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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가 문제일까? - 김민철 광주광역시 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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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24-12-0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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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가 문제일까?

정부 정책과 대응, 지역 의료 관점서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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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무책임하고 실효성 없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과 전공의 탄압으로 인해 지역사회 의료계가 혼란에 빠진 지 벌써 9개월이 되었습니다. 많은 젊은 의사들과 필수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의료진들, 그리고 지역의 많은 환자들이 힘들어할 동안 저는 송구하게도 늦은 나이에 소중한 아들을 얻는 행복을 누렸습니다. 노산으로 고위험군 산모에 속했던 아내는 양수가 조기에 터지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대학병원이 아닌 지역의 산부인과에서 응급 수술로 건강하게 출산하였습니다. 응급으로 분만을 진행해주신 산부인과 선생님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출산과 아이의 성장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여러 의료진의 노력과 가족들의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 여기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산모가 혹여 잘못되었을 때, 나만큼 힘든 사람들이 그들임을 알기에 감사와 경외의 마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컸습니다. 치료 과정에 있어서 환자가 잘못되었을 때도 가족 다음으로 마음이 아픈 사람은 그들을 돌보던 의사들임을 모든 의사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분만 의사들은 최선을 다한 과정의 결과에 따라 10억 이상의 소송에 휘말리고 있고, 선진국의 1/4 밖에 되지 않은 분만 수가로 인해 24시간 의료 인력을 유지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그들의 주업인 분만 현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201324곳이던 광주시의 분만병원은 올해 단, 6곳만이 남아있습니다.

과연 지금 광주에 산부인과 의사 수가 부족할까요? 의사가 없어서 분만병원들이 폐업을 하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산부인과 전문의는 많습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과 의사처럼 의사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출산율은 급감하고 있음에도 의사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마치 의사 수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 홍보 성공처럼 보여집니다. 하지만 늘어난 의사들이 필수 의료를 하지 않는 것처럼,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대부분 분만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 그들을 붙잡고 돌아오게 하는 것이 10, 20년 뒤 우리나라 인구가 더 줄어들 미래 세대에서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우선입니다.

그렇습니다. 의대 정원 증원 자체는 답이 아닙니다. 수도관이 막혀 물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막힌 부분을 뚫어주면 되는데 그 노력은 하지 않습니다. 막힌 곳을 뚫으려는 노력은 다른 사람들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여주기식 정치는 그런 곳에서 나옵니다. 이제 막힌 곳을 뚫겠다고 사람들 앞에서 몇 톤의 물을 더 쏟아붓겠다고 선언합니다. 사람들은 열광합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10만 명의 의사를 더 뽑아도 지역에서 분만하는 산부인과 의사는 결코 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막히지 않은 쪽으로 많은 물들이 흘러가듯 늘어난 의사들은 수요가 많은 미용과 통증, 그리고 더 많은 환자가 있는 수도권으로 몰려갈 것입니다.

KTX로 광주에서 서울까지 2시간입니다. 더 이름있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막을 수 없듯, 더 많은 환자를 보기 위해 떠나는 지역의 의사들을 광주·전남에 머무르게 하려면 (특히 지역민들에 필요한 중증, 응급, 분만 등의 필수 의료진들을 머무르게 하려면) 많은 투자와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투자와 인프라 구축은 무시한 채 단순히 수만 늘리는 정책은 현재 지어지고 있는 수많은 수도권 대형 병원 분원들에 지역에 머물러야 할 의사들을 싼 값에 공급하고, 이로 인한 지역의료의 붕괴만을 가져올 것입니다.

저는 작은 문단들 속에서 정부 정책의 잘못을 여러 데이터를 통해 지적하는 것은 회보에 실릴 만한 내용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이 사태의 원인과 해결에 대한 과학적 분석보다 앞으로 지역의료계가 해야 할 역할들을 지역의료의 특수성에서 고민하고 기자님들께 도움을 부탁드리려 합니다.

가장 진보적인 지역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가장 보수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급진적이고 포퓰리즘적 성격의 국가 정책이 비민주적으로 기획되고 추진되고 있을 때, 어떤 양상으로 대처해야 하는가는 굉장히 복잡한 일일 수 있습니다. 총선 직전의 발표로 그 의도가 불순하게 여겨지는 정책이었음에도, 2000명이라는 숫자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 자료가 없었음에도, 실제 늘어난 의사 수가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직접적인 고찰이 없었음에도, 이 정책은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의사 직역에 대한 반감이나 늘어난 의사 수만큼 의료서비스의 양적인 측면이 개선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과 더불어, 일부 의사들의 부적절한 언행 및 연일 이어진 언론 브리핑으로 의사들의 고소득과 특권의식을 노골적으로 비난한 정부의 대국민 홍보 정책도 한몫 하였습니다.

초기 의협을 포함한 의사 단체들이 과학적 근거를 내세워 정책의 불합리성을 지적하였으나 언론과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였습니다. 정부 정책에 항의하며 사직을 한 전공의들은 환자를 버리고 떠난 악마가 되었습니다. 모두가 가려 하지 않는 소송과 상대적인 박탈감만이 남을 그 필수 의료과를 하려 몸과 마음을 갈아 넣었던 그들이 모두의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지역의 모든 의사들이 마찬가지이겠습니다만, 지난 2월 이후 저는 간혹 진료 중간이나 후에 깊은 우울감을 느끼곤 합니다. 대한민국 의료를 망가뜨릴 이 정책 앞에서 이렇게 평소처럼 계속해서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는 것이 정말 맞는 일일까? 훗날 대한민국 의료가 회복 불가능하게 무너졌을 때, 그때의 환자들과 후배들에게 지금의 나는 죄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작 비난을 받아야 할 악마 같은 의사는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한 전공의들이 아니라 눈앞의 환자를 보겠다는 핑계로 잘못된 정책을 방조하고 있는 내가 아닐까? 

그럼에도 저는 아직도 믿고 있습니다. 파업이나 힘의 대결이 아니라 진실에 기반한 여론의 변화와 현명한 국민의 올바른 선택으로 잘못된 정책이 후퇴하고, 진정 지역의료가 발전할 수 있는 정책이 민주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그간 지역과 국가의 수많은 병폐와 사회적 문제들을 치료해 온 언론인분들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의료에 대한 전문성만으로 잘못된 정책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의사 집단은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만하게 보일 수 있는 그 전문성이라는 말은 환자의 치료에만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의료 정책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반드시 필요로 해야 할 요소입니다. 환자를 보면서 느꼈던 숭고한 감정들이 앞으로의 의료 정책에 녹아들 수 있도록 언론인 여러분들의 관심과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소중한 지면에 부족한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주신 모든 기자협회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많은 이야기와 서로에 대한 이해로 의사 직역과 언론인 분들이 교류하며 더 나은 의료 환경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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