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기자 긴급 좌담-세월호 참사 한달, 언론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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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4-06-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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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6일 광주전남기자협회 사무실에서 세월호 참사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이
‘세월호 참사 한달, 언론을 말한다’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현장 취재기자 긴급 좌담
세월호 참사 한달, 언론을 말한다
지난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로 온 국민이 시름과 충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통해 언론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광주전남기자협회는 세월호 사고 보도에서 보인 언론의 민낯을 진도 현지에서 취재를 진행한 기자들이 전하는 현장 상황을 듣고 개선책 찾기에 나섰다. 지난 5월16일 협회 사무실에서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좌담회는 ‘세월호 참사 한달, 언론을 말한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과열 경쟁으로 ‘언론불신’ 자초 …낙종부담 자극적 내용 찾기도
언론에 대한 불신
▲장우석 기자=다들 세월호 취재로 힘드실 것 같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언론에 대한 불신 때문일 듯하다. 올해 초 있었던 경주 마리나리조트 사고 등 다른 대형 사고 때도 언론의 취재 방식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과거의 다른 사건에 비해 큰 것 같다. 현장의 체감도는 어느정도였는가.
▲김효신 기자=가슴 아픈 얘기다.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좌담 형식이지만, 이번 세월호 취재로 KBS가 많은 몰매 맞았기 때문에 기자 개인으로서 가슴이 아프다. 언론사 점퍼를 입을 기자나 카메라 기자들이 실종자 가족들에 의해 장우산으로 쫓기는 상황도 있었다. 기자로서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내려갔고, 열악한 취재환경 속에서 보도를 했지만 현장에서 느낀 불신은 충격적이었다. 사고 발생 2~3일 뒤부터 가족의 죽음이 현실화되자 실종자 가족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 같다.
▲형민우 기자=사진 기자로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직접 그분들과 대면을 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맞기도 하고, 렌즈가 깨지기도 했다. 기자로서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분들의 아픔을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내가 이걸 왜 찍어야하는 지 등 직업에 대한 환멸과 후회가 밀려왔다. 상황이 굉장히 심각했다. 사진기자회는 사고 발생 3~4일 뒤에 매뉴얼을 홈페이지에 공지했었다. 주된 내용은 ‘실종자 가족 입장 배려, 정면이나 얼굴을 찍지 않는다. 가족들이 있는 체육관에서는 2층에서 찍는다. 셔터는 묵음으로 한다’등이었는데 일부 회사에서 이를 거부해 지켜지지 않아 아쉬웠다. 취재기자는 숨길 수 있지만 카메라 기자는 장비가 있기 때문에 표적이 됐다. 모든 욕을 방패처럼 들어야했다.
배동민 기자 - 무작정 취재경쟁 매몰 과장·왜곡보도 죄책감
▲배동민 기자=언론에 대한 불신은 기자들이 한몫을 한 것 같다. 사고 초기 과열됐었다. JTBC에서 생존자 학생에게 친구 죽었느냐는 인터뷰를 해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JTBC를 통해 방송됐을 뿐이지 체육관에서 대부분 기자들이 학생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하고 있었다. 취재 과정에 여과가 없었고, 가이드라인 없이 무작정 취재 경쟁을 했다. 체육관에서 학생들이 병원으로 이동한 뒤 실종자 가족들이 경기도에서 내려왔다. 가족들은 어느 정도 구조가 됐을 것으로 기대하고 내려왔는데 현장에서는 실종자수만 늘어 있었다. 취재 기자들이 사고해역에 나가지 못했는데 실종자 가족들은 직접 한밤중에 배를 타고 나갔었다. 현장을 본 뒤 가족들에게 설명하면서 모든 보도들이 과장되고 왜곡됐다는 말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기점으로 언론에 대한 불신이 폭발했던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취재 환경이었다고는 하지만 반성할 부분이 컸고, 죄책감이 많았다.
▲장우석=사고 발생 일주일 뒤에 내려갔다. 언론에 대한 불신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전국에서 온 위문품을 보관하던 진도향토문화관을 취재하던 중 가슴 아픈 것을 봤다. 경기도 모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면티와 양말, 비누, 치약 등을 보냈는데 겉면에 메모형식으로 ‘피해 가족 분들이나 피해자 분들 외에는 사용하지 말아주세요, 학생들 용돈모아 산거니깐요. 기자분들 쓰지마세요. 양심적으로 부탁드려요’라고 적혀 있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이 정도인가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사고 초기 과열 경쟁
▲장우석=언론 불신은 사고 초기의 과열적인 취재 경쟁이 중요한 몫을 한 것 같다. 한 방송사에서는 부모와 형제를 잃고 혼자 살아남은 6살짜리 아이의 얼굴을 고스란히 보도했다. 병원 침대에 실려서 치료를 받으러 가는 아이 주변으로 여러대의 카메라가 붙는 모습을 봤는데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사 생존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한다. 특히 미성년자의 경우 좀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형민우 기자 - 제목 비틀고 펙트 비틀고 한국언론 반성·고쳐야
▲형민우=상황이 터지면 누가 빨리가서 물어보고 확인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 의미 있는 보도를 봤다. 외국 언론사 국장이 국내 기자들과의 좌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우리 기자에게 실종자 가족 르포를 쓰라고 하면 하루가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의 취재시스템은 한마디를 들으면 천마디를 쓴다. 좋게 말하면 빠른 보도지만 확인하지 않는 수준의 낮은 보도라고 생각한다. 미디어환경이 변하면서 모든 매체가 속보에 대한 부담을 가지게 됐다. 인터넷 포털에 바로바로 클릭이 되기 때문이다. 지양해야하지만 심해지고 있다. 낚시성 제목이 나오고 있다. 제목을 비틀고, 팩트를 비틀고 한국 언론이 반성하고 고쳐야 할 부분이다.
▲김효신=정부도 마찬가지만 사고 초기에는 정보를 취합과 사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단계는 형식의 문제는 있겠지만 사건 초기에 언론의 적극적인 취재는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사태의 모양이 어떤 모습인지를 더듬어서라도 파악하려면 많은 관계자의 인터뷰가 필요하다. 이번 사태의 아쉬운 점은 초기 과열경쟁이 있을 수 있었는데 정보를 어떻게 가공했는가의 문제였다고 본다. 많은 인터뷰를 통해 사건의 윤곽을 그린 뒤 심층보도를 이어갔으면 과열경쟁으로 인한 정보취득 과정이 어느 정도는 인정을 받고 국민들의 질타도 이렇게까지 크지는 않았을 것 같다. 현장에서 얻은 정보 중 현장 기자와 데스크에서 냉정하게 분석을 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만 보도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한다.
현장과 데스크 괴리감
장우석 기자 - 현장·데스크간 괴리 보도 관행 변화 실감
▲장우석=이번 세월호 취재 과정에서 진도 현장과 데스크, 본사의 괴리감이 컸던 것 같다. 현장에 내려간 기자들이 대부분 연차가 낮은 기자들로 구성되면서 현장에서 올라오는 기사보다는 통신이나 방송 보도를 보고 현장으로 지시하는 상황이 많았던 것 같다.
예를 들어 데스크에서는 유가족들에게 근접하지 말라, 다치지말라, 무리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동시에 조심스럽게 유가족들에게 접근해봐라, 뭐 다른 것 없냐는 식으로 이율배반적인 지시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김효신=1~2년차 후배들이 최근에 연달아 '반성합니다'라는 제목의 반성문 형식의 글을 통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일과 보도 내용의 괴리감을 지적하고 있다. 데스크와 현장을 뛰는 낮은 연차 기자간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못했던 것 같다. 중간 연차 기자가 부족했던 것 같다. 대형 재난 현장에 사내 보도시스템이 부재했다는 반성이 있다. 소규모팀이라도 있었어야하는데, 100여명의 기자를 현장에 파견 해놓고 알아서 취재를 하라는 식이었다. 1, 2, 3진 형태로 짜임새 있게 취재를 했으면 좀 더 심층적인 보도를 만들 수 있지 않았겠는가한다.
▲형민우=현장과 데스크의 괴리감보다는 인식과 시각차가 있었다. 데스크들은 모든 매체를 본다. 어떤 매체는 같은 팩트를 비틀기도 하고 다른 시각으로 보도를 한다. 남의 떡이 커보인다고 할까. 일정 부분 훈련을 받고 기자가 된 만큼 연차가 어려서 현장에서 기사를 못 생산하는 것은 아닌듯하다. 다만 테스크와 일선 취재 기자사이에서 필터링을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는 중간층이 있어야하는 것은 필요하다.
▲배동민=개인적으로 세월호 사고의 경우 독종과 낙종의 개념 의미가 없다고 봤다. 그런데 위에서는 독종과 낙종으로 개념을 판단한 뒤 아래로 부담이 내려왔다. 꼭지수와 단독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자극적인 내용을 찾을 수밖에 없다. 대형 재난 사고가 있었을 때는 국장이나 부장 등 데스크선에서 어느 정도의 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좋겠다.
장기간 슬픔에 노출
▲장우석=진도에 갔을 때 ‘자원봉사자들의 건강을 챙기자’라는 기획기사를 위해 의료센터를 취재한 적이 있다. 예상대로 자원봉사자들 중 적지 않은 수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었는데, 기자들 중에서도 의료센터를 찾는 경우가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에 장기간 노출된 기자들에게 ‘기자라면 감당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번 참사는 유례가 없었던 만큼 회사차원의 배려나 관심이 필요할 듯하다.
▲형민우=노조 차원에서 진도 취재진에 대한 현황을 조사를 하고 있다. 출장 다녀왔다가 바로 트라우마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은연중에 나오는 것 같다. 다녀오고 난 뒤 일상이 무기력하다. 모든 취재기자들이 똑같은 상황이라고 본다. 가장 큰 것은 기자로서 자긍심이 떨어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자긍심을 회복하는데 상당기간이 걸릴 듯하다. 정신적 충격, 슬픔은 별개로 치고 기자로서 존재에 대한 문제도 큰 것 같다.
김효신 기자 -기레기 취급에 충격 심리치유 반드시 필요
▲김효신=사고 초기 팽목항에서 시신 담은 ‘백’을 수없이 봤다. 참사를 눈으로 직접 대하면서도 기자로서 임무를 다해야 한다는 고통과 기레기(기자+쓰레기) 취급을 받으면서도 취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기레기 취급을 받으면서 내가 취재를 해야하나라는 갈등도 컸다. 정신적 충격 속에 실종자가족의 슬픔과 동조하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회사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장에서 목격한 충격으로 겪고 있는 심리적 부분과 기자에 대한 직업관에 대한 집단치유가 있어야할 듯하다.
보도준칙
▲장우석=이번이 보도준칙을 만들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고 본다. 특종은 약간의 무리한 취재를 통해 나오기는 하지만 세월호 취재 과정을 보면서 기존의 언론 관행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효신=현실성을 떠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나 독자의 인권에 대한 태도도 변한 것 같다. 각 사별로 온도차는 있지만 변화는 해야 한다. 상황이 변화하고 있는데 방송과 신문의 취재시스템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여기에서 무엇인가 반성하는 모습과 준칙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많은 기자들이 보도준칙에 공감을 할 것이라고 본다. 이번 보도준칙이 세월호의 유산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구길용 회장=참사 자체가 사상 최악이었고 유례가 없는 사고였다. 저도 92년부터 대형사고를 경험했다. 이번 참사처럼 국민들이 느끼는 충격이 큰 사례도 없었다. 언론 입장에서도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반성을 찾을 수 있었다. 언론학적으로도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언론 불신, 과도한 취재경쟁, 속보경쟁, 해서는 안되는 취재ㆍ보도의 시행착오에 대한 현장 기자로서의 반성이 있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역할은 중차대하다. 언론의 불신으로 언론이 하는 역할이 소홀해져서는 안된다.
- 정리=장우석 편집위원(전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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