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
인쇄
이전 목록 다음

손선희의 문화에세이 - 전라도 사투리의 무게감

작성자 : 광주전남기자협회 (211.107.177.***)

조회 : 3,251 / 등록일 : 17-06-14 22:44


<연극 '맥베스411' 中>



선희의 문화에세이


전라도 사투리의 무게감



"긍거시 나가 꿈에서 보았네. 딱 이모냥새를…, 불맹 여는 아닌 것 같었는디. 그려 저 멀리 어디물 건너 어디였어. 하여튼 여는 아녔어. 근디 딱 이런 기림이었어. 느자구도 없이 오밤중에 나가 앉은 이 자리를 뺏으러 너 같은 역적놈이 들이닥친 딱 이모냥인 게지라"


셰익스피어 원작 '맥베스' 중 제국의 군왕이 반란군에게 포위당한 상황에서 읊조리는 대사다. 외국 원작인데 군왕이 전라도 말을 쓰다니?!!.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최근 공연된 연극 '맥베스411'의 초반 장면이다. 해외 고전을 원작으로 한 작품을 온전히 지방 사투리로만 만든 건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것이다. 그만큼 우려도 기대도 컸다.


사투리는 지역의 대표적 문화자산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비뚤어지게 만들어 놓은 편견으로 인해 사투리를쓰면 교양이 없거나 창피한 일로 여길 때가 많았다.


사실 맥베스를 전라도 사투리로 만들자는 것은 배우 안석환씨의 제안이었다. "왜 번역극은 꼭 표준어로만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라는 의문과 지방에서 만들어진 작품조차 모두 표준어를사용하다보니 지방 특색을 제대로 살린 연극을 만나보고 싶다는 바람에서라고 했다.


여기에 전라도 사투리가 지닌 편견을 깨고 싶다는 서울 출신의 김희정 아시아문화원 공연사업본부장 뜻이 결합되면서 전라도 버전의 맥베스 제작은 급물살을 탔다.


배우도 오디션을 거쳐 총 20명의 출연자 중 13명을 지역 출신으로 뽑았다. 20대부터 60대까지로 구성된 배우들은 전라도 말로 된 대사를 외우고 소리의 고저를 몸과 마음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막상 연습을 시작하니 아이러니하게도 지역 출신 배우들이 전라도 말을 더 어려워했다. 지역의 무대에서조차 배우들은 표준어만 사용했기 때문이다.


자신만만하게 시작했지만 연극을 올리기 전까지 모두 긴장했다. 서울 연극계나 지역의 이목도 쏠렸다. 실력 있는 연출진이 함께 하니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 한편으론 비장감 넘치는 맥베스가 자칫 제2의  '황산벌'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소리도 간간이 들려왔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막상 무대에 오른 전라도 말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깡패나 악역이 쓰던 그런 언어가 아니었다. 전라도 사투리도 정극을 하는 데 조금의 손색이 없음을 증명했다. 아니 오히려 남도의 한 서린 말투가 표준어보다 더 진한 몰입감을 줬다.


이 참에 전라도 사투리의 진가를 보여주는 여러 활동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외지에서 온 어느 누군가는 내게 자주 이런 말을 했다. 지방에 가면 그 곳의 사투리로 진행하는 뉴스가 듣고 싶다고.


-아시아문화원 마케팅팀 과장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목록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 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 됨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SITE MAP

팀뷰어 설치파일 다운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