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진의 문화 에세이-인문학은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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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4-12-0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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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세진의 문화 에세이 - 인문학은 스타일이다
1982년 발표된 <마르텡 게르의 귀향>이라는 프랑스 영화가 있다. 1550년대에 있었던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다.
툴루즈 지방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12살 신부와 13살 신랑이 결혼한다. 어찌어찌 살다가 몇 년 뒤 신랑은 집을 나간다. 8년 뒤 그가 돌아오고, 부부는 다시 살게 된다. 별일 없이 3년이 지난 뒤, 유산 문제를 계기로 마르텡이 가짜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재판이 벌어지고, 마지막 순간에 진짜 마르텡이 증인으로 나타난다. 가짜 남편인 아르노는 사형에 처해지고 아내는 진짜 남편 앞에 무릎을 꿇는다.
<마르텡 게르의 귀향>은 1993년 미국에서 <써머스비>로 재탄생한다. 배경은 남북전쟁 시기였다. <마르텡 게르의 귀향>에 비해 로맨스와 인간적인 고뇌가 짙어지지만 결국 가짜 써머스비도 사형을 당한다.
2001년, 짐 캐리가 주연한 <마제스틱>이 발표된다. 이번에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죽은 것으로 알았던 청년이 살아 돌아온다. 다만, 앞서 소개한 두 작품의 ‘진짜’처럼 마을 사람들이 경원하던 인물이 아니라, 마을사람 모두의 사랑을 받던 촉망받던 젊은이였다. 매카시즘의 광풍이 불던 시기였고, 가짜임이 밝혀지지만, 우여곡절 끝에 짐 캐리는 죽은 자인 것도, 아닌 것도 아닌 인물로 마을에 받아들여진다.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좀 생뚱맞지만 세 편의 영화를 꺼내 든 이유는 필자의 연구 화두인 제목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 안에는 ‘복제’와 ‘유사성’이 들어있다. 설명을 위해 이번에는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겠다.
『최악의 사태는 선생님이 그에게 “필기가 엉망이군.”이라고 말하며 그를 매질한 것이었다. (…) 그는 그의 선생님을 집으로 초대하여 선물로 기분을 바꾸자고 아버지에게 제안했다.(…)환대에 기분이 거나해진 선생님은 제자를 찬란하게 격려했다. (…) “너는 친구들 중에는 우두머리가 될 것이며, 학생들의 지도자격이 될 것이다…. 너는 학교생활을 잘해왔으므로, 이제 지식 있는 사람이 되었다.”』
상황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인류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촌지’에 얽힌 이야기이다. 그런데 출처가 무려 4000년 전에 기록된 수메르 점토판이다. 4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사가 같은 모습이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새로운 문화가 나왔다고 할 때, 그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하나도 낯설지 않다. 내면은 그대로지만 물질문명의 도움으로 스타일이 다른 외투를 입은 복제품이나 유사품일 뿐이다. 실은 모든 인간의 삶 자체가 그런 유형이다. 문화적 소산들도 마찬가지다. 춘향전은 가장 최근의 <방자전>까지 20회 가까이 ‘복제’되었다. 그 모두가 스타일이 다르다.
다만, ‘복제’에 다름 아닌 문화가 새로운 것은 그 향유와 생산이, 유한하면서도 우주의 중심 존재인 ‘나’에게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해석은, 꽃과 낙엽이 어느 것 하나 똑같지 않듯, 늘 분분하다. 모든 해석의 중심에는 ‘나’가 있다. 그러나 오만해서는 안 된다. 그대를 오만케 한 지적 자산은, 이미 4천 년 전에 각처의 여러 어른께서 누차 말씀 하신 것이다! 스타일이 다를 뿐이다!
-광주대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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