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기자세미나] 일상보도가 돼버린 재난… 참 언론의 자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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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21-09-0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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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보도가 돼버린 재난… 참 언론의 자세란
‘재난·안전취재 역량 강화’ 하반기 연수…전북 임실 119소방안전체험서 의식 고취
안전문화 정착·재난방지 관련 보도 고민…자살 예방·생명존중 보도 준칙 준수도
광주전남기자협회는 지난 7월15일부터 이틀간 전북 임실과 전남 영광 등에서
‘재난‧안전취재역량 강화’를 주제로 한 하반기 사건기자 세미나를 개최했다.
연수에 참여한 광주전남기자협회 소속 사건기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재난 안전은 선제적인 복지이자 선제적인 행정입니다”
‘재난 안전 취재 역량 강화’를 주제로 전북 임실 및 전남 영광 일대에서 1박2일간의 사건세미나가 열렸다. 특히 이번 세미나는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유익한 일정들로 채워졌다.
비가 온다는 기상 예보와는 달리 이틀 내내 화창했던 날씨도 한몫했다.
본격적인 일정에 앞서 점심 식사를 위해 임실 사선대에 들렀다. 매운탕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옥정호를 바라보며 막간의 티타임도 가졌다.
10분을 더 달려 도착한 전북119안전체험관 앞에는 노란색 차량들이 늘어서 있었다. ‘어린이들 오는 곳이구나’ 싶어 가벼이 구경하고 돌아가겠단 생각은 오산이었다.
첫 번째 코스였던 완강기 체험에서부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TV에서도 봤고, 익히 들어본 적도 많은 피난시설이었지만 사용법을 묻는 질문엔 모두가 주춤했다.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한 사람씩 완강기를 이용해봤다. 발 밑으로 보이는 아찔함에 오금이 저려왔다. 10초도 안 돼 땅에 두 발이 닿을 만큼 사용법은 간단했지만, 한편으론 ‘그동안 안전에 참 무지했구나’ 싶었다.
불길로 휩싸인 상황을 가정해 실내에서 탈출하는 체험도 했다. 연기로 가득 찬 통로에서 코와 입을 틀어 막고 최대한 자세를 낮춘 채 벽을 더듬으며 출입구를 찾아 헤맸다. 금방 탈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더욱 몰입되기도 했다.
차량 전복 체험도 기억에 크게 남는다.
생각해보면 뒷좌석에 탑승할 때 안전벨트 착용은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운전석에 앉을 때보다 긴장감이 덜하기 때문이었을까. 차량이 180도 돌자 엉덩이가 붕 뜨고 머리에 피가 쏠렸다.
벨트를 생명줄 삼아 대롱대롱 매달린 채 ‘이거 없으면 영락없이 죽겠구나’ 생각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던가. 짧지만 강렬했던 소방안전체험은 안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외에도 비행기 탈출, 소화기체험, 태풍체험까지 경험해보니 한정된 시간이 아쉬울 정도였다.
다양한 체험을 뒤로 한 채 재난안전 분야 전문가로 익히 알려진 송창영 교수의 강연이 이어졌다.
성수대교 붕괴, 화성 씨랜드 화재,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세월호, 그리고 최근 일어난 광주 동구 학동 참사까지.
모두 다른 듯 하지만 결국 이러한 대형사고 이후 개선하겠다던 안전 시스템은 달라진 점 하나 없이 똑같았다. 해마다 반복되는 인재, 그리고 한결같은 답변은 몇 년이 지나도 무섭게 닮아있었다. 안전한 사회가 되려면 우선 안전한 문화가 정착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건전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 건전한 것들을 답습시켜줘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이 와닿았다.
“학동 사고와 같은 가슴 아픈 인재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이는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그리고 전 세계적인 문제임이 분명했다.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매뉴얼을 재점검하고, 그에 앞서 안전 문화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자야말로 진정한 언론인이다”는 말에 진심으로 동감했다.
강연이 끝난 후 영광으로 이동했다. 백수해안도로 너머로 보이는 바다 저편으로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갔다. 하늘을 붉게 수놓은 노을을 바라보며 즐기는 해산물은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이날의 교육과 그간의 근황, 취재기사 등의 대화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세미나의 밤이 저물어갔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배정된 1인1실, 그리고 편안한 침구와 룸 컨디션 덕분에 기분 좋은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밤새 나눈 회포에 피곤할 법도 했지만 다음날 호텔 지하 세미나실에서 열린 자살 예방 보도 준칙 강연에 기자들 모두가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자살을 다루는 언론 보도의 방향이 바뀌면서 우리나라 자살률이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무심코 사용했던 용어들이 극단적 상황을 조장하는 말이 될 수 있음을 느끼고 조심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사건기자들에게 너무도 큰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광주로 떠나기 전 올려다본 객실 문 위의 비상탈출구 표시가 유난히 빛이 났다.
/ 최명진 광주매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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