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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들이 본 세월호 1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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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5-05-15 16:49
  • 조회수 6,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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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전남일보·광주매일신문 수습기자들이 세월호 1주기를 맞아

1년 전 일반인으로 느꼈던 점과 기자로서 느낀 점에 대해 대담을 하고 있다.

 

 

수습기자들이 본 세월호 1주기

 

- 김건웅·진창일·박지현·김정대 전남일보 수습기자,

주재홍·유대용·정겨울 광주매일 수습기자

 

“새로운 것보단 본질, 그러려면 현장에 가야

 

 

세월호가 수백명의 목숨과 함께 진도 앞바다로 침몰한지 1년이 지났다.


각 지역 미디어에서는 지난 4월16일을 맞아 특집을 게재했으며, 다수의 취재기자들이 진도 팽목 현장에서 취재하며 1년 전의 아픈 기억을 재조명했다.


특히 세월호 관련, 사건 당시 첫날 오보를 통해 ‘기레기’라는 불명예를 짊어졌던 대다수의 언론들은 다양한 시각과 깊이있는 취재로 세월호를 재조명하면서 그날의 아픈 실수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사건이 발생했을 시 기자가 아니었지만 이제는 기자로서 교육을 받고 있는 지역 신문의 수습기자들도 상당수 세월호 취재에 참여했었다.


아직 기자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지만 좌담회에 참석한 수습기자들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뜨거운 열정과 냉정한 평가를 통해 선배기자들이 미처 알지 못하거나 잊어버렸던 것들에 대해 난상토론을 펼쳤다. 이들의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사회자 = 바쁜데도 불구하고 자리에 참석해줘서 감사하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수습기자들로서 지난 4월16일 세월호 취재에 참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순서에 상관 없이 느꼈던 감정을 말해주기 바란다. 일반인으로서 세월호, 기자로서 세월호 어떤 차이가 있나

 

정겨울 = 수습기자가 된 지 2주일 만에 선배들과 가게 된 진도 팽목항. 그곳에서 머무른 시간은 세월호 참사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작년과는 또 다른 생각이 많이 들었다. 추모장이니만큼 지나치게 적막했고 그 수많은 노란리본과 생존자·유가족들의 눈물과 외침을 눈으로 봐서인지 내가 이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진도에서 머무른 3일째에는 왜 이 사람들의 아픔을 건드려야 하며, 내가 과연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 뭐가 가장 힘들었는지, 참사 1주기인데 심정은 어떤지 질문해야만 했고, 때로는 오열하는 유가족의 사진을 가까이서 찍어야만 했다. 그들 앞에서 나는 마치 상처 난 부분을 끊임없이 바늘로 찌르는 사람 같았다.


박지현 = 과거엔 그저 공감하고 누군가의 편을 들어도 됐지만 지금은 어느 한 쪽 편을 들어선 안된다는 점이 차이라고 본다.


김정대 = 기자로서 이곳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야한다는 책임의식을 느낀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주재홍 = 먼저 오늘로서 수습기자가 끝났다. 하지만 취재 당시에는 수습기자였음으로 그때 상황을 떠올려 말하겠다.


1년전 세월호 뉴스를 처음봤을 때가 기억이난다. 배는 이미 기울어 반쯤 바다에 잠겨 있었고 해경과 어민들이 생존 학생들을 허겁지겁 구출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하지만 다들 오전 공부를 끝내고 다시 만났을 때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갈수 없었다.


배에 탄 승객수도 정확히 집계가 안되는 와중에 생존자가 150명선이었기 때문이다. 충격에 다들 말을 잊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1주년을 맞이 할 즈음 나는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게됐다.


취재를 위해 팽목항에 들어선 순간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내 자신에 대해 생각했지만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 추모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고 사람들의 무관심, 1주년이라는 시간이 돌아와 분위기의 무르익음, 이런 모습이 싫었던 것 같다.


진창일 = 중요한 것은 진실규명, 이것을 바라보는 기자의 시각이 필요하다. 모든 것은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이뤄져야한다. 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책임의식이다. 작년과 올해 신입기자가 된 후 가장 큰 차이점은 기사를 써야한다는 것, 눈으로 보고 듣는 것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자발적 책임의식과 의무감이 밑바탕이 돼야한다.

 

사회자 =  내년 세월호에도 추모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가?


주재홍 = 내 개인적인 경험상 '죽음'도 당사자가 겪은 일이 아니고선 잊혀지기 마련이다. 참사를 겪거나 목격한 세월호 실종자, 희생자 가족, 정부내 관련기관 그리고 언론은 잊지 않을 수 있겠지만 직접적으로 세월호를 경험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잊지 않을까.


한 가지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일반인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진실 규명이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서 세월호는 잊혀지지 않을 수 있다. 5·18을 취재하며 35년전 일을 겪은 어머니들의 모습은 그날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분들만 그날을 잊지 않았다. 넓게 보아 광주·전남은 잊지 않았더라도 한국에서는 잊어버린 아픔의 기억이다.


진창일 = 추모 분위기는 내년 총선 대선까진 이어질 것이다. 다만 518과 같이 문화적, 기념적 요소를 가미해 재창조해야 할 것이다. 365일 내내 상갓집이 될 순 없을 것이다. 이슈, 사건화는 슬픔과 분노이나 이것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은 줄 수 없을 것이다.


사회자 = 세월호 취재에서 언론이 놓쳤거나 또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박지현 = 휴머니티가 독자 이목을 끌 순 있지만 언론이 해야할 역할은 진실규명이라고 본다. 무엇이 배를 침몰하게 했고 왜 구조가 잘 이뤄지지 않았는지 하는 것들을 밝히기 위해 언론의 역량이 더 풍부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진창일 = 본질이 중요하다고 본다. 기획에 빠지면 안된다. 본질이 없는 새로움은 사실이 아니다. 오보이다. 본질이 기본된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새로움이 없는 본질은 기사가 될 수 없다. 본질과 새로움은 동일선상에서 다뤄져야한다. 함께하지 않으면 반쪽일 뿐이다. 본질을 추구함은 기자의 숙명이나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은 의무이다. 본질을 놓치지 않되 새로운 것을 찾아야한다. 마지마지막으로 기자는 현장을 가야한다. 현장을 확인하지 못한 기사는 오보다.


김건웅 = 본질과 새로운 것.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누군가에게는 본질이 더 중요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것이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것은 본질에서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어제 나는 새로운 것 보다 본질에 중심을 둬야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어느 한 가지에 편향된 생각을 하게 되면 기자로서의 시각이 넓어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 무조건 '현장'이 중요하다는 말에 공감했다. 진도VTS를 가는 것도 좋지만 모든 사건, 사고 발생시 가장 정확하고 좋은 기사를 양산해 낼 수 있는 곳은 현장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실제 나는 추락사 현장과 화재 현장을 다녀왔고 현장이 주는 또 다른 시각에 대해서 몸소 느꼈봤음에도 키워드를 놓쳤다. 현장을 놓친 기자와 현장을 간 기자의 기사는 비교 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유대용 = 기자로서 앞으로 할 일은 분위기 환기와 함께 조율하는 일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에 직접 팽목항에 찾아가면서 느낀 또 다른 한 가지는 ‘어디까지가 열정적인 취재고 어디까지가 인권 침해 혹은 비도덕적인 취재인가’였다.


수습기자가 아닌 학생 신분이었던 세월호 참사 당일을 떠올려보면 ‘뭔가 큰 사고가 났구나’는 생각은 침몰 몇 시간 뒤, 세월호 탑승자 전원 구조라는 보도를 보고 ‘안도’가 됐지만 얼마 안지나 오보임이 밝혀지고 나선 언론에 대한 ‘분노’도 바뀌었다.


수습기자 신분인 지금에 와서는 얼마나 힘들고 열악한 상황이 많은지 조금이나마 느끼지만 국민 모두가 기자가 아닌 이상에야 진실성, 정확성, 완전성이 결여된 기사를 내보내는 언론을 국민이 관대하게 받아드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기자들의 욕심은 독자의 알권리에 앞서 거부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여전히 갓 입사한 수습기자로서 특종과 비윤리적인 취재의 차이는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다.


신문윤리 실천요강 제 2조에는 취재준칙이 적혀있다. 취재준칙은 비윤리적인 또는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되고, 취재를 위해 개인을 위협하거나 괴롭혀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되새겨 보면 세월호 참사 1주기 취재를 다녀온 나조차 저런 항목이 있는지 조차 몰랐고 유족이나 추모객들이 느끼는 감정보다는 '어떤 소재가 기사가 될 수 있을까‘하는 계산적인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김정대 = 감춰진 진실을 들춰내는 게 기자의 임무라고 배웠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진실규명이다.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진실규명 곧 본질이 새로운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로서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이 부분에 대해 끈질기게 매달려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누가 언론을 신뢰하겠는가. 언론의 가치는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질수록 높아진다.


그 가치를 지키는 것도 또 이뤄내는 것도 기자들이다. 그것을 위해 기자들은 대부분의 삶을 현장에서 보낸다고 생각한다.

 

사회자 = 만약 세월호 참사같은 대형 재난이 다시 발생했다면 어떻게 취재해야할까. 또 세월호를 통해 언론이 가져할 자세는 무엇인가?


박지현 = 피해규모 등 현장상황 체크, 정부의 발표 및 대책, 유가족, 생존자 인터뷰, 구조가 원활한지 체크해야 한다. 아울러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큰 오보는 '전원 구조'였다. 그 오보를 막기 위해선 직접 눈으로 침몰하는 현장을 보러갔어야 했다. 앞으로도 꼭 그렇게 해야 한다.


정겨울 = 재난 취재에 앞서 앞으로 일어날 참사를 예방하도록 하는 것 또한 기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시민들의 안전의식을 고취시킬 목적으로 ‘안전 불감증’에 대한 다양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끊임없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니 안전 불감증을 운운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원인을 찾아 나선다. 결국 모든 행보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이러한 점을 지적하고 꾸짖는 것도 기자가 할 일이라고 본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며 기자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현장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유대용 = 2월18일은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날이다. 올해 12주기를 맞았고 참사 당시 세월호 만큼이나 충격적이고 슬픔에 잠겼던 참사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애초에 대구지하철 참사에 대해 기억하고 안전사고예방, 책임의식에 대해 철저한 대비를 했다면 세월호 참사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사고다. 이렇듯 시간이 더 지난 일이라고 잊고 있었던 나 역시 뒤늦게 안전사고예방을 외치며 인재(人災)를 만드는 그들과 다를 게 없다고 느꼈다. 12주기를 맞은, 잊어지고 있는 대구지하철 참사처럼 세월호 참사가 잊어진다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없으리란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 모두가 잊는다 해도 ‘기자’만큼은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지난 시간에 대한 기억이야 말로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김건웅 = 대형재난이 터졌을 때 기자는 휴머니즘과 저널리즘 두 개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두가지 중 무엇이 우선이냐고 묻는다면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에 대한 인간적인 애정과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새로운 소식이란 검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검증되지 않는 이야기를 독자에게 말하는 것은 기자가 아니다. 휴머니즘을 가지고 현장에 접근하되 정확한 이야기를 써야 한다.


진창일 = 기자의 본질은 정확하고 새로운 정보를 독자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러기 위해서 어떤 기자들은 위험도 불사한다. 다만 이것이 그저 새로운 것에 대한 천착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종에 대한 욕심만큼이나 인간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대형재난의 취재일 경우 그런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아가 그 재난의 근본원인에 대해 정확히 알려야 한다.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지게하고 우는 사람들이 왜 우는지를 알려야 한다. 잘못된 것을 알려주지 못하는 언론은 독자로부터 결국 외면 받을 것이다.

 

사회자 = 솔직하고 명확하게 이야기해줘서 감사하다. 여러분 같은 후배기자들이 있어 지역 언론의 미래가 더욱 밝아질 것 같다. 건승을 빌겠다.

 

-사회·정리=노병하 전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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