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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지역언론을 보다<4> 파리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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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24-10-10 16:13
  • 조회수 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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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절반 넘게 할애 지역지만의 아이템 눈길

 

프랑스의 지역언론을 보다<4> 파리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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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유일 지역지 르파리지앵, 적극 물량 공세

렌느 지역 우에스트 프랑스, 10여명 기자 파견

응원 르포·생활 밀착형·지역 출신 선수 취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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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100년 만에 세 번째로 열리게 된 이번 올림픽은 대회 첫 날부터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북한이라고 소개하는 바람에 한국 사람들을 아연실색케 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메인 경기장이 아닌 곳에서 열린 개회식의 파격적 퍼포먼스는 그 장면을 보는 모든 이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 조직위원회가 정리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대회 기간 동안 선수촌에서는 하루 4천개의 크루아상과 3천개의 머핀, 600개의 바게트가 소비됐다. 또한 파리가 사랑의 도시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르헨티나 핸드볼 대표팀의 파블로 시모네가 같은 나라 여자하키 팀의 필라 캄포이에게 큐피드의 화살을 쏜 것을 필두로 모두 7번의 결혼 프로포즈가 있었다. 950만개의 티켓이 팔렸고, 경기장 주변에서는 일렬로 세우면 80킬로미터에 달하는 양의 핫도그가 소비됐다. 프랑스는 금메달 16개를 포함해 모두 64개의 메달을 따면서 종합 5위의 역대급 성적을 냈다.

이러한 파격적 장면과 의미 있는 숫자들을 보도하는 프랑스 지역 언론들의 활약도 파리 올림픽에서 눈여겨볼 것 중 하나다. 지역지 톱3 중 하나인 <르파리지앵>이 단연 돋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르파리지앵>은 올림픽이 열린 파리의 유일한 지역 신문이 아니었던가. 제 앞마당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에 진심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모기업인 LVMH의 주요 브랜드인 루이 뷔통은 이번 올림픽의 공식 스폰서였다.

<르파리지앵>은 물량공세로 본인들이 얼마나 올림픽에 진심인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평소 타블로이드판 36~40면을 발행하던 신문은 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 48~52면을 찍었다. 52면 중 올림픽 소식은 절반이 넘는 30면에 달했다. 파리 유일의 지역지라는 이점을 살린 보도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파리 시내의 바나 클럽 르포 기사 또는 메달을 획득한 프랑스 선수들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파리 인근 고성(古城)에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는 생활 밀착형 기사는 <르몽드> 같은 전국지에서는 보기 어렵다.

폐회식 다음날인 812일 월요일자에는 대회를 결산하는 기사들이 실렸는데 그 중 메인 기사의 제목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Paris gagné(s)” 그런데 이 짧은 한 문장에는 두 가지 뜻이 숨어 있다. 일종의 언어유희인데, 우선 승리한 파리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서 파리(Paris)는 도시의 의미다. 파리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전세계에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 올림픽의 진정한 승자는 파리였다는 의미일 것이다. 두 번째 뜻은 승리한 도박이다. 명사 pari는 도박이라는 뜻인데 여기에 복수형인 s를 붙여 도시 Paris와 같은 단어로 만든 것이다. 이번 올림픽은 도박이라는 지적이 있을 만큼 우려가 많았지만, 그 우려를 다 씻어버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기장을 벗어난 개회식, 센 강에서의 수영 경기, 유명 관광지에 마련된 임시경기장 등 파격이 적지 않았다.

신문은 올림픽 취재를 수없이 다녔던 베테랑 기자들의 입을 빌려 파리 올림픽이 성공적이었다는 걸 독자들에게 확인시켜줬다. 파리에서 11번째 올림픽을 취재한 미국 출신 프리랜서 기자 스티브 윌슨은 파리가 혁신적인 모습들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번 올림픽은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올림픽은 코로나로 위축됐던 도쿄 대회 이후 이런 게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에서 독자가 가장 많은 서부지역 일간지 <우에스트 프랑스> 역시 파리 올림픽에 적지 않은 정성을 쏟았다. 1등 신문이라는 점을 일깨우듯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다른 신문에 밀리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신문의 본사는 파리에서 서쪽으로 350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렌느에 위치해 있는데, 10명이 넘는 취재기자들을 파리에 보냈다. <우에스트 프랑스>는 대회 기간 거의 매일 50페이지 가량의 올림픽 섹션을 제작했다. 상당 부분이 화보로 채워졌지만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역 출신 선수나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기사는 지역지의 단골 메뉴였다. , 마르세유, 보르도 등 축구와 농구, 핸드볼 등 일부 경기를 유치한 도시의 지역지들은 경기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우에스트 프랑스>는 대회를 결산하는 812일자에 취재팀의 뒷얘기를 따로 모아 기적같았던 2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크리스토프 들라크루아 기자는 그랜드슬램을 비롯해 화려한 투어 우승 경력에도 올림픽 메달만 없었던 세르비아 출신 조코비치가 기어이 남자테니스에서 금메달을 딴 뒤 흘린 눈물을 코 앞에서 본 감동을 적었다. 모르간 위구엔 기자는 에펠탑에서 내려오는 셀린 디옹, 프랑스 남자 농구팀의 멋진 경기 등 본인이 목격한 수많은 장면 중 최고의 순간은 지역 출신 승마 선수 스테판 랑두아가 7위로 경기를 마친 뒤, 올림픽 이전 시합 중 낙마사고로 목숨을 잃은 동료 선수의 어머니를 붙잡고 우는 모습이었다고 회고했다.

<우에스트 프랑스> 올림픽 취재팀 중 기자 3명은 대회 마지막 날 열린 일반인 마라톤 경기 참가기를 쓰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실시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이런 게 바로 <르파리지앵>이 언급했던 도박의 일종이다. 폐회식 전날인 810일 토요일 밤 9시에 시작된 이 행사에는 112개 나라에서 온 일반인 17361명이 참가해 선수들이 달린 것과 같은 코스를 달렸다. 밤새 환호하는 관중들 사이를 달린 참가자들은 마치 진짜 선수가 돼 올림픽에 참가하는 느낌을 받았을 법하다. 엄지를 척 치켜세우며 만족스러워하는 참가자들의 소감이 신문지상에 그대로 반영됐다. 가엘 플레투르 기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코스도 분위기도 환상적이었다. 전세계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더 감동적이었다고 적었다. 이쯤되면 도박이 성공적이었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전 광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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