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지난 7월부터 언어인권지킴이 운영위 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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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26-10-1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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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 사용, 독자의 알 권리 지킬 수 있죠”
한국기자협회, 지난 7월부터
언어인권지킴이 운영위 꾸려
매달 ‘보도용 새말’ 선정
외국어·전문용어 표현 다듬어
기자 편의보다 전달력 우선
공공언어 책임·접근성 강화

주식 상승세를 다루는 기사에서 흔히 쓰는 ‘모멘텀’은 우리말로 ‘성장 동력’이라 바꿔 쓸 수 있다. 최근 ‘삼성닉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유치와 관련해 언론에서 자주 사용하는 ‘팹’은 ‘반도체 제조 공장’으로 풀어 쓸 수 있다. 올해 월드컵에서 처음 도입돼 전·후반 각각 22분 무렵 경기를 3분씩 중단하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수분 보충 시간’으로 다듬을 수 있다.
‘플래그십’, ‘다운스트림’, ‘하이엔드’, ‘코리아 프리미엄’ 등도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뜻을 한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외국어나 전문용어를 따로 검색하지 않으면 내용을 알기 어려운 독자도 적지 않다. ‘언어의 생산자’이자 ‘유통자’인 기자들이 기사를 쓰면서 편리함과 전문성을 우선하다 놓치기 쉬운 대목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7월부터 쉬운 우리말 확산과 보도용어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언어인권지킴이 운영위원단을 꾸려 ‘이달의 보도용 새말’을 선정하고 있다.
7월에는 ‘바이브코딩’을 ‘대화형코딩’으로, ‘하이엔드’를 ‘최상급’으로, ‘로보택시’를 ‘자율주행 택시’로 다듬었다. 8월에는 ‘플래그십’을 ‘주력’으로, ‘라이브커머스’를 ‘실시간 방송 판매’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한국 저평가’로 바꿨다. 9월에는 ‘팝업스토어’를 ‘반짝매장’으로, ‘팹’을 ‘반도체 제조 공장’으로, ‘로드숍·멀티숍’을 ‘거리매장·복합매장’으로 고쳤다.
선정된 단어는 한국기자협회 소속 215개 언론사의 언어인권지킴이를 통해 각 회사에 전달돼 사용을 독려한다.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도 쉬운 우리말 다듬기와 정착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인환(55) 국어문화원연합회 부장은 “기술과 문화가 발달하면서 외국어를 접하고 익히는 속도가 빨라졌다”며 “과거 일부 전문가만 쓰던 용어가 인터넷을 타고 퍼져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자들이 외국어나 전문용어를 자주 사용하는 이유는 기사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고 현장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함축적인 제목을 지을 때도 길게 늘어지는 우리말보다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전문용어가 유용하다. 띄어쓰기를 포함해 8자인 ‘반도체 제조 공장’을 ‘팹’이라는 한 글자로 줄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 부장은 이러한 편의성의 그늘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로 독자의 ‘알 권리’를 강조했다.
그는 “거리 간판의 가장 큰 목적이 정보 전달이듯 언론의 본연의 역할도 독자에게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언어의 통로이자 생산자가 되는 언론이 정부 보도자료나 전문용어, 외신 표현을 그대로 가져다 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제목에 쓰면 자극적이고 전문적이거나 세련돼 보일 수 있지만 국민 간 정보 격차로 이어질 수 있어 늘 경계하고 고민해야 한다”며 “어르신에게 ‘보이스피싱’을 조심하라고 해도 ‘문자 결제 사기’라고 직관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한글을 몰라서가 아니라 영어로 된 한국어라서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들이 선도적으로 우리말로 바꿔 사회에 정착시킨 낱말도 적지 않다. 인터넷 사용자를 뜻하는 ‘네티즌’을 ‘누리꾼’으로 바꿨고, ‘블랙 아이스’는 ‘도로 살얼음’으로, ‘패스트 트랙’은 ‘신속처리안건’으로 풀어 썼다. 외국어나 전문용어는 정보 검색과 활용에 익숙한 젊은 세대보다 고령층 독자에게 더 큰 장벽이 될 수 있다.
정 부장은 “언론의 말은 사적 언어가 아니라 공공언어”라며 “언론은 현장의 소식뿐 아니라 정부 보도자료와 외신 뉴스를 전달하기 때문에 처음 선택한 표현이 해당 낱말의 정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자 한 사람이라도 더 쉽게 이해하도록 외국어 대신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조건 토박이말만 쓰자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독자에게 바로 와닿는 우리말을 기사에서 더 자주 사용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공공성이 강한 곳에서 쓰이는 언어는 공공언어에 해당하며 언론은 핵심 창구다. 기자가 보도자료나 외신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낯선 용어도 빠르게 일상에 퍼진다. 반대로 뜻을 살린 쉬운 우리말을 제시하면 독자는 따로 검색하지 않고 정보를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정보 활용이 어려운 고령층과 어린이, 외국어가 낯선 독자에게는 기자의 단어 선택이 정보 접근성을 좌우한다. 정 부장은 이번 사업이 기자들이 글을 쓰며 고른 표현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기자협회는 외국어나 낯선 전문용어 대신 쉬운 표현을 사용한 ‘쉽고 바른 우리말 언론인’을 선정해 수상했다. 최근에는 기사에서 꼭 바꿔야 할 단어를 고르는 ‘기자가 뽑은 쉬운 우리말 10선’ 투표도 진행했다.
투표 결과 R&D(연구개발), 나대지(빈터), 니즈(수요·필요), 몰카(불법 촬영), 버추얼(가상), 시그니처(대표·상징), 론칭·런칭(출시·사업 개시), 거버넌스(협치·민관 협력), 이니셔티브(주도권·협의체), 태스크포스(전담 조직·특별팀)가 선정됐다.
김다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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