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기자 좌담…세월호 참사 1년, 언론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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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5-04-0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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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기자 좌담…세월호 참사 1년, 언론을 말한다
반성은 하지만 아직 속보경쟁 못깨…대형사건 데스크급이 현장 지휘해야
지난해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과정의 대한민국 언론은 오래된 취재 관행이 가진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입법·사법·행정부와 함께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능과 역할이 크다는 의미로 '제4부'라고 불렸지만 세월호 참사 취재로 '언론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광주전남기자협회는 세월호 참사 발생 한달 뒤인 지난해 5월16일 현장 기자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한달, 언론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갖고 반성과 개선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광주·전남 언론계 뿐 아니라 전국단위 언론계에서도 자정의 움직임을 통해 잃어버린 '언론 신뢰'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20일 앞둔 지난 3월27일 광주전남기자협회 사무실에서 '세월호 참사 1년, 언론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다시 한번 현장 기자들의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장우석 편집위원(전남일보)의 사회로 배동민 기자(뉴시스), 장아름 기자(연합뉴스), 양창희 기자(KBS)가 참석했다.
●언론계 반성 움직임
▲ 장우석 편집위원=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안전시스템을 돌아보는 계기도 됐지만 관행적인 언론시스템에 대한 민낯을 고스란히 노출한 사건이다. 언론사마다 세월호 참사를 반성하는 움직임은 어떠한가.
▲ 장아름 기자=세월호 백서를 만들고 있다. 초안만 봤는데, 취재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외부에서 봤던 문제점 등을 담은 자아성찰적인 내용이다. 취재기자들의 후기도 담겨 있다.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데 한 가지는 앞으로 이런 참사가 일어났을 때 어떤 보도준칙 하에서 취재를 해야 하는가라는 내용이다. 또 외부의 시선인 교수나 해경, 정부 관계자들이 바라본 보도에 대한 시선을 담았다. 미흡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활용이 가능한 탐사보도 준칙을 만들자는 의미로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양창희 기자=백서 등을 만드는 지는 모르겠다. 원래 KBS에는 이미 재난보다 매뉴얼이 있었다. 재난보도 매뉴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매뉴얼이 현실적으로 적용이 되느냐가 쟁점이었던 것 같다.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이 세월호 보도준칙을 지난해 9월에 발표했고 전체적으로 이 내용을 공유한 적이 있다.
KBS광주총국 차원에서는 세월호 후 여름에 전체 워크숍을 통해 취재 당시 어떤 점이 문제였고, 이런 점은 반성할 여지가 있었는지에 대해 자체 토론회를 가졌었다.
▲ 장우석=방송이나 연합뉴스 등에서는 세월호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신문사들은 대부분 자체 논의가 없었던 것 같다. 세월호 취재팀끼리는 서로 취재 방식을 공유 했지만 회사 차원에서 공론의 장을 만들지 못한 점은 아쉽다. 사진부에서는 사건 초기 현장 기자들에게 취재시 유의사항 등을 공지했는데 그 이후에 추가적으로 나온 것이 있는가.
▲ 배동민 기자=세월호 초기에 사진기자협회 차원에서 논의한 뒤 특별히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지난해 세월호 이후에도 사건이 많았었다. 장성요양병원 화재와 소방헬기 추락, 담양펜션 화재 사고 등이 있었다. 세월호를 거치면서 논의했던 보도준칙들이 현장에서 지켜지는지 궁금하다. 세월호 이후에도 큰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는데, 세월호 때 논의했던 보도 관행의 문제점들에 대해 얼마나 논의되는지 모르겠다.
●피해자 인권 고려
▲ 장우석=배 기자의 말처럼 지난해 광주·전남에서 유독 전국적인 이슈가 되는 대형 사건·사고 등이 많았다. 저는 세월호 참사 때는 현장 취재에 참여했지만, 이후 사건들에서는 직접적으로 현장에 투입되지 않았다. 좌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은 현장 투입이 많았을 것 같은데 세월호 참사 이후 대형사고 현장에 대한 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는가.
▲ 양창희=세월호라는 대형 사고와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예전보다는 피해자들의 인권이나 입장에 대해 신경을 쓰라는 분위기가 데스크나 선배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것 같다. 다만 제작할 때보면 사고 발생시 들어가는 꼭지 수는 비슷하다. 사고 개요와 사고 재구성, 피해자 사연 등은 공식과 같다. 현장에 투입되는 입장에서는 대형사고 발생 시 비슷한 방법으로 취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 장아름=연합뉴스에도 백서를 만들기 전에 재난보도에 대한 기본준칙은 있었다. 워낙 오래돼 찾아보지 않았을 뿐이다. 있지만 유명무실했다. 보도준칙보다는 현장에서 '물' 먹지 않기 위한 분위기가 컸는데 세월호 이후에는 신중해졌다. 데스크와 현장기자 모두가 느꼈다. 장성 화재 때 회사 선배가 가장 먼저 도착을 했는데 1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었다. 예전 같으면 속보를 치고 나갔을 테지만 이번에는 공식 확인까지 보류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데스크도 그 부분에 대해 동의를 해줬다. 예전에는 긴가민가하면 먼저 쓰는 것이 관행이었다. 유병언 시신 발견 때도 최종 확인 때까지 보도를 늦췄다. 잘못하면 자기 필터링이 될 수 있지만 보도 파급력을 고려하는 것 같다. 기사가 되는 것은 어찌 보면 현장에 있는 피해자들에게는 아픈 내용이다. 아주 작지만 작은 변화라면 변화라고 생각한다.
▲ 장우석=최근 방송 속보 자막을 보니 심정지라는 표현이 나온다. 과거에는 사망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을 생각하면 변화라고 본다. 신문사에서도 예전에는 사연 중심으로 갔던 것 같은데 지양하자는 분위기가 있다.
그러다보니 아쉬운 점도 있다. 데스크에서 봤을 때 스토리가 되고 기사화를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은데 현장 기자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놓치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 현장과 데스크간의 신뢰가 필요한 부분인 듯하다. 앞으로 서로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치유 프로그램 및 인식 부족
▲ 양창희=참여는 크지 않은 것 같다. 기자협회에서 기자들에게 실태조사를 받았던 것 같은데 그 이외에는 없는 것 같다. 회사 자체적으로는 했던 것 같지만 구체적인 숫자는 모르겠다. 현장 취재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 장아름=지회에서 치료비를 신청하라고 했으나 출장자 중 2명만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당시에는 취재기자들에게 치료나 상담을 받으라는 것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일선에 나가 취재를 해야 하는 기자들에게 치료를 받으라는 것은 어폐가 있다. 우리보다 더 큰 상처를 입은 분들이 있는데 그 분들을 두고 치료를 받으라는 것은 맞지 않은 것 같다. 차라리 지금 취재기자 트라우마 등에 관심을 갖는 게 필요할 듯하다.
▲ 배동민=당시 희생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많이 취재를 했다. 이후 재판에 들어가면 여전히 희생자 가족들이 오신다. 승무원과 선장에 대해 하는 말을 계속해서 들어야 한다. 재판장에서 그런 것을 볼 때 당시 현장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법조 출입 기자 중 현장에서 유족을 만나 본 기자들도 재판과정을 취재하는 것이 상당히 곤욕스러운 부분이다. 법정 안의 재판 내용을 워딩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많은 기자들이 비슷한 상황일 듯하다. 치유 프로그램이 필요해 보인다.
▲ 장아름=세월호 당시 출장자들이 전국에서 와야 했는데 제주본부는 비행기를 타면 늦으니까 배를 타고 왔다. 떠날 때도 그랬다. 배가 침몰했는데 배를 타고 취재를 와야 하는 상황으로 불안감이 있었다고 한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다. 엄살처럼 보일 것 같아 누구에게 말하지 못할 뿐 배를 타게 되면 구명함이나 구명조끼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또 사고 때 작동을 할 수 있을지, 입을 수 있을지, 혼자 생각한다. 최근 천안함 생존자를 취재했는데 그도 고속버스나 배를 탔을 때 극단적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언론 신뢰 찾기 안간힘
▲ 배동민=속보 경쟁이 있다. 1초, 2초 초단위 싸움에서 1보, 2보, 3보를 하는데 보도 방침이 바뀐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언론 현실에서 언론사 자체로 정한 보도준칙을 지킬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듯하다. 기자들에 대한 신뢰가 거의 바닥인 듯하다. 세월호 이후에 사고 현장 피해자들이 기자들이 믿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경찰의 수사상황을 단순 보도하는 것에도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피해자 가족들의 경우 경찰 수사 방향이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난 물타기라는 인식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 가족들 사이에서도 "언론 보도가 안되면 사건이 잊혀진다"는 측과 "언론 보도 자체가 싫다"라는 측으로 나뉘기도 한다.
▲ 장아름=근본적인 문제는 속보경쟁으로 인한 오보인 듯하다. 핑계를 대면 정부가 잘못 발표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속보경쟁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 장우석=아이러니한 상황인 듯하다. 현장에 나가는 후배 기자들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현장에서 욕을 먹어가면서 취재를 해야 하느냐는 식의 푸념도 있다. 현장에서 '슬픔을 가지고 장사하냐'라는 비판과 동시에 언론이 보도 안하면 '잊혀진다'며 언론의 관심을 촉구한다. 언론인으로서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언론에서 잘못한 부분에 비해 과도한 비판을 받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 것이 현실이다.
▲ 배동민=스트레이트 기사나 원인 분석이 나간 뒤 가정사나 이런 슬픈 사연이 있다는 식의 기사가 국민 알권리에 부합하는 기사인지 고민이 된다. 그런 기사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가십 형태로 읽힌다. 댓글이 유족을 위로하거나 죽음을 애도하는 글들도 다수지만 악플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것을 봤을 때 가족들에게 본의 아니게 2차 피해가 발생하고 그것에 대한 항의도 적지 않다. 취재 기자가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 양창희=제작 부담이 있다. 화면구성을 함께 해야 한다. 대형사고의 경우 현장에서 인터뷰를 딸 때 1~2개가 아니라 더 많은 양의 인터뷰를 확보해야 한다. 1~2개를 따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똑같은 질문을 똑같이 하고 다니는데 그런 행동을 제3자적 시각에서 볼 때 민폐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데스크급 현장 투입 필요
▲ 장우석=세월호 참사 한달 좌담회 당시 현장에 연차가 낮은 기자들 위주로 파견되면서 현장과 데스크의 괴리가 컸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한 변화는 있었는가.
▲ 양창희=세월호 이후 전국에서 투입되는 대형사고는 없었던 것 같다. 방송의 경우 대기자나 당직기자가 먼저 가지 연차 등을 고려해 선별적 투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 같다.
▲ 장아름=대형 사건사고가 있을 때 데스크급이 현장에 가면 좋을 것 같다. 세월호 당시 진도에 부장급 선배가 파견돼 있으니 본사에서 내려오는 무리한 지시도 막아준 것 같다. 데스크가 현장에서 대략적인 상황을 정리하면 본사에서도 이해하는 듯하다.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시니어급 기자들이 현장에 투입되면 좋겠다.
▲ 배동민=호주의 경우 예전에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풀 기자단을 통해 자극적인 내용을 막았던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와 호주의 언론환경이 다르기는 하지만 대형 재난사고 발생시 오보나 자극적인 보도를 피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장우석=이번 좌담회로 많은 것이 변화하기를 바라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이같은 좌담회나 토론회 등을 통해 현장 기자들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지역 언론계가 조금씩 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의견을 준 참석자들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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