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 응답·가상번호의 함정을 보라 단일화 예측 문항 ‘컨벤션 선행효과’ 경계인물과 정당 지지도 묻는 순서따라 달라져수많은 영향 요인·정세적 역동성 파악해야 여론조사 관련 기사 작성에서 기본은 여론조사 결과가 현실의 의견 분포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실제 의견 분포와 여론조사가 달라지는 이유를 생각하면서 더 정확한 여론을 전달할 수 있게 된다.먼저, 여론조사는 본질적으로 점 추정이 아닌 구간 추정이라는 점을 반드시 명심하고 오차범위를 넘지 않는 비율 차이를 절대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표본 수에 따라 오차범위는 달라지니, 전체 표본 중 하위 집단 내의 격차를 해석할 때는 부분 집합에서 적어진 표본 수에 따라 오차범위는 더 커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오차범위는 정례적으로 발표하는 조사에서 변동 폭의 유의성을 따질 때도 적용된다는 사실도 알아둬야겠다.최근 여론조사 결과 간 차이를 해석하는 데에는 국내 여론조사에서 많이 쓰고 있는 자동응답(ARS) 방식 여론조사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가성비가 좋다고 해서 언론사에서도 많이 채택하고 있는 자동응답 방식 여론조사는 녹음된 음성을 통해 응답을 받기 때문에 응답자가 연령대나 성별을 속이는 응답에 무방비다. 또한, 응답해달라고 독려할 수 없어서 저관여 유권자는 중도 이탈하게 돼 응답률은 낮고 고관여자 중심으로 추출하기 마련이다. 적으면 3%에서 많을 때 10%대의 불성실 응답이 발생한다고 하니, 사실 여론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긴 어려워 해석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고관여자 중심으로 추출한 결과는 여론의 양극화를 촉진하기도 한다. 국내 유권자 중 대통령에 대해 ‘매우 긍정 평가’하거나 ‘매우 부정 평가’하는 유권자가 다수라는 점은 누가 생각해도 이상하다. 중립적 평가자를 증발시키는 역효과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국내 정서적 정파 대립에 자동응답 조사가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 없는 여론을 만들어 실제 여론에 오히려 영향을 주는 ‘왝더독’ 현상은 한국 정치에서 더 강하게 드러나는 특성이다.자동응답 조사의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관여자 응답자들은 여론조사의 표본으로 선정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연령대를 속이는 경향이 발생한다. 당내 경선이 진행되는 기간에 여론조사 전화를 받으면 연령대를 속이라고 공공연히 선동하는 정치인도 있는 실정이다.추출틀 문제도 최근 이슈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유권자 대상 조사의 대부분은 추출틀로 통신사에서 선관위로 제공하는 가상번호다. 그런데, 가상번호는 3대 통신사 이용자가 통신요금 고지서 수령처로 지정한 지역을 기준 삼기 때문에 사실 실제 주민등록주소와 다를 수 있어 문제가 된다. 오피스타운을 끼고 있는 지역구 조사를 위해 가상번호를 받으면 40% 이상이 해당 지역 거주자가 아니라고 한다. 이처럼 요금 고지서 기준 가상번호 제공 방식은 조사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구의 주민으로 가장해 여론조사에 응답하려는 일부 선거 관여자의 탈법 욕구를 자극한다.최근 필자는 여론조사를 해석하는 데 있어 업계와 언론이 아주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문항에 의한 편향이다. 과거 2022년 1월에 같은 조사회사가 같은 방법으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조사한 결과에서, 하나는 이재명 대 윤석열 후보 간 격차가 10%포인트가 넘었지만, 또 다른 하나에서 거의 붙은 것처럼 나온 적이 있다. 두 후보 간 격차가 소거되고 대등하게 나온 조사에서는 윤석열과 안철수의 단일화 문항이 들어가 있었다. 발생하지도 않은 컨벤션을 설문한 효과, 즉 ‘컨벤션 선행효과’가 나타난 것이다.최근에는 동일 지역구 여론조사에서 10% 중반대 격차가 발생하기도 하고,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미세한 차이만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혼동이 있다고 한다. 이 차이는 지지하는 후보를 묻는 문항이 설문 구조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에 따른 것이다. 문항 순서효과다. 지지하는 정당보다 앞서 인물을 묻는다면 인물 경쟁력에 의한 선택이 강해지지만, 정당을 먼저 묻는다면 정당 지지 성향에 의한 일관 선택 경향이 발생해 두 후보 지지도 차이는 정당 지지도 격차 정도로 수렴된다.이처럼 문항효과는 여러 가지로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데, 최근 발생하는 ‘하우스 이펙트’도 반복되는 문항효과에 따른 것으로 필자는 해석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 업체는 조사 결과를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로 활용하곤 해 채널 구독자의 성향에 맞는 문항만으로 조사를 하거나,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문항을 만들어 정례조사를 해왔다고 한다. 이 경우 이념 성향별로 어느 한쪽이 체계적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언급되면, 문항효과에 의한 하우스 이펙트, 즉 기관 효과로 굳어진다. 이처럼 진보나 보수 어느 한쪽 성향에서 응답을 거부하는 경향이 굳어진 조사업체가 결과를 내놓는다면 그 결과를 그대로 인용하기는 어렵게 된다.여론조사는 많은 영향 요인이 있어서 같은 시기에 조사한 결과도 다른데, 어떻게 선거 결과와 같길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영향 요인을 잘 이해하고 정세적 역동성을 맥락적으로 파악해야 여론조사도 잘 읽을 수 있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이사
광주전남기자협회 24-03-27 조회25
문화 숨결 깃든 공간, 생명력을 얻다박진현 광주일보 선임기자 책 출간루르 박물관 등 국내외 21곳 소개 문화를 매개로 한 도시재생을 취재해온 박진현 광주일보 선임기자 겸 문화·예향 국장이 책 ‘도시재생, 문화가 미래다’(엔터 펴냄)를 출간했다. 그는 국내 11곳·국외 10곳 등 대표적인 ‘문화적 도시재생’ 공간 21곳을 취재했다. 광주시민회관 FoRest971, 담양 해동예술촌 등 지역 공간과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제주 아라리오 뮤지엄, 독일 에센 루르박물관, 뉴욕하이라인파크 등 국내외 곳곳을 누볐다. 박 기자는 오래된 기억의 공간을 문화로 살려낸 도시재생의 가능성을 들여다봤다. 책에서는 개별 도시들이 지닌 고유한 정신적·문화적 가치를 도시재생과 연관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수년간 국내외 도시재생의 현장과 공간을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문화적 재생의 가치와 의미를 담았다.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짓는 전통적인 도시개발 대신 지역의 역사와 흔적을 간직한 공간에 문화와 스토리텔링을 엮은 재생은 도시의 정체성과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추억의 공연장이 청춘의 숲으로 변신한 광주시민회관 FoRest971은 ‘근대건축이 청년과 통(通)한’ 상징적인 공간이다. 담양 해동문화예술촌은 막걸리 주조장의 정체성을 살린 독특한 전시구성과 콘텐츠로 이목을 끌었다. 이밖에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문화역 서울284, ‘한국의 산토리니’ 부산 감천문화마을, 시민이 주도한 문화 아지트 일본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도시재생 새 패러다임을 연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 등도 소개한다. 지난 2006년부터 광주일보에 칼럼 ‘박진현의 문화카페’를 연재하고 있는 박 기자는 33회 최은희 여기자상(2016년)을 받았다. 저서로 ‘처음 만나는 미국미술관’, ‘도시의 아이콘, 아트센터’, ‘문화 만나러 떠날까? 세계 서점, 미술관 여행’ 등이 있다. 백희준 편집부위원장
광주전남기자협회 23-07-05 조회459
광주전남기자협회 2019 올해의 기자상 심사평 심사위원장 류한호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광주전남기자협회 올해의 기자상은 2019년 한 해 동안 광주전남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이 생산한 수많은 기사들 중에서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여 수상하는 것이다. 올해는 6개 각 분야별로 좋은 기사들이 생산되었다. 출품작을 일별한 심사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좋은 작품이 많다는 데 동의했다. 지역언론은 신문이나 방송을 막론하고 그 상황이 급격하게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기자들이 보유하고 내뿜는 기는 강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19년 광주전남기자협회 올해의 기자상 수상작들은 유난히도 정치경제권력을 가진 자들이 감추는 것을 파헤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다수 수상작들은 지역사회의 현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이를 심층적으로 탐사하는 강력한 기자정신을 보여 주는 데 성공했다. 정치경제권력을 가진 자들은 이익관심에 따라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무언가를 감추려 드는 경우가 많다. 언론이 수행하는 기능 중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은 환경감시기능이다.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사안들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여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의 일차적 과제다. 이를 통해 변화와 문제를 알아야 사회구성원들이 그 위기를 인식하고 서로 의논해서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이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구성원들이 토론과 협력과 여론형성기능이다. 환경감시기능이 작동하는 것은 자연환경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환경감시는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시스템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리를 찾아내고 이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일을 말한다. 기자들이 담당하는 일이다. 기자가 감을 잡고 그 비밀을 파헤치려 하면 감추기는 더욱 교묘하고 집요해진다. 찾아내는 기자와 감추는 권력의 대립구도 속에서 저널리즘은 존재이유를 찾는다. 이 일을 잘 하도록 하기 위하여 국민들은 기자들에게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부여했다. 기자들은 이 위탁받은 자유를 구현하기 위하여 사명감을 갖고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기자의 힘이고 숙명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가시밭길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각 영역에서 힘을 가진 자들은 만만치 않다. 그들은 감추기만 하는 게 아니라 기자들과 언론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 힘과 대립하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2019년 광주전남 기자들은 열심히 캐내고, 오랜 시간을 들여 깊이 파고 들었다. 올해의 기자상에 출품된 작품은 총 76편이었다. 분야별로는 신문통신 취재보도 20건, 신문통신기획보도 13건, 신문편집 9건, 사진보도 8건, 방송취재보도 12건, 방송기획보도 14건이었다. 출품작들이 좋아서 심사를 마치기까지는 예상 밖으로 시간이 많이 들었다. 심사결과 신문통신취재보도 부문에 출품된 <'의혹투성이' 민선 6기 광주시-맥쿼리 제2순환도로 변경 협약> (광주일보 윤현석, 오광록, 김형호)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기사는 말썽 많은 제2순환도로 문제와 관련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정보를 장기간에 걸쳐 수집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심층적으로 살폈다. 신문통신 취재보도부문 최우수상으로는 <'국민 안전 위협하는 한빛원자력발전소의 실태> (광남일보 정규팔)을 뽑았다. 이 작품은 최고수준의 보안시스템 때문에 접근하기가 원천적으로 어려운 원자력발전소에 생긴 심각한 균열 문제를 깊이 있고 정확하게 들여다 보았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았다. 신문통신기획보도부문에서는 <교통복지의 늪, 광주 버스 준공영제 대안은 없나> (남도일보 정세영, 이은창, 임소연)를 최우수상으로 선정했다. 시민의 일상적 삶과 관련된 주제를 선정하여 그 허실을 다각도로 살펴 보고 그 대안을 모색한 이 기사는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방안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신문편집부문에서는 <역사관련 편집> (전남일보 홍성장 외)을 최우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사진보도부문 최우수상은 <'"왜 이래" 질문 뿌리치는 전두환> (연합뉴스 정회성)이 선정했다. 지역사회의 이슈와 관련된 결정적 순간을 놓치지 않고 순간포착하여 사진으로 만든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방송취재보도부문에서는 최우수상으로 <'분리배출하라면서 청소업체가 '불법매립'> (광주MBC 남궁욱, 강성우, 이정현)을 뽑았다. 이 기사는 기자들이 발품뿐만 아니라 몸을 사용하여 청소업체가 설치한 다양한 방어장치를 뚫고 취재보도하는 용기를 보여 주었다. 방송기획보도부문에서는 <KBS순천 특별기획 - '미세먼지, 잿빛 연기의 경고'> (윤주성, 박석수)를 최우수상으로 선정했다. 유독 환경과 안전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른 올해 사람들의 일상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미세먼지는 배출하는 거대 제철회사가 저지르는 문제를 심층적으로 보도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우수상이 아닌 우수상으로 선정된 작품들도 대체로 모두 최우수상과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것들이 많았다. 심지어 우수상을 받지 못한 작품들도 상당수가 수상작으로 손색없다 할 정도로 질이 좋았다. 종합하면 2019년 광주의 저널리즘은 살아 있었다는 것이다. 기자들이 발로 뛰면서 쓰는 기사들이 많아졌고, 그 질도 좋았다는 것을 명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발생하는 사건들을 사실 그대로 보도하는 객관보도는 매우 중요한 저널리즘 원칙이다. 하지만 기자에게 주어진 사명을 인식하고 그 길을 묵묵히 단단하게 걸어가면서 지역의 문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답을 찾아내는 믿음직한 기자의 모습은 더욱 중요하다. 가짜뉴스와 정당과 일체화된 편파저널리즘, 소유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방패막이 저널리즘 등으로 총체적인 신뢰의 위기에 빠진 한국언론의 그림자에 환한 빛을 드리운 광주전남의 언론이 2010년대에도 이어지길 기대한다.
광주전남기자협회 20-02-06 조회2109
광주전남기협 운영위 2015년 첫 회의 광주전남기자협회 운영위원들이 1월18일 협회 사무실에서 2015년 제1차 회의를 하고 있다. 이날 운영위원들은 협회 집행부가 보고한 사회공헌 봉사활동, 체육대회, 워크숍, 해외연수 등 2015년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2014년 올해의 기자상 수상자들은 3월3일부터 6일까지 3박4일간 중국 북경으로 연수를 다녀올 예정이다.
광주전남기자협회 15-02-12 조회2241
<사진설명 상> 오늘은 마음껏 스트레스 풉시다 구길용 광주전남기자협회장이 개회식에서 “회원간 우의를 다지고 마음껏 스트레스를 풀자”며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설명 하> 최고의 경품(?) 연합뉴스 광주전남본부 손상원 기자가 두 아들을 카트에 싣고 이동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전남기자협회 14-11-12 조회2515
<사진설명>(상)100번 오르면 두 번 정도 밖에 볼 수 없다는 청명한 하늘 아래 백두산 천지 (하) 좌-천지에 오르기 직전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1천 개의 계단 우-중국과 북한을 경계로 나누는 두만강 다리. 건널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아픔을 대변하는 듯 하다. 백두산 여행기 박인철 광주신세계 기획홍보팀장 영하 40도 뚫고 만난 天池…감동 또 감동 지난 1월말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 아들과 함께 올랐습니다. 온 지구에 빙하기라도 온 듯 최강 한파가 몰아친 날 실온도 영하 32도, 체감온도 영하 40도, 한번도 체감해 보지 못한 추위를 뚫고 2천750m 백두산 정상에 섰습니다. 버스에서 스노모빌로 갈아타고 서파쪽 백두산에 오르는 길은 칼로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싸움이었습니다.(오른쪽 볼에 동상의 상처를 남겼습니다) 매섭도록 차가운 바람이 살갗을 뚫고 들어오는 고통을 이기고 발아래 펼쳐진 구름위에 올라 1천개의 계단을 딛고 눈앞에 펼쳐진 백색의 천지는 말그대로 하늘 위에 호수였습니다. 한민족의 정기가 솟아 오르는 백두산 천지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우리땅 북쪽을 통해 한번에 올 수 있는 이곳 백두산, 광주에서 2시간 김해공항으로 버스타고, 김해에서 연변공항까지 2시간 30분 비행기를 타고, 연변에서 백두산 아래 도시인 이도백화까지 4시간 버스를 타고 돌고 돌아 우리는 그렇게 백두산 천지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1천개계단끝하얀세상얼어붙은 장백폭포 장관 다리 하나 사이에 두고건널수없는북녘의땅 생존단어만 나눈 중2 아들호연지기 기른 여행 됐길 100번 오르면 두 번 정도 밖에 볼 수 없다는 천지는 한파를 뚫고 오른 우리의 노고에 답례라도 하는 듯, 서파 북파 연이틀 활짝 열어 젖히며 벅찬 감동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천지물이 떨어지는 60미터 높이의 웅장한 장백폭포는 3분의 1이 얼어 붙어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었지만 천상에 오르는 길처럼 멋진 장관이 펼쳐졌습니다. 눈꽃 상고대 설경과 분화구로 뚫고 나오지 못해 뜨거운 지열로 피어오르는 연기는 꿈속을 거닐 듯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마지막 날. 100미터도 채 되지 않을 것 같은 중국과 북한을 경계로 나누는 두만강 다리도 파란색 빨간색으로 나뉘어져 국경임을 구분해 줄 뿐 여느 다리와 같았습니다. 먼거리 돌아 여기까지 왔는데 불과 다리 하나 사이에 두고 건널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설움을 대변하고 싶은 마음에 북한 땅을 줌으로 당기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연변 박물관에 들렀습니다. 우리와 똑같은 언어와 문화를 지키며살아가는 조선족의 역사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옛고구려 발해가 주름잡고 항일 운동의 근거지로 우리 민족의 주 활동 무대였던 이곳 간도 일대에 조선족 농악무가 널리 분포돼 있는 지도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남의 땅이된 우리의 옛 영토는 같은 민족, 같은 언어, 같은 전통으로 아직도 지도에 발해 땅 만큼의 우리의 문화적 영토로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지금은 남의 땅에서 우리 한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계승하며 민족의 정체성을 처절히 지켜나가는 그들의 노력과 애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와 같은 민족 연변일대 조선족을 하나의 뿌리로 이해하고 통일 조국의 힘있는 미래에는 대륙으로 뻗어나가며 함께 손을 잡아야 할 우리의 또 하나의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말을 가르치지만 조선의 역사를 가르칠 수 없다는 연변 가이드의 말이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 여행 내내 몇 마디 생존단어 외에는 문장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긴말이 없는 중2 질풍노도기 아들놈이 뭔 생각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들과 둘이 동행한 여행을 통해 부자간의 정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자 백두산 정기를 받으며 스스로 호연지기를 기르고 뭔가 느낄 수 있었던 여행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함께 동반한,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하신 선배님들. 몇 십년 동안 산을 오르며 맺은 인연으로 20여년 만에 다시 백두산을 찾아 감회에 젖으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몸소 증명해 보이신 건강하신 모습들 나이들어서도 함께 어울리며 배려와 진한 우정을 나누는 선배님들의 멋진 삶도 이번 여행의 또 하나의 배움이었습니다. 유익한 3박 4일 하얀 눈세상 백두산 여행을 정리하는 동안 하얀 눈으로 뒤덮힌 설국 광주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광주전남기자협회 16-03-10 조회3655
[기고] 윤석년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유능한후보 알리기 노력을 지역언론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실제 선거에서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총선에 나서는 예비 후보자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총선을 준비하는 예비 후보자들은 명함과 선거 사무실에 걸린 현수막 또는 휴대폰 문자와소셜미디어 등 새로운 매체를 통해 후보자 알리기를 하고 있지만, 실제 신문 지면이나 방송 뉴스에 다뤄질 경우인지도 제고 효과는 훨씬 커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후보자가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발로 뛰는 선거 운동도 필요하지만, 실제로 언론을 통한 인물과 공약 알리기가 함께 이뤄질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지금까지 우리 지역에서 이뤄진 총선은 매번 지역 정서에 기대어 압도적 지지를 받고 이른바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구도가 이어져 왔다. 4·13 총선은 이전 선거와 달리 유권자들에게 특정 정당과 후보자 선택 기회를 확대해 주는 선거다. 현역 의원들과 새로 선거에 뛰어든 인물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역 의원은 물론 예비 후보자들은 공천받기도 만만치 않고, 공천이 되더라도 여차하면 총선에서 낙선할 가능성도 전에 비해 훨씬 높은 편이다. 4·13 총선보도는 정당과 총선 공약 그리고 출마 후보 정보 제공에 있어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언론은 지면과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우선적으로 지역 내 출마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유권자에게 알리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또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새로운 후보의 인지도는 현역 의원들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다. 지역 언론은 현역 프리미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인물들을 소개하는 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아울러 지역언론이 지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또 이를 미래의 청사진으로 그려갈 수 있는 유능한 인재가 누군지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는 계도적 역할도 곁들이게 되면 금상첨화다.
광주전남기자협회 16-03-10 조회3720
<사진설명> 1993년, 초모랑마 베이스캠프 가는 길 [되돌아 본 나의 기자생활] 이창수 곡성군청 기획홍보단장, 전 광주일보 논설위원 이창수 단장은 1982년 광주일보 1기 입사 광주일보 정치·경제·사회·문화부장, 뉴미디어 부장 광주일보 논설위원·문화사업국장 곡성군청 기획홍보단장 광주전남 언론인 산으로 이끈 선구자 언젠가 신문에서 읽은 ‘서평(書評)’ 한 대목. “한 대(代)가 업(業)을 지으면 기자를 하고, 2대가 업을 지어 홍보(弘報)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엮은 리얼 스토리라 했다. 그날, 저녁 자리에서 후배에게 던진 한마디. “그래. 3대의 업이 쌓이면 기자 하다가 홍보를 하는 건가? 그게 바로 나지” 흔한 얘기로 우리가 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다. 순간순간의 시간 속에 자신의 생을 사는 의미를 새겨 넣는 행위다. 공인이기도 한 기자는 특히 그렇다. 얼마 전 받은 전화 한 통. 취기가 덜 가신 상태에서 오랜만에 듣게 된 “선배님”이라는 친숙한(?) 호칭이 이 글을 쓰게 한 동인이자 족쇄였다. 고향 집으로 귀촌한 지 어느새 10년 여, ‘정부 미(米)’에 입맛이 길들여진 상태에서 ’나의 기자시절‘ 운운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후배‘에게 엉겁결에 답한 것일지라도 엄연한 약속, 그래서 앞으로 취중 통화는 안 하는 게 상책일 터. '광주일보 1기' 부푼 꿈이자 버거운 짐 오래된 일기장을 넘기듯 지나온 시간들의 아릿한 편린들을 추슬러 본다. 스스로 깨뜨린 유리 병 조각에 손목을 베인 것처럼 아리지만 슬프지는 않다. 기자(記者), 그 때의 상념은 아직도 마저 끝나지 않은 ‘5월’로 시작된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년의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격동의 80년대 초, 광주일보에 입사한 내게 금아(琴兒)의 수필처럼 찬란했던 ‘5월’은 늘 매캐한 최루가스에 덮여 변주되는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 시대의 성장통으로 다가오곤 했다. 익히 아다시피 광주일보는 민족 전란인 6·25를 겪으며 태동한 ‘전남일보’와 4·19혁명의 씨앗을 품고 싹을 튼 ‘전남매일신문’(최승호 선배님의 ‘광주일보가 나아갈 길’에서 인용)이 신 군부의 체외 수정으로 새롭게 태어난 광주·전남지역 유일의 종합 일간지였다. 그래서 광주일보는 저항과 혁신, 보수와 개혁의 DNA를 공유할 수밖에 없었고, 광주일보의 한 아이콘이기도 했던 ‘수습기자 1기’라는 이름표는 내게 늘 부푼 꿈과 함께 버거운 짐도 마다하지 못하게 하는 주술이었다. 소위 중앙 일간지와 ‘1도(道)1사(社)’ 체제의 지방신문은 물론 방송 3사에 입사한 대한민국의 모든 수습기자들이 ‘5공’ 정부가 주관한 집체교육을 받고, 세칭 ‘기자증(press card)’을 받아 언론의 길에 들어서던 때였다. 1987년 7월, ‘6·29선언’에 따른 ‘6공’ 탄생 과정에서 대통령 후보 인터뷰 일정은 ‘이한열 사망’ 사건으로 연세대 현장 취재로 바뀌었고, 89년 ‘이철규 변사사건’은 ‘부패망(腐敗網)’ 등 새삼스러운 법의학 공부와 현장 재연 등 기자와 스페셜리스트를 넘나드는 곡예까지 마다하지 않게 했었다. 그 때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후배님들께 귀한 지면을 빌려 선임으로서의 독선과 아집을 사과드린다. 에베레스트 등 대자연의 은밀한 오지 탐닉 80년대 어스름, ‘89~90 에베레스트 원정대’라는 나를 미치게 만든 속칭 ‘뽕’을 맞게 된다. 서울과 경남·북에 이어 광주·전남 산악인들이 히말라야 원정길에 나선 것이다. 당시 ‘억대’를 넘는 비용 부담으로 감히 넘보지 못했던 ‘하얀 산’을 향해 ‘광주·전남 학생산악연맹’이 도전의 깃발을 내걸었고, 한국일보의 대한산악연맹 한국 에베레스트원정대 동행취재가 유일무이였던 언론 환경에서 호승심을 주체하지 못한 내게 ‘제3의 극지’로 갈 수 있는 길이 생겨났다. 보이지 않은 공모 형태(편집부국장께서 젊은 기자 3~4명에게 동행취재를 암시하며 각자 준비와 훈련을 권유)로 원정팀에 선발된 이후 네팔 에베레스트와 중국 초모랑마(에베레스트의 중국 명칭), 천산산맥 칸텡그리·포베다 원정, 캄차카 화산지대 탐사 등 한동안 대자연의 은밀한 오지(奧地)를 탐닉하는 열병에 시달려야 했다. 그것은 내게 또 하나의 여정(旅程)이었다. 80년대가 기자로서 인문학·사람과의 대화 노력이었다면 90년대는 생태학·자연과의 만남이었다고나 할까. 어쩌면 ‘사람 앞에 선 기자’와 ‘자연 앞에 선 기자’의 차이, 그리고 자신의 어설픈 민낯을 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이었다는 게 더 솔직한 표현이리라. 2004년이 저물 무렵. ‘언론사도 기업’이라는 경영자의 트랙을 벗어나지 못해 ‘백척간두 진일보’라며 행한 귀향. 그리고 군정 홍보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다시 언론과의 교감이 시작됐다. 일전, 매일 아침 뒤적이는 신문들 가운데 지령 20000호 광주일보를 대면했다. 특집을 엮어 낸 선·후배님들의 표정을 행간으로 읽으며, 버릇처럼 지인과의 ’쏘맥 한잔’을 예약한다.
광주전남기자협회 15-06-05 조회3803
기자들은 새로 출발한 광주ㆍ전남기자협회에 문화행사를 늘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많이 내놓았다. 이는 최근 기업체와 관공서에서 직원과 가족이 함께하는 문화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은성 광주매일신문 사회부 차장은 "프로야구ㆍ프로축구 등 스포츠 단체 관람이나 영화관을 빌려 회원과 가족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면서 "또 문화 행사 때는 평소 기자협회에 도움과 관심을 주시는 분들을 함께 초청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운창 연합뉴스 차장도 "체육대회는 일 년에 한 차례만 하고 그 대신 문화행사를 늘렸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행사 수만 무조건 늘리지 말고 일 년에 1~2개를 하더라도 내실을 가지고 꾸준히 할 수 있게 만들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연수기회 확대 및 한국기자협회와의 교류 증진에 대한 주문도 나왔다. 배현태 전남일보 사진부 기자는 "출입처에 따라 연수 기회 차이가 큰 것이 현실이다. 기협에서 국내 연수나 해외 연수를 추진할 때 이런 부분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오승현 남도일보 경제부 차장은 "연수를 통해 기자들이 휴식도 취할 수 있고, 재충전의 기회를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최근 몇 년간 기협 연수가 줄어든 것 같은데 기회를 늘려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김대우 무등일보 사회부 차장은 "한국기자협회의 경우 사실상 회장 선거 때만 보고 평소에는 보기가 힘들고 교류도 없는 것 같다. 소속감을 높이는 차원에서라도 연수 등을 통한 교류의 기회를 만들면 좋겠다"면서 "한국기자협회 뿐 아니라 영남이나 충청지역 기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행사를 고민하면 기자들 간의 연대감도 높아질 듯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경찰서 출입기자실 환경 개선, 의료혜택 확대, 언론인 자녀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장우석 편집위원
광주전남기자협회 14-03-14 조회3845
되돌아 본 나의 기자생활 이광이 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위원·전 무등일보 기자 이광이 위원은 -무등일보 기자·노조위원장-전국언론노조 선전국장·편집국장-문화체육관광부 과장-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 국장-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위원 따뜻한 봄날, 초등학교 운동장. 한 아이가 뛰어가고 있다. 저쪽에서는 새가 한 마리 날아온다. 새는 갑자기 급격한 하강 비행을 시도했다. 먹이를 발견했거나, 천적에게 쫓기는 중이었을까? 둘은 비슷한 높이가 됐다. 마주보고 달리던 아이와 새는 충돌했다. 아이는 한쪽 눈을 실명했다. 아이 가족은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학교의 책임은 애매하다. 새는 피해를 보상할 능력이 없다. 이 허망하고 비참한 사건을 어찌할까? 20여년 전 지산동 법원에 다니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이다. 나는 2사회부 소속 법조2진이었다. 책상에는 ‘우리 군수님’으로 시작되는 지역주재 형님들의 기사봉투가 수북했다. 오전에 국적불명의 언어들을 한글로 바꾸는 일을 마치고, 오후에는 법원에 갔다. 거기 가는 것은 치과에 가는 것만큼이나 싫은 일이다. 법조는 가난한 출입처였다. 점심 사주는 이도 없어 각자 해결하고 온다. 광주지법 한 구석 하꼬방만한 공간에서 1진은 화투 패를 늘어놓고 금일의 일진을 점치고는 했다. 2진은 서넛 무리를 지어 법원과 검찰청을 ‘사쓰마와리(察廻)’ 했다. 법원 수석부장판사실에는 판결문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각 사건마다 거의 책 한권 분량이다. 그것을 나눠 읽는다. 그 더미 속에서 기사거리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판결문은 다이제스트를 제공하지 않는다. 꺼리가 될 성 싶으면 통으로 읽고 메모해야 한다. 수첩을 서로 풀한다. 간혹 검경이 은폐했던 사건이 보석처럼 건져지기도 하지만, 그래서 법원에 특종은 없다. 피해구제, 공공의 금고를 털어라 나는 2년간 법원을 출입했다. 한자투성인 판결문을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 일은 고역이었다. 시청이나 도청이 가고 싶은 출입처였다. 교육청은 마지막 남은 5공식 출입처라는 얘기를 풍문으로 들었다. 하지만 기자로서 내 근육은 법원에서 컸다. 판결문 안에는 삶의 모서리에서 빚어지는 온갖 사연들의 기승전결이 다 들어 있다. 그런 점에서 하나의 교과서다. 저 아이의 실명사건에 대해 판사는 학교에 관리책임을 물었다. 청구액의 6할을 보상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기억한다. 학교도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피해 구제의 책임은 감당할 수 있는 자에게 지울 수밖에 없다. 그것은 다수이고, 기관이다. 나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거나, 가해자의 무능으로 피해구제가 난감할 때, 공공의 금고를 털어야 한다는 논리를 지산동에서 배웠다. 그것을 어느 정도 비약하면, 우리는 세월호의 해법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법원은 지금 생각하면 낙타의 시간이었다. 니체가 말한 낙타-사자-어린아이를 거치는 3단계 중에 처음 거쳐야 하는 시간. 짐을 싣고 사막을 건너는 낙타처럼, 묵묵히 견디고 습득해야 하는 시간이다. 거기서 이성과 논리의 칼을 벼리고, 자존을 키운 후에 강호에 나가야 한다. 나는 술집에서 자존이 스스로 크는 것으로 믿었다. 목청을 높이고, 주먹으로 탁자를 치고 분노하면서, 사자의 시간에 진입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왕궁의, 저 왕궁의 음탕에는 침묵하면서, 50원짜리 갈비에 왜 이렇게 기름덩어리만 많이 나왔냐고 돼지 같은 주인 년에게 욕을 해대는 김수영처럼, 그것은 술집 문밖에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소음 같은 것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깨달았다. 나는 난파선의 노조위원장이었다 1997년, 거대한 해일이 덮쳤고, 우리는 2년여 비틀거리는 항해를 계속하다, 1999년6월30일 결국 침몰했다. 나는 불행하게도 그 난파선의 노조위원장이었다. 아무도 위원장을 맡으려고 하지 않아, 정말 노조의 간판을 내릴 수 없어 내가 떠맡았던 것인데, 결과는 가혹했다. 당시 무등일보는 20억원이 넘는 임금 퇴직금 채무를 남기고 폐업했다. 돈을 받아내 100여명에게 나눠 지급하는 것이 남겨진 숙제였다. 그것은 운명처럼 다가온 슬프고, 고통스럽고,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민주노총으로부터 4시간 교육을 받은 뒤 갓 꾸려진 한 무리의 시위대를 이끌고, ‘임금지급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지산동까지 낯설고 두려운 ‘투쟁’의 길을 걸어가던 그 여름날을 잊지 못한다. 그날 이후, 나는 기자의 옷을 벗고, 노조위원장을 무려 5년이나 해야 했다. 우리는 채권의 90% 정도를 받아냈다. 함께 싸운 동지들은 ‘그날이후’라는 모임을 결성했고, 매년 7월 첫 토요일에 만난다. 그것은 사자의 시간이었다. 암울하고 혹독한 세월이었지만, 나는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내가 투철해서가 아니라, 분노가 있었고, 내 이름 뒤로 100여명의 삶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자의 시간 속에서 사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운명이었다. 나는 그렇게 10여년의 짧은 ‘기자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떠났다. 봄부터 소쩍새가 운다. 여름에 천둥이 치더니, 가을에는 무서리가 내린다. 그래야 누님처럼 생긴 꽃 한 송이가 핀다. 꽃은 아득히 돌아온 세월의 뒤안길, ‘어린아이’의 시간에 핀다. 펜이 운명인 사람들, 언제나 선후배라는 이름으로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사람들, 우리들 모두 꽃이 되어 만나기를 소망한다. - 이광이 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위원
광주전남기자협회 15-04-07 조회3860
일본 방사능 취재에서부터 최근의 조류독감과 폭설까지... 기자들의 재난재해 도는 끊임이 없다. 하지만 일선 언론사는 물론 한국기자협회에서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재난 재해 보도 지침은 마련돼 있지 않다. 지난 2012년 일본 방사능 취재에서 국내 기자들의 방사능 노출 사고가 발생한 뒤 ‘위험지역 취재보도 시스템 개선을 위한 정책적 방안‘을 연구한 명지대학교 홍은희 교수는 각 언론사가 공통으로 채택할 수 있는 취재안전 표준 매뉴얼을 우선순위로 꼽는다. 홍 교수는 “표준 매뉴얼은 취재 현장의 위험도에 따라 전쟁 수준의 1급 위험지역, 지진 등 2급, 화재와 폭력시위 등 3급 지로 나눠 기본장비와 준비 물품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재난 재해 보도와 관련해 선진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일본의 경우 엄격한 기준을 세워놓고 있다. NHK는 조류 독감과 같은 전염성 질병 취재와 관련해 ‘병원체의 성질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증상이 있는 환자에 대해서 대면취재는 원칙적으로 실시하지 않고 전화 취재 등을 검토한다‘고 기준을 세우고 취재보다 기자들의 안전을 우선시 하고 있다. 또 국내 기자들이 방독면과 같은 기본 물품조차 없이 화재 현장에 뛰어드는 것과는 달리 아사히 신문은 위험지역 취재 핸드북에서 방한용 속옷, 안경이 깨졌을 때를 대비한 예비 콘텍트 렌즈, 식음료까지 유사시에 필요한 기본 물품을 52가지로 분류해 취재 출발 전에 갖추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경쟁에 내몰려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하는 방식을 개선할필요도 있다고 지적한다. 관련해 영국에서는 지난 1995년부터 ‘센추리언 리스크 서비스 과정’을 만들어 5일 과정으로 ‘응급 처치’와 ‘안전관리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언론재단이 지난 2004년과 2008년 관련 교육을 실시했지만 단발성에 그치고 있다. 기자협회와 언론재단을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전 기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다. 언론사 마다 재난재해 보도의 1보는 인근 지역에 있는 기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준비 절차와 더불어 사후 지원 또한 중요하게 지적된다. 실제로 조류독감과 살인, 화재 현장을 겪은 기자들은 호흡기 질환같은 가벼운 증상을 물론이고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질병과 공포를 백안시 하는 문화 탓에 드러내 놓고 치료를 받거나 지원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한 상담과 치료 시스템의 확충이 필요하다. 다양한 매체의 발전과 더불어 독자와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기 위한 언론사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재난 지역과 위험지역의 취재는 이런 경쟁 과정에서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분위기 속에 현장에 던져진 기자들도 안전보다는 위험을 감수하는 취재 형태를 보일 수밖에 없다. ‘불합리한 위험을 감수해서는 안 된다’ 로이터 통신의 이 취재지침은 기자와 데스크, 책임자의 재난 취재 결정 과정에서 가장 우선시 되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 준다. 김효신 편집위원
광주전남기자협회 14-03-14 조회4002
<사진설명> 김정호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18일 광주전남기자협회 올해의 기자상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뒤 구길용 회장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되돌아 본 나의 기자생활 김정호 향토문화진흥원 이사장(전 무등일보 편집국장) 김정호 이사장은 -전남일보 업무국 보급부장(부국장)-광주일보 향토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겸 편집위원-무등일보 편집국장·기획실장-전라남도 영산호관관농업박물관장-문화관광부 21세기문화정책위원회 위원-현)향토문화진흥원 이사장 기자는 글을 쓰고, 그 글은 사회에 유익해야 진도에서도 읍에서 30리 거리의 ‘뱀골’이라 부르는 작은 동네에서 태어난 촌놈이라 기자라는 직업같은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상무대 안에 있던 육군항공학교에서 5·18을 겪으며 만기제대를 한 뒤 당시 신분상승의 유일한 창구라 할 수 있는 고시준비를 했다. 지산동 딸기밭 농막에 앉아 육법전서를 외워갔지만 응시에 자신을 갖기까지는 최소한 4년 세월은 버텨야 할 것 같았다. 자유당 말기 시골 군부에도 지국장들이 기자행세를 하던 때가 있었다. 5·16군사쿠데타 이후 언론계 정풍 바람이 불어 급료를 지급하지 않는 시·군부 보급소장들(당시 직함은 지국장)의 취재가 금지되었다. 당시에는 신문 보급을 위해 시급지사나 지국장이 임명한 지방 기자들이 있었으나 본사에서 급료가 나가지 않는 기자는 모두 정리했다. 63년 중앙일간지들이 기존의 지사 기자와 구별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방특파원이란 이름의 주재기자를 공모했다. 그래서 조선일보 주재기자 공모에 응시해 합격하면서 내 인생이 결정되었다. 2개월간 서울에서 수습교육을 받은 뒤 광주지사에 배치되어 이미 기자로 근무 중이던 고인이 되신 최계원(광주시립박물관장)씨의 조수 겸 수습기자 생활을 했다. 당시 주재기자는 광주에 2명, 목포, 여수, 순천에 각 1명씩 5명으로, 이들이 전남판이란 지방판을 담당했다. 지방판에는 15건 내외의 기사가 실려 하루 3건 이상의 기사를 철도편으로 본사에 송고했다. 물론 급한 기사는 전화로 송고하고 사진은 전신전화국에 가서 전송하던 시절이다. 이 때 수석기자인 최계원씨는 도청과 정치를 맡고 나머지 기관은 모조리 내 담당으로 경찰국, 경찰서, 검찰청 등 주로 사건담당기자였다. "지역전문가 되겠다" 중앙지서 지방지로 68년 삼성이 중앙일보를 창간하면서 중앙일보에 발탁되었으나 서울에 가서 임명장만 받고 내려와 곧 사표를 제출했다. 광주에서 이동없이 계속 근무해야했던 신분이었던 데다 취재반장인 최계원씨가 이동하지 않는 한 평생 경찰출입기자로 인생을 마감할 것 같은 회의에 빠져 있었다. 본사에서 1년 이내에 최계원씨를 지사장으로 위촉하고 취재반장을 넘겨주겠다는 본사의 설득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다 이듬해가 되어도 변화가 없더니 본사근무로 발령이 났다. 당시 치안부는 사회부차장이 출입하고 그 밑에 7명의 기자를 배치, 각 경찰서를 출입시키던 시절인데 내게 종로서를 출입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시골에서 사건기자로 능력을 발휘했더라도 시골티를 벗으려면 경찰을 나가면서 서울분위기를 익혀야 된다는 것이었다. 사건기자에 신물이 나서 조선일보를 그만두려 했는데 본사에서 다시 수습과정을 거치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당시는 주재기자 그룹에서는 몸값이 있던 때라 그만 시골로 내려가겠다고 했더니 지방부에 배치, 경기판 담당을 보도록 해주었다. 광주지사가 정리되면 최계원씨를 지사장에 임명하고 나를 취재 반장으로 보내기 위한 포석이었으나 최기자가 선뜻 광주지사장을 수락하지 않아 곧 사표를 제출하고 광주로 돌아왔다. 그래서 69년 입사한 곳이 전남일보 사회부 차장이었다. 당시 전주출신 이규태씨가 조선일보 사회부 차장을 거쳐 조사부장이 된 뒤 개화백경을 연재하고 있었다. 그는 내게 지방대 출신이면서 전라도 출신으로는 조선일보에서 직장 생활은 되겠지만 언론인으로 뜻을 펴기는 어려울 것이니 차라리 시골에 내려가서 뜻을 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충고해주었다. 지방지로 옮기는 결단을 내리면서 많이 고뇌했다. 지방에서 신문사 편집국장이 된들 지역사회에 무슨 공헌을 할 것이며 그 이후에는 무엇을 하고 지낼 것인가 생각할수록 막막했다. 조선일보 조사부에서 묵묵히 앉아 근현대사자료를 모아 한국학의 전문가대열에 들어선 이규태씨가 생각났다. 비록 시골 신문기자가라 하더라도 지역특성에 대한 전문가가 되면 살길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전설의 현장' 3년간 200회 연재 전남일보 전입 후 1년 만에 섬취재에 나섰다. 법성포에서 출발해 경남 남해도까지 2개월간 섬과 섬을 돌고 돌아 『섬·섬사람』이란 제목으로 50회를 연재해 72년 ‘한국신문상’을 탔다. 73년에는 ‘민속의 향기’ 30회를 연재하고 75년부터 3년간에 ‘전설의 현장’ 200회를 연재했다. 78년 중앙국립박물관에 시작한 박물관대학 1기생으로 등록해 1년간 50강좌를 받은 뒤 신문사 안에 향토문화연구소를 개설해 간사를 맡았다. 80년 전남매일과 통합되어 광주일보가 되면서 조사부장 겸 전일도서관장, 향토문화연구소장 등을 맡아 이듬해 1월부터 2년간 역사 현장을 찾는 ‘옛터’란 제목의 연재물을 133회 연재했다. 이 연재를 끝내고 83, 84년 두 해에는 ‘전남성씨고(全南姓氏考)’, ‘전남의 토박이’를 연재했다. 편집국을 떠나 있으면서도 단독연재의 특집을 계속했다. 88년 무등일보 창간 편집국장을 맡아 89년과 90년 ‘세계의 다도회’, ‘중국산동반도역사기행’, ‘청해진’ 등을 연재했다. 91년 무등일보를 그만두고 금호문화에 ‘한양 2천리’를 2년간 연재했다. 아직도 나는 무등일보에 매주 ‘광주역사산책’을 1회에 20매씩 기고하고 있다. 기자란 ‘글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이 옳다면 나는 아직도 기자이다. 신문잡지류에 기고한 글만 모아낸 책이 45권을 넘어섰다. 인기 없는 책들이라 인쇄비만 들인 셈이지만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후배에게는 도움이 될 때가 있으리라 믿어 뿌려왔다. 모름지기 기자는 글을 써야하고 그 글은 사회에 유익해야 한다. 나의 부끄러운 기자 생활의 발자취가 후배기자들의 전문화에 도움이 되었으면 다행이겠다.
광주전남기자협회 15-02-12 조회4262
‘기자정신’ 앞세워 위험지역 내몰아재난취재 매뉴얼 KBS 1곳뿐…방독면?안전모엔 곰팡이 기자들에게 현장은 숙명이다. 현장의 1차 기록자나 마찬가지인 기자들은 사실 확인을 위해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끊임없이 현장을 누빈다. 그만큼 현장은 가혹하다. 재난 취재 현장은 더 가혹하다. 태풍에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골 구조물 사이를 오가기도 하고, AI 등으로 인해 가축이 살처분되는 현장을 지켜보기도 해야 한다. 도처에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고, 생명의 위협조차 느낄 수 있다. 더구나 이상기온 등으로 폭설, 폭우 등 자연재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자들은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여러분의 회사는 기자들의 안전을 위해 얼마만큼의 대비를 하고 있을까. 광주·전남 주요 언론사들은 현장을 뛰어다니는 기자들의 안전을 위한 기본 안전장비는 물론 매뉴얼조차 갖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전남기자협회보 편집위원들이 각 언론사의 재난 취재 장비를 확인할 결과, 지역 언론사 중 재난취재 매뉴얼을 갖춘 곳은 KBS광주방송 뿐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자들에게 제대로 교육 되지 않고 있었다. 다른 언론사들은 매뉴얼보다는 ‘기자 정신’을 앞세워 기자들을 취재 현장으로 내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근 여수 우이산호 기름유출 사건 당시 가장 기자들에게 필요했던 방독면은 14개 언론사 중 7개 언론사만이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1990년 중반 이전에 구입한 것으로 최근 10년 내에 사용한 언론사는 없었으며, 정상 작동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언론사의 방독면은 푸르스름한 곰팡이가 피어 있을 만큼 제대로 관리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공사 현장 등에서 필요한 안전모는 14개 언론사 중 6개 언론사에서만 구비하고 있었으며, AI 취재 등에서 필요한 방진 마스크의 경우는 3개 언론사만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여수 우이산호 기름유출 사건 당시 현장을 취재한 한 기자는 “나프타 냄새 때문에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며 “기자들에게도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안전장비가 지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김경인 편집위원
광주전남기자협회 14-03-14 조회4307
부정보다 긍정, 흥미보다 정책 보도 주문언론사 ‘갑질’ 사라졌으면 2014년이다. 참으로 엄혹하고 엄중한 시기다. 과거 엄혹한 시절, 기자들의 삶도 엄혹했다. 80년 5․18이 그랬고, 97년 IMF때도 그랬다.<관련기사 5면> 올해도 마찬가지다. 광주․전남의 미래를 선택할 지방선거의 해이기 때문이다. 고대했던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이 문을 열고, 나주혁신도시에는 한전이 이사 온다. 그만큼 기자들의 할 일이 많아졌다. 반대로 요구도 많아졌다.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신뢰를 높여야 한다”거나 “기사로 인해 미칠 후폭풍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기자와 홍보맨과의 관계에서는 “언론사의 ‘갑질’은 사라져야 한다”며 “협회에서 기자로서의 언행 가이드라인, 에티켓 등을 설정한다면 기자-출입처 관계가 수평적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제 기자들이 응답할 차례다. 2014년 엄중한 시기에, 언론인으로서 어떠한 시대정신을 담아낼지를….박정욱 편집위원
광주전남기자협회 14-02-19 조회4335
커뮤니케이션의 잘못된 신화 남궁협 광주ㆍ전남 민언연 상임대표 커뮤니케이션 행위의 목적이 서로의 차이를 좁히고 공통분모를 넓히기만 하는 것일까? 누구나 이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주저 없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어떤 의제를 놓고 여러 사람이 모여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든지, 부부는 오래 함께 살다보면 서로 닮는다는 말은 커뮤니케이션의 그러한 의미를 쉽게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국회에서 여야 사이에 합의보다 의견충돌이 더 많은 이유는? 부부가 오래 살다보면 서로 닮기보다는 비로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게 된 것은 아닐까? 심지어 사랑의 감정이 샘솟는 젊은 연인 사이에도 일치감의 희열보다는 티격태격 하는 사랑싸움의 빈도가 더 많지 않은가? 가만히 우리의 삶을 들여야 보면 일치와 통합보다는 불일치와 갈등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구나 커뮤니케이션의 빈도가 높은 집단이나 개인일수록 더 많은 갈등과 차이를 노출시킨다. 그렇다면 커뮤니케이션은 통합과는 무관하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반비례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닐까?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칸트는 "인간은 서로 공통의 인식을 할 수 있는 선험적 인식체계를 타고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이런 논거가 곧바로 커뮤니케이션은 주체와 대상의 일치, 주체와 주체의 일치, 혹은 언어와 사물의 일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의 공통성보다는 개별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인간 행위인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인간에 의해서 개별적인 존재들의 의미를 내보이는 행위인 것이다. 가령, 내가 길가에 핀 개나리를 시로 표현하는 것은 그때 그곳에 있던 개나리의 개별적 특성과 그것이 나에게 표상되는 느낌을 특별하게 드러낸 셈이다. 따라서 쌍방의 의미를 동등하게 표출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은 더 이상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더구나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의 의미를 일방적으로 일치시키려는 커뮤니케이션은 폭력이나 다름없다. 오늘날의 환경파괴도 본질적으로 자연을 대상화해 인간의 의미에 일방적으로 복속시키려는 폭력의 결과인 것이다.그래서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게 하고, 제도의 틀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 언어를 부여하는 것을 가리킨다. 한나 아렌트가 정치를 "차이를 드러내는 언어적 행위"라고 말한 것처럼, 인간은 의미를 먹고 사는 존재이다.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면 본질적으로 불일치를 지향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와 너의 다름을 확인하는 것, 그래서 새로운 의미를 공유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체제안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체제파괴와 창조를 위한 것이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은 불온한 것이다.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이념을 제도적으로 구현한 게 언론이다. 고로 언론의 생명은 뭐라 해도 '비판'에 있는 것이다. 표현의 기회로부터 배제된 자들의 목소리를 찾아서 그들의 의미를 대신 표현해주는 것이 언론이다. 그래서 수많은 다름과 차이가 표출되도록 하는 것이 언론이다. 결국 언론의 사명은 부단히 기존의 의미를 부정하고 새 의미를 구성하는 데 있다. 이미 자본과 권력이 돼버린 언론은 스스로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언론이라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요즘 수많은 미디어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지만 그것이 현실을 부정하는 비판의 칼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창조하지 못하고 인간관계를 파괴하는 흉기로 변모할 수 있다.
광주전남기자협회 13-03-19 조회43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