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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주기, 우리는 무엇을 기록했나 - 광주·전남 기자들, 세월호 집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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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24-05-29 15:31
  • 조회수 1,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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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은 언론, 다시 떠오르려면 취재 본질 되새겨야

 

광주·전남 기자들, 세월호 집담회

동의 없는 피해자 취재·정부 발표 의존 언론 불신키워

10년 지나도 막내 기자들 떠미는 경쟁적 취재 환경 여전

속보보다 정확성기본 잃지 말아야 언론 신뢰 되찾을 것

원인·진상 완전한 규명 위해 잊지 않고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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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실종자 수습……. 

세월호 참사를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기록하는 사이 열 번째 봄이 찾아왔다.

안전한 사회를 바라는 목소리는 거셌지만 ‘10·29 이태원 참사’(2022)채 상병 순직 사건’(2023) 등 국가의 무책임과 무능으로 인한 참사는 반복되고 있다.

광주전남기자협회는 지난 430일 광주시 남구 구동 협회 사무실에서 세월호 10주기, 우리는 무엇을 기록했나를 두고 기자 3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2014년 세월호 침몰 당시 수습기자로 현장에서 숙식하며 취재했던 신대희 KBC광주방송 기자와 당시 4년 차 장아름 연합뉴스 기자, 올해 처음 세월호 취재를 맡은 박지현 뉴스1 기자가 어렵게 입을 뗐다.

이들은 그동안 진도 팽목항과 진도체육관, 목포신항 등을 찾아 무엇을 기록했는지, 취재 과정에서 무엇을 놓쳤는지, 앞으로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떠올리기 힘든 기억을 끄집어내는 도중 북받치는 감정을 다잡고,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며 2시간여 대화를 이어갔다.

세월호에 대한 각기 다른 기억을 지닌 세 명의 기자들은 경험을 꺼내기에 앞서, 또 다른 비극을 부른 그릇된 취재 관행에 대한 반성을 먼저 이야기했다. 언론에 성찰의 계기가 생긴 것에 대해서는 다행으로 생각하면서도 급변하는 언론 환경 속에서도 사실 확인을 기반으로 한 취재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국가적 참사로 희생된 넋을 기리고 진실을 완전히 규명하기 위해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잊지 말고 기록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지난해 10월 기자 생활을 시작한 박 기자는 1997년생으로, 250명이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해에 태어났다. 2014416일 사고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오전 수업을 듣다가 배 침몰 소식을 들었지만 전원 구조됐다는 속보에 안도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혹한 소식들을 접한 박 기자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학내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사회 부조리를 들여다봤다.

2014년 일선 경찰서를 출입하던 장 기자는 세월호 ‘1가 나온 이후 대형 여객선 침몰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진도 현장으로 내달렸다.

당일 멀미약까지 사 가면서 선상 취재를 계획했지만 ‘2차 구조가 더 있을 것이라는 구조 당국 보고를 확인하고 구조자를 조심스럽게 취재하는 데 첫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석 달 넘게 진도에서 머물며 취재할 줄은 전혀 몰랐다. 장 기자는 2017년 세월호 선체 인양까지 다루며 현장 취재를 지속했다.

장 기자는 사고 이후 유가족실종자 가족’ ‘미수습자 가족이라는 표현을 두고 수년간 헤맸던 일을 참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사례로 꼽았다. 생존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꺼져가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희생자 가족들과 수습 관련 소식을 나눴을 때는 참담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때로는 희생자 가족이 나서서 취재를 도우며 시들해지는 세월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붙들고자 했다.

2014년 수습기자였던 신 기자는 참사 당시부터 10주기를 맞은 올해까지 세월호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유족들이 오열하는 병원 응급실에서도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녹음기를 켜야 했던 아수라장같은 취재 현장은 그의 뇌리에 깊게 박혀있다.

신 기자는 잘못된 취재 관행과 맹목적 경쟁은 보호받아야 할 사고 피해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광주 학동과 화정동 붕괴 참사 때도 동의 없는 피해자 취재는 되풀이 됐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이후 참사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데스크들의 무리한 지시로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과 사생활을 침해하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신 기자는 10주기를 맞아 세월호를 혐오와 막말로 왜곡하고,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문제를 기획 보도로 다뤘다. 그는 오랜만에 희생자 가족과 통화했는데, 울컥했다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국가범죄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짐승의 언어가 없어질 때까지, 국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 안전망이 마련될 때까지 세월호 보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세 명의 기자들은 세월호로 인해 재난보도준칙을 손보게 됐지만, 이를 활용하고 준수하는 대상이 막내 기자에게 한정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국가적 참사가 일어났을 때 데스크와 선임이 재난 대응현장에 있어야 무리한 취재 지시가 없고 이들의 연륜을 살려 현명하게 취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수준 미달이었지만, 언론은 정부 발표에 의존하며 피해자의 상처와 불신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사고의 원인과 진상을 밝히고 같은 사태가 또 일어나지 않도록 언론의 감시와 견제가 촘촘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백희준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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