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함 속 기자 울린 한 마디 “그래도 살아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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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20-09-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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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함 속 기자 울린 한 마디 “그래도 살아야제”
소도시 할퀸 잔인한 생채기
터전 잃었지만 情으로 재개
<사진설명> 기록적인 폭우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구례 5일 시장이
봉사자들의 손길로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달 7∼9일 기록적인 폭우는 전남 구례군 구례읍 오일시장 인근을 문자 그대로 ‘물바다’로 만들었다.
재난문자의 사이렌 소리가 울릴 때마다 낡아빠진 자동차의 가속 페달을 밟으며 헐레벌떡 도착한 침수 현장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물은 1층 지붕을 덮을 정도로 차올랐고,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을 고무보트가 실어나르고 있었다. 누군가 고무보트를 향해 “살려달라”고 외치며 구조를 요청하기도 했다는 주민의 증언은 고립된 시장 안쪽의 상황을 짐작케 했다.
인근 마을에선 축사에서 빠져나온 소들이 지붕 위에 올라 구조를 기다리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한 50대 주민은 “평생 이 곳에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 곳에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순식간에 보금자리와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고난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폭우 뒤에 찾아온 폭염은 복구를 시작한 이재민들에게 또다른 재난이었다.
수도가 끊겨 씻을 물은 커녕 먹을 물도 나오지 않는 열악한 상황에서 복구를 시작해야 했다.
값비싼 가전·가구, 침구류를 포함해 집기류 대부분은 버려야 하는 게 태반이었고, 판매할 상품들도 제대로 남아있는 게 없었다.
순식간에 성인 키를 훌쩍 넘을 많큼 쌓인 수해 폐기물에선 시큼한 악취가 올라와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엄두가 나지 않던 복구 작업이었지만 인접 지역에서 찾아온 자원봉사자들과 군인·공무원들의 손이 더해지며 시장은 빠르게 제 모습을 찾아갔다.
어제의 원망 대신 내일의 삶을 선택한 자들의 저력이었다.
“그래도 어쩔 것이오. 살아야지라.”
인터뷰에 응했던 이재민의 이 한마디는 오랜 여운을 남겼다.
/천정인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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