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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는 수다도 이젠 익숙 -길용현 전남매일 기자

작성자 : 광주전남기자협회 (118.40.67.***)

조회 : 1,911 / 등록일 : 20-12-03 15:06

길용현 전남매일 기자


혼자 떠는 수다도 이젠 익숙


서른셋 인생 처음 맛 본 외로움
9개월만에 터득한 삶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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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무섭다. 아니, 무서웠다. 다른 이들이 나를 보기에 색안경을 끼고 본다. 근처에 기자들뿐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각자 저마다의 견해가 있지만 결론은 늘 비슷하다. 사람들은 0.1t에 가까운 나의 덩치를 보고 무서운 것 하나 없을 것 같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의외로 입맛도 까다로워 가리는 음식도 많고,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귀신의 존재조차도 무섭다. 그렇다. 의외로 나는 여리고 겁쟁이다.
그런 내가 9개월 전부터 타지에서 혼자 살기 시작했다. 전남도청 출입처를 받고 출퇴근 시간을 합쳐 2시간 이상이 소모되자 내린 극약 처방이다.
내 보금자리는 전남도청 500m 앞 남악신도시 원룸이다. 항상 누군가가 내 곁에 있었는데 혼자 살아보기는 서른 셋, 내 인생에서 처음이다.
광주 토박이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고향을 떠나본 적이 한번도 없다. 처음에는 자취 생활이 흥미로울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컸다. 귀차니즘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부모님의 그늘 아래 지내온 터라 ‘혼자 살게 되면 케어해줄 존재가 없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안일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빨래부터 방청소, 끼니까지 무엇 하나 혼자 해본 적이 없다. 그 사이 나는 나이가 꽉 찼다. 곧 장가도 가야하는데, 이러다가 좋은 남편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날이 늘었고 그렇게 시작됐다. 일요일 출근 후 남악으로 달려가 목요일 오후에 광주로 올라오는 생활이 말이다. 물론 홀로서기는 쉽지 않았다.
입을 옷이 떨어져갈 때 쯤에만 세탁기는 가동됐고 설거지는 밥을 먹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언제 광주로 올라갈 일이 생길지 몰라, 끼니는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으로 때우기 일쑤였다.
이러한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가장 큰 문제는 외로움으로, 태어난 이후 광주를 벗어나지 않았던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1진인 정근산 부장님이 잘 챙겨주시고, 혼자 수다 떠는 법도 늘었다. 이제 제법 혼자 사는 것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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