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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 시절로 돌아갈래~” 대중문화에 부는 ‘복고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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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4-03-14 19:54
  • 조회수 5,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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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과의 인연은 작년말 고등학교 동창들과의 송년회 자리에서 시작됐다. 한 동창녀석이 불쑥 내던진 말 한마디가 발단이 됐다. “ 너 밴드 있냐?” “밴드라니. 상처에 붙이는 밴드 말이냐?” “아니, 요즘 대세라는 밴드를 모른단말이야녀석이 말한 밴드’(BAND)는 옛 동창생들을 온라인에서 엮어주는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친구가 일러준대로 밴드를 내려받아 설치한후 내 잔잔한 일상에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가입과 동시에 줄줄이 올라오는 폭풍 댓글에 놀랐다. 고등학교, 대학동창들은 물론 졸업한지 수십년이 훌쩍 넘어버린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까지...밴드는 학창시절의 옛 기억을 호출하는 타임캡슐그 자체였다.

그 추억의 책장을 펼치자 초등학교 졸업앨범이며, 학창시절 벗들과 찍은 사진들이 가득했다.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더니 세파에 지친 중년들은 밴드라는 사랑방에서 옛 추억들을 회상하며 재잘거리기에 여념이 없다.

밴드의 인기는 십수년전 붐을 일으켰던 동창찾기 인터넷사이트 아이러브스쿨의 그것을 뛰어넘었다. 사용자 수만 어느새 2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가히 열풍이라 할 만 하다. 엮임,묶음의 의미와 함께 과거 70~80년대 대중문화의 한 축을 차지했던 밴드문화를 연상케하는 명칭도 옛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 마케팅의 발로였으리라.

근래들어 대중문화를 주름잡는 핵심 코드는 옛 추억을 떠올리는 복고 열풍을 들 수 있다. 케이블TV에서 방영돼 선풍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응답하라...’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만하다. 특정 시절을 호출하는 프로그램 명칭부터 신선하고 유쾌한 발상이었지만, 1990년대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 방황과 고뇌를 그린 청춘드라마 형식의 극 구성도 참신했다. 서태지와 CD플레이어, 당시 유행했던 헤어스타일과 패션, 장국영 영화와 프로야구까지...극중에 출몰하는 추억의 장치들은 그때 그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대중들의 향수 정서를 파고들며 1997에 이어 1994편이 제작되는 등 열광적인 히트를 기록했다.

영화계에 부는 복고 바람도 거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 변호사 시절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은 천 만 관객을 동원하며 새해 극장가를 강타했다. 영화는 실제 이야기인 부림 사건에 일부 허구를 가미한 팩션이지만 밀도높은 탄탄한 시나리오에다 충무로의 블루칩인 배우 송강호의 열연이 흡인력을 더했다. ‘변호인의 흥행은 배우,시나리오, 연출이라는 3박자에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가능했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추억이 대중의 발길을 영화관으로 이끌었다는 의견도 많다. 여기에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정치의 계절을 앞두고 바른 정치인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의식속에서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자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을 주인공으로 다뤘던 영화 '남영동 1985' 역시 지난 대선을 앞두고 개봉돼 화제를 뿌렸기도 했지만, 예기치 못했던 변호인의 흥행돌풍은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음악쪽에서는 지난 1996년 타계한 고 김광석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33살에 요절한 가객에 대한 추억은 그가 세상을 떠난지 1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TV 드라마에서는 김광석의 노래가 강물처럼 흐르고, 김광석의 노래들로만 엮어진 뮤지컬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김광석 특집이 제작될 정도다. 최근에는 김광석이 생전 여러 날에 걸쳐 쓴 일기, 수첩 메모, 편지, 노랫말 등 육필 원고와 미완의 노래가 담긴 에세이가 출간되기도 했다.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추억은 잔인한 것이라고 했고, 시인 칼릴 지브란은 추억이란 희망의 길에서 발에 걸리는 돌멩이같은 것이라고 탄식했지만,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며 옛 추억들과의 소통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길고 긴 겨울밤,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를 추억하며 나만의 회상에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

김종범(광주불교방송) 기자 kgb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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