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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한 세상 올 때까지, 기억을 다짐하며 - 광주전남기협 ‘제주 4·3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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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25-05-28 15:50
  • 조회수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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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한 세상 올 때까지, 기억을 다짐하며


광주전남기협 제주 4·3 세미나

지역 곳곳 학살 현장 충격

역사 열거로 그쳐서는 안돼

완전한 진상규명 이뤄져야

2344bcb4ecd357e333e9f3c30472bf8a_1748415036_5719.jpg 돌아가면 기억해주오.” 

4·3이라는 숫자가 나에게 닿기 전의 이야기다. 이른 봄 무작정 홀로 떠난 제주에서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심어진 구좌읍 한 게스트하우스에 묵은 기억이 있다.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과 친해져 맛집, 여행지 이야기로 실컷 떠들었던 나는 떠날 무렵 동백꽃 배지를 선물로 받았다.

돌아가면 제주의 4월을 기억해 달라’. 나는 배지를 쥐어 주며 사장님이 건넨 간곡한 부탁을 가벼운 인사치레로 생각하며 다음 행선지인 고등어횟집만 떠올렸다. 19473월부터 19549월까지 7년 동안 어떤 일이 제주에서 벌어졌는지 영영 모른 채 푸르른 하늘 아래서 드라이브만 즐겼다. 속 없이.

2022년 운 좋게 광주전남기자협회의 제주4·3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었다. 처음 가보는 평화기념관, 이름 없이 뉘여진 거대한 백비, 다랑쉬굴의 비극, 무명천 할머니의 생애, 삶과 죽음이 교차했던 피로 물든 제주.

2시간 여 기념관 탐방을 마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평화기념관을 나서던 때 구좌읍 게스트하우스에서 속없이 웃으며 동백꽃 배지를 쥐었던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했을까’. 정신이 아득해졌다.

20254월 다시 찾은 제주 평화기념관. 77주기 추념식이 열린 기념관에서 스스로를 돌이켰다.

이름조차 없이 사건으로 불려온 4·3에 다시 한번 짓눌렸다. 곳곳의 학살 현장은 3년 전 마주한 충격의 연속이었다. 육지 사람이 겪는 3년에 한 번 꼴의 충격이 제주도민에게는 벌써 77년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핏빛 역사를 열거하고 암기하는데 그쳐선 안된다. 완전한 진상규명과 희생자·유가족의 명예 회복이 당면한 과제다. 이 과정에서 절실한 것이 무엇인가 곱씹어볼 때 선물 받은 동백꽃 배지를 떠올린다.

동백꽃 배지는 기억이다. 철없었을 때의 부끄러웠던 기억, 그 너머 ‘4·3을 기억해달라는 간절함이다. 아프기만 한 역사를 넘어서 제주도민이 바라는 배롱한 세상이 오는 날까지.

이영주 뉴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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