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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미의 문화에세이] '모멸감'을 책으로 공부하다

작성자 : 광주전남기자협회 (211.198.190.***)

조회 : 2,863 / 등록일 : 17-02-14 13:53



[강현미의 문화에세이]


'모멸감'을 책으로 공부하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
친구, 지인들과 우스갯소리로 가끔 주고받는 영화 '달콤한 인생' 대사다. 자신을 제거하려는 보스를 향해 "나한테 왜 그랬어요?"라고 묻는 이병헌에게 김영철이 툭 던지는 이 말, 참 인상적이다. '어느 지점에서 모욕감을 느낀 거지?'라는 의문과 함께 '모욕감 때문에 사람을 해칠 수 있구나'라는 새삼스런 깨달음까지 주는 명대사다.


지난해 송년선물로 받은 '모멸감-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은 '모두가 화나 있는' 한국사회를 감싼 모멸감의 정체를 파헤친다.


한 사람의 영혼을 파괴시키는 데 말 한마디, 눈빛, 표정 한 번이면 충분하다. 모멸감을 느끼는 지점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폭력이고, 오랜 기간 시달리는 응어리를 남기기 때문이다.


끔찍한 구타보다 고문자들이 "나 담배 피우는 동안 노래나 불러봐라"고 했을 때 너무나 열심히 노래했던 자기 자신이 가장 고통스러웠다는 고문 피해자의 사례는 굴종할 수밖에 없는 느낌 자체가 얼마나 사람의 정신을 파괴하는지를 보여준다.


누군가를 모욕하고 경멸하면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현상은 실은 뿌리 깊은 귀천의식과 불합리·불공정한 관행, 위계 서열이 만들어낸 부정적인 정서들이 바탕이고, 이것은 집단적으로 ○○충, 왕따, 갑질 등 특정 계층, 성별, 지역, 연령에 대한 혐오와 모욕으로 확대 재생산된다.


의식 없이 저지르는 모욕은 더 무섭다. 악플이나 집단괴롭힘으로 한 사람의 인격을 죽이고도 "별 생각 없었다"는 이들이나, 지난 연말 전국을 '자괴감' 열풍에 휩싸이게 했던 장본인이 최근 모TV인터뷰에 나와 온국민에게 모욕감을 주면서도 정작 본인은 그걸 모른다니 얼마나 소름끼치는가. 나 또한 사회관계 속에서 씁쓸한 모멸감을 느낀 적이 있다. 재단을 아주 잘 아는 인사가 공개토론에서 특정 직원의 흠을 직원 전체의 하자인 듯 대놓고 깔아뭉갰을 때,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힘있는 이의 모욕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있다.


책에서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감수성 높은 사회를 향한 구조·문화적 개선과 함께 개인적인 내성을 키우는 방법을 성찰한다. 나도 그동안 사람들에게 무심코 모멸감을 주지는 않았는가 되돌아보며 동시에 이 책을 사서 안겨주고 싶은 이들의 얼굴도 떠오른다.


모멸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길은 타인의 인정을 구걸하지 않는 자족, 감정의 움직임에 끌려다니지않는 마음의 중심을 세우는 것이라니, 그럼 다음 책은 '자존감 수업'인가? 


-광주문화재단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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