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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범 기자의 문화 에세이 - 문화적 파종(播種)

작성자 : 광주전남기자협회 (211.198.190.***)

조회 : 3,991 / 등록일 : 14-04-10 15:47

 

<사진설명>
무각사 ‘로터스’(위)와 증심사 인근 ‘해와’

 

김종범 기자의 문화 에세이문화적 파종(播種)

 

 

  무각사는 광주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상무지구 들머리에 위치해 있다. 대로변 일주문을 지나 굽이진 비탈길을 50m가량 걷다보면 절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특별한 전각 한 채가 시야에 들어온다. ‘문화관’ 으로 쓰임새를 명명한 이 곳은 로터스(Lotus)라는 이름의 갤러리와 북 카페가 스무 평 남짓한 공간을 양분하고 있다.

 

도심 사찰 갤러리 운영
저잣거리 문화공간 급증


  필자가 그곳을 찾았을 땐, 세한삼우(歲寒三友)를 주제로 한국화가 문봉선 씨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었다. 갤러리와 이웃한 북카페로 발길을 옮기니 그윽한 차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각종 서적들과 불교용품이 진열된 카페는 도서관과 박물관이 공존하는 그야말로 문화융합공간이다. 야외 테라스로 나가니 투명유리로 쏟아져내리는 봄빛이 눈부시다. 테이블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사위를 살피니, 일순 서늘한 푸른 기운이 감돈다. 녹음(綠陰)의 정체는 바로 사찰과 공원 경계에 울타리로 식재된 대나무들. 로터스에 가면 사람과 자연, 문화가 동체를 이루는 자타불이의 경지를 만날 수 있다.


  문화예술공간 ‘해와’는 무등산자락의 증심사 가는 길목에 둥지를 틀고 있다. 기존 일식집을 개조해 만든 이 곳은 1층에는 갤러리와 카페가, 2층에는 이방인들이 머물다 갈 수 있도록 게스트하우스 공간으로 꾸며졌다.


  해와의 용도는 문화쉼터에 그치지 않는다. 이 곳에선 스트레스나 우울증 같은 ‘현대병’을 치유하기 위한 심리 상담과 사이코 드라마, 역할극 등이 진행된다. 강박에 찌들린 이들이 마음의 치유를 위해 찾는 일종의 ‘힐링 캠프’인 셈이다.


  대관절 누가 산동네 한 귀퉁이에 이런 공간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문득 주인장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해와’는 심리학을 전공한 오진철 대표와 광주양지병원 김석재 원장이 의기투합해 지난해 말 개관했다. 해와라는 이름에서 ‘소통하고 공감(共感)하는 문화 공동체’를 지향하는 이들의 서원이 엿보인다.


  지금 광주에선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건립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초 개관할 문화전당에는 예향 광주가 보유한 유·무형의 문화자산들이 총망라될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문화수도, 광주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런데 이 거대한 구조물이 내겐 그저 ‘거대 담론’처럼 관념적으로만 다가온다. 문화중심도시라는 수식어 역시 모호한 추상 명제일 뿐이다.


  거대한 콘크리트 조형물이나 박제된 전시물이 문화도시의 진정한 주체가 될 순 없다. 주인공은 무각사 로터스나 해와처럼 우리의 일상 곁에서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문화공동체의 몫이 돼야 마땅하다. 그네들이 뿌린 소중한 씨앗들은 문화도시를 발아시키고 꽃피우는 든든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 편집위원(BBS광주불교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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