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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의 멘토 쇼펜하우어 - 노병하 전남일보 기자

작성자 : 광주전남기자협회 (211.198.190.***)

조회 : 4,788 / 등록일 : 15-04-07 15:27

 

내 마음의 멘토 - 쇼펜하우어

 

노병하 전남일보 기자

 

 

스무살에 만난 현자


“패배가 따르는 고통을 자발적으로 겪어 보라. 그러면서 인품이 형성되는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이 한마디가 내 스무살을 움직였다.


누구나 그렇듯 스물이란 나이는 완성되지 않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시간은 많은 그러나 결코 만족스러울 수 없는 나이다.


아울러 당시에 나는 그 어떤 멘토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만들지 않았다.


멘토란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 선생의 의미라고 하는데, 내 주변에 그럴만한 사람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내가 멘토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독립적이고 지성이 가득차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니었다.


다만 지금도 그렇듯 나는 고민이나 생각 등 무언가를 털어 놓을때 굉장히 신중한 편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상대가 은연중 보여주는 가식이나 거짓 위로의 표정, 혹은 예의 차원의 수사를 어렸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잘 캐치했다. 아마도 내가 가진 얼마 안되는 재능이었을 것이다.


스물의 청춘은 더욱 그러했다. 지식과 지성, 현명함이 부족했던 그 시기에 내가 믿는 것은 내 몸과 재능으로 이뤄진 본능 뿐이었고 내 재능에 따르면 당시 상당수의 사람들이 가식을 뒤집어 쓰고 살아가는 듯 했다.


물론 나는 겉보기엔 대인관계도 원만했고 사람들 속에 잘 속해 들어간 편이었다. 허나 뒤집어 보면 진짜로는 늘 혼자였고 또 그것을 무척 즐겼다.


그러하다보니 당연히 스승이라고 부를수 있는 사람들과 접촉면도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당시 나는 거만하게도 ‘내 주변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


그것은 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오는 것 일수도 있었다. 문학도일 당시 나는 학교나 교수보다 시집이나 소설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즈음 나는 쇼펜하우어라는 철학자를 만나게 된다.


제일 처음 읽었던 책은 ‘의지로부터의 표상’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 책은 너무 어려우니 당시에는 오죽했을까. 그런데 그게 내 오기에 불을 붙였다. ‘당신의 말을 이해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오로지 1년간 그 책에만 매달렸다. 읽고 또 읽고 적고 적은 것을 붙여 놓고…


고백하건데 지금에 와서도 나는 그 책을 다 이해했다고 말하지 못한다. 다만 쇼펜하우어라는 한 현자에게 인생의 위로를 참 많이 받았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중차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그의 말 몇 가지를 소개한다면 아래와 같다

 

- 명예는 밖으로 나타난 양심이며, 양심은 내부에 깃든 명예이다.

 

- 사람이 우스꽝스럽게 보이거나 초라해 보인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사람의 영혼이란 누구나 같기 때문이다.

 

- 세계는 비참한 사람에게 있어서만 비참하고 공허한 사람에게 있어서만 공허하다.

 

이 외에도 수많은 그의 생각이 내 인생의 위기때마다 지표가 되었다. 나는 일이 막힐 때마다 그의 책을 뒤적거렸고 그의 말을 생각해 냈으며 그에게 늘 질문했다.


기자를 하면서는 더욱 그와 만나는 시간이 길었다. 저널리즘의 기자와 샐러리맨 기자 가운데서 늘 흔들리던 나는 이 유혹(?)과 번뇌(?)가 많은 직업에서 본질과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늘 발악해왔다. 그리고 이 발악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스무살부터 나의 멘토였던 쇼펜하우어를 지금까지 떠나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혹자는 그를 염세주의 철학자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청년 시절의 이야기며 후에는 인생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는 현자로 기억된다.


허나 나는 그가 염세주의적이었을 때가 더 끌렸던 것 같다.


‘살아가면서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마라. 그것은 그저 시간의 소모일 뿐이다. 현명하게 살고 싶다면 불행하지 않기 위해 고뇌하라. 그리고 그 외의 열정은 평안과 지성을 위해 투자하라.’


보라.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온갖 변수와 주관이 뒤범벅된 행복이란 개념을 위해 평생을 보내기보다 평안을 선택하는 것, 나는 내 남은 인생도 이 말과 같이 인생을 보내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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