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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협 칼럼] 부끄러운 자화상 - 구길용 광주전남기자협회장

작성자 : 광주전남기자협회 (211.198.190.***)

조회 : 3,603 / 등록일 : 14-06-03 14:14

 

구길용  광주전남기자협회장

 

기협 칼럼 - 부끄러운 자화상

 

  온 국민을 깊은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벌써 한 달 보름입니다. 대한민국호의 침몰.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그렇지만 영원히 잊을수 없는 미증유의 참사였습니다.


  대한민국의 민낯을 드러냈던 세월호 사고는 언론에도 깊은 생채기를 남겼습니다. 잇따른 오보와 저급한 보도행태는 그저 과잉 취재경쟁 속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파급효과가 너무나 컸습니다. 기자들 스스로 ‘참사 보도’가 아닌, ‘보도 참사’였다라는 진단을 내놓았고 기자와 쓰레기를 조합한 이른바 ‘기레기’라는 치욕적인 언사도 들어야 했습니다.


  급기야 유력 방송매체의 간부들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언사로 유족들의 깊은 상처를 건드렸습니다. 한 개인의 졸렬한 망언을 넘어 대한민국 언론의 저급한 현실인식을 드러낸 것입니다.


  그래서는 안될 일입니다. 304명의 꽃다운 생명이 차가운 진도 앞바다에 잠기는 것을 목도한 국민이라면, 적어도 역사를 기록할 책무가 있는 언론인이라면 그럴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넋들 앞에서 다시한번 죄를 짓고 있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뒤늦게나마 언론계 내부에서 자성의 소리가 나오고 있는 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KBS기자협회와 노조가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고 다른 언론사들도 잇따라 반성을 담은 보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젊은 연차의 기자들이 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게 고무적인 일입니다.


  이번 사태를 지켜 본 뜻있는 분들은 이런 지적을 합니다. 현재 언론에 쏟아지는 질책 보다, 앞으로 언론을 불신하게 될 사회구조가 더 걱정이라는 겁니다.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비리를 파헤친 기자들, 한 달 넘게 팽목항을 지키며 역사의 현장을 담아낸 기자들이 있었는데도, 언론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그들의 순기능까지 모두 집어삼키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바로 그것입니다.


  결국은 변해야 합니다. 탐욕과 무능으로 얼룩진 대한민국호를 대대적으로 개조해야 한다면, 언론도 결코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재난 보도 준칙 뿐만 아니라, 비판과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해 이번 참사를 사실상 방조했다는 점에서서 이제는 스스로 뜯어 고쳐야 합니다. 


  언론의 고민은 비단 세월호 참사 직후 빚어진 잘못된 보도행태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관행화된 해양수산 분야의 비리가 ‘해피아’를 중심으로 또아리를 틀 때 언론은 과연 어디에 있었고 무엇을 했느냐는 겁니다.


  부끄럽습니다. 언론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제대로 갈 수 있다는 대명제를 다시한번 새깁니다. 그리고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가슴깊이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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