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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주의 문화에세이 - '힘없는 이들의 손 잡는 일' 우리의 사명

작성자 : 광주전남기자협회 (211.198.190.***)

조회 : 1,470 / 등록일 : 16-10-12 16:09



진은주의 문화에세이 


'힘없는 이들의 손 잡는 일' 우리의 사명


15년 가량의 신문기자 생활을 접고, 지난 3월부터 새둥지를 튼 곳이 광주여성재단이다. 대학원 공부와 더불어 짬짬이 맛만 본 문화기획분야를 정식업무로 지정받고 맡은 첫일이 '여성전시관 운영'이었다.


새 기획전 준비시간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떻게 하나, 막막했다. 그러다 '시의적절해야 한다'는 기자경력의 촉은 전형적인 전시 성폭력 피해자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들여다보게 했다. 당시 4월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들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 촉구가 길거리를 채웠고, 할머니들의 인권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목소리가 곳곳을 뒤덮었다. 그런데 정작 광주는 이 문제에 대해 조용한 편이었다. 미술 등 문화예술분야에선 더더욱 그랬다. '이것이다' 싶었다.


이 주제를 가지고 작품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이 거의 없는 탓에 발로 뛰며 찾아다녔다. 당시 광주·전남지역에는 2명의 할머니가 생존해계셨다. 해남에서 생활하던 '위안부' 피해자 공점엽 할머니와 현재 담양에 거주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곽예남 할머니가 그들이다. 이들을 돕는 시민 모임인 '해남나비' 관계자들을 만나러 해남을 찾아갔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전시자료를 가지고 있는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도 찾아다니며 자료와 정보를 수집했다. 관련 작업을 하는 작가와 작업이 가능한 작가들 섭외를 위해서도 뛰어다녔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전시가 지난 4월 27일 광주여성재단내 여성전시관에서 막을 연 기획전 '마르지 않는 눈물;나비의 꿈'이었다. 김대욱, 성유진, 이성웅, 이혜리, 주미희씨 등 청년작가 5명이 출품해 일제 강점기에 청춘과 인간의 존엄을 유린당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한과 소망을 '나비의 꿈'으로 승화시켰다. 또 해남나비와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관련 서적 요약본 등도 전시관에서 선보였다.


기획전은 전시공간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관심은 있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해온 정치인과 시민활동가, 문화예술인들을 만나게 해준 매개체가 됐다. 해서 전시를 기점으로 '광주나비'가 만들어졌고, '담양나비'도 창립 준비 중에 있다. 그런가하면 호남신학대와 중앙여고 학생 등이 전시관을 찾아와 관련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전시가 진행되던 사이 5월에 해남의 공점엽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이후 광주여성재단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대안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필자 역시 전시 진행과정에서 많은 공부를 했다. 왜 위안부라는 단어 앞뒤에 작은따옴표를 붙여야 하는지, 전쟁이 종식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피해자 할머니들은 여전히 위안소에서의 참상을 악몽으로 만나고 있다는 것을, 후세인 우리에게 어떤 과제가 남아있는지 깨닫고 느꼈다.


기자생활을 하던 때와는 또 다른 보람과 긴장을 느끼며 오늘도 새로운 공부를 한다. 그동안 몰랐던 혹은 외면했던 영역들에 대한 체득의 연속이다. 광주여성재단이라는 특수성 탓에 필자는 특히소외되고 침체된 여성분야에 대한 조명과 지원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체화해야 한다. 실상따져보면 기자 생활 때와 가져야 할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다. 어두운 곳을 밝히고, 힘없는 이들의 손을 잡아야 하는 것 말이다. 이 향기로운 사명감을 품고 기자 시절이 준 경험치에 감사하며 지금 이 순간도 발로 뛰어본다.


-광주여성재단 문화기획 및 홍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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