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재난보도에 기자 덮쳐버린 ‘번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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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20-09-2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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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재난보도에 기자 덮쳐버린 ‘번 아웃’
수해·태풍·코로나까지 콤보
새벽·주말까지 살인적 스케줄
<사진설명> 극심한 수해 피해를 입은 구례를 깜짝 방문해 위로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을 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자들
집중호우에 연이은 태풍, 코로나19까지. 달콤한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연이어 터진 재난상황에 지난 8월 한 달은 말 그대로 정신없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재난방송 하랴, 실시간 뉴스 쏟아내랴. 새벽이고 주말이고 할 것이 밀려드는 속보에 노트북이 식을 새 없이 일했다.
재난문자 알림에 이리 심장 떨려본 적이 있을까. 24시간 곤두선 신경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불안과 불안의 연속이었다.
특히 구례는 이번 재난상황에서 가장 많이 찾았던 지역이다. 피해 상황이 심각했던 것만큼 취재 환경도 열악했다. 노트북 하나 제대로 펴고 일 할 공간도 없어 구부정하게 기사를 마감하기 일쑤. 온 몸을 감싸는 습한 기운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 마스크까지 동여 매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다보면 전과 다르게(?)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는 게 느껴졌다. ‘세상에 이렇게 힘든 일이 또 있나’ 싶다가도 양쪽 어깨에 카메라 등 촬영 장비며 노트북 등으로 중무장한 선·후배 기자들을 보면서 민망할 정도로 가볍기 그지없는 양손을 가진 나를 위로하기도 했다.
8월12일 또 구례를 찾았다. 수재민을 위로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 관계자, 주민 등이 한꺼번에 몰리며 대통령 얼굴은커녕 머리카락조차 구경 할 수 없었다. 청와대 출입기자가 아닌 탓에 근접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당연했지만 수습기자도 아니고 데스크에게 ‘사진도, 녹취도 확보 못했습니다’라고 무책임하게 말 할 순 없었다. 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어 ‘이렇게 물 먹는구나’ 싶은 순간, 어디론가 급히 뛰어가는 주민들이 보였다.
‘아, 대통령이구나’. 직감이 왔다. 무작정 따라 뛰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장 골목 어귀에 VIP가 나타났다. 그것도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말이다. 대통령은 상인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곧 내 차례였다. 마음 같아선 와락 안기고 싶었지만 남는 건 사진뿐,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전문기자가 보면 형편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제법 큰 대가를 치른 사진 1장을 건져냈다.
문 대통령 취재 에피소드 말고도 뇌리에 깊게 박힌 구례의 또 다른 한 풍경이 있다. 피해 상인 할머니와 자원봉사자 간 실랑이가 그것이다. 봉사자에게 따끔한 한마디라도 할 요량으로 다가갔다. 그랬더니 웬걸, ‘정리를 돕겠다’는 봉사자에게 ‘썩은 냄새가 심하게 나니 미안해서 안 된다. 내가 따로 하겠다’는 거절을 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연이은 재난보도에 ‘번 아웃’ 됐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피어난 할머니의 정은 나를 다시 일으킨 명장면이 됐다.
/유대용 전남C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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