 수 있는 부분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취안저우 건설발전위 대변인은 “광주가 아시아의 문화중심도시가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라는 내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문화중심도시요? 그게 어느 한 도시가 되고 싶다고 해서 되겠습니까? 여러 도시가 힘을 모아야 만들 수 있겠죠.”
 뭐, 광주가 아시아의 문화중심도시를 자처하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화는 나눌수록 더욱 빛이 나고 ‘경쟁’보다는 ‘공존’이라는 말과 더 어울리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옛 도심 부흥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취안저우는 어떻게 달라질까? 그 때쯤 광주는 ‘아시아의 문화중심도시’가 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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