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언론상] 잊지 않도록…‘이어달리기’는 계속된다-[취재보도] KBS ‘영상채록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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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24-07-2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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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도록…‘이어달리기’는 계속된다
취재 - KBS ‘영상채록 5·18’
구두닦이 시민군 서한성씨를 만난 건, 지난해 여름이었습니다. 그가 살고 있는 광주의 한 임대아파트에서였습니다. 살림은 단출했습니다. 거실에 방 하나, 양은냄비에 끓인 된장찌개 냄새가 구수하게 퍼졌습니다.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이력을 내세워 거창한 삶을 사는 이들에 비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서한성 씨는 5·18을 ‘손을 펼 수 있는 사람들의 투쟁’으로 정의합니다. 가진 것을 잃을까 봐 두 손을 꽉 쥔 이들이 아닌, 열 손가락을 다 펴 보여도 잃을 게 없는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저항’이라는 뜻입니다. 그는 여태 5·18 유공자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30년이 지나고 나서야 뒤늦게 유공자 신청을 한 이도 있습니다. 5·18 당시 시민군의 밥을 지었던 취사반 여고생 김경임씨입니다. 김경임 씨는 최후항전을 앞두고 등 떠밀려 도청을 나왔습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던 길, 결국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도청에서 함께했던 이들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바닥에 엎드려 죽은 척을 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습니다.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오래도록 김경임씨를 괴롭혀 왔습니다.
5·18 영상채록은 연중기획입니다. 5·18과 아무 상관 없는 사람처럼 일 년을 보내다 매년 5월 18일만 되면 관련 보도를 내놓는 게 기자로서 면목이 없었습니다. 또 무엇보다 4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오며 하나 둘 세상을 떠나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기록해야 한다는 의도가 컸습니다.
그러나 긴 시간 기획을 이어나간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안팎으로 여러 위기를 맞딱드리고, 흔들렸던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의 목소리가 길잡이가 되어주었습니다.
인터뷰를 하고 돌아오면 계속해야 한다는 마음이 울컥 울컥 치밀어 오를 때도 있었습니다.
‘이어달리기’를 하는 마음으로 영상채록을 해온 지 2년이 넘었습니다. 취재기자, 촬영기자, 작가까지 모두 출발선을 떠난 오래달리기 주자가 되어 영상채록에 임해왔습니다. 상을 받게 되어 더 오래 달리는 게 과제로 남았습니다.
3분이라는 긴 시간을 내어준 보도국 식구들, 기꺼이 1번 주자가 되어 앞서 달려준 선배들, 함께 바통을 넘겨받은 동료 기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상채록에 함께한 마흔 여섯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상은 여러분을 대신해서 받은 것입니다.
김애린 KBS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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