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현장 취재 긴급점검] 눈발 날리던 그 겨울, 기자들 현장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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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22-03-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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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발 날리던 그 겨울, 기자들 현장 지켰다
현산 아파트 붕괴 사고 취재기
현장 출동 지시받을 때만 해도
“별일 아닐 거야” 막연한 짐작
수백명 달하는 취재진과 경쟁
나중엔 핫팩 전달하며 정 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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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붕괴 참사 27일째인 지난달 6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광주전남기자협회
기자들이 눈을 맞으며 현장 정례 브리핑을 취재 중이다. - 장아름 편집위원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외벽이 무너졌단다. 빨리 현장으로 가라.”
지난 1월11일 오후 3시 50분께 사회부 선배의 전화를 받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은 사건일 것으로 지레 짐작했었다.
17명의 사상자를 냈던 학동 참사가 발생한 지 반 년 정도 지났던 시기. 그렇게 큰 사고를 겪고 난 뒤라 그랬을까. 그때보다는 덜 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생각을 가지고 현장으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해 본 광경은 상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39층짜리 아파트 중 17개 층이 폭삭 내려앉은 모습이었다. ‘종잇장처럼 구겨졌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난히도 추운 날 사고
사고가 발생한 날은 그날따라 눈발도 흩날리고 참 추웠다. 바람도 강하게 불었다. “추운데 왜 사고가 나서….” 현장을 돌아다니며 마음속으로 계속 볼멘소리를 했다.
사고 첫날 첫 구조당국의 브리핑에서는 “경미한 부상자 이외 피해자가 없다”고 했다.
대신, 붕괴 건물 옆 부분에 부착해놓은 140m의 타워크레인 지지대가 기울어진 상태로 타워크레인이나 건물의 추가 붕괴 우려가 제기돼 긴급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이것만 정리되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그날 저녁이 되자 바로 바뀌었다. 붕괴건물 24층과 31층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6명의 행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현장 주변 모든 불이 꺼지고 구조작업도 멈춰 섰다. 일대 주민들과 상가 상인들도 모두 대피했다. 6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소식을 듣고 현장 인근 천막에 모여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사고 첫날이 그렇게 지나가면서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에 대한 약 한 달간의 취재가 시작됐다.
◆시멘트 바닥서 마감… 흡사 전쟁통
둘째 날부터 브리핑 장소와 현장 인근에는 인원을 셀 수 없을 정도의 취재 기자들이 몰렸다. 브리핑 때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지역기자들보다는 처음 보는 기자들이 더 많았다.
말 그대로 ‘전쟁통’이었다. 각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 자리를 지켜야 하는 취재기자들은 추운겨울 시멘트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 현장을 지켰다.
급변하는 상황 때문에 칼바람에 온몸이 얼어붙어도 현장의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또 현장에는 기자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6명의 실종자들이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는 피해자 유가족들도 천막만으로 추운 겨울에 현장을 지키기에 취재기자들의 어깨는 더 무거웠다.
기자들은 핸드폰과 노트북 배터리가 부족하면 인근카페에 들어가 충전을 하면서 몸을 녹이기를 반복하면서 현장을 지켜야만 했다.
사고 발생 3일 뒤인 14일 인근 오피스텔 어린이집에 임시기자실이 마련되면서 그나마 상황은 좀 나아졌다. 추운 날씨를 버티기 위해 필수적인 핫팩과 보조배터리, 깔개 등의 물품과 샌드위치·햄버거·초밥과 같은 음식이 광주전남기자협회와 지자체 등에서 지원 되기도 했다.
중앙지와 중앙 방송 등에서 파견 온 얼굴도 모르는 기자들이 많아 공간도 부족하고 서로 소통할 기회가 없었지만, 현장에서 서로 속보경쟁을 하면서도 추운 날씨에 떨고 있는 동료 현장기자들을 보면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핫팩을 전달하며 서로를 독려하는 정이 쌓여갔다.
광주·전남지역에서 발생한 사고현장에 정부까지 나서는 건 드문 일이었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며 중앙사고수습본부까지 꾸려졌다.
피해자들이 속속 발견되고 수습되면서 점차 언론의 관심사항에서 멀어지게 됐지만, 지역언론은 끝까지 현장을 지켰다.
사고발생 발생 29일째 만에 모든 실종자가 수습됐다.
수습을 마친 소방당국의 마지막 브리핑에서 브리퍼는 “사고현장을 지키며 피해자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던 피해자 가족들에게 실종자들을 되돌려 보내지 못해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이로써 현장취재도 마무리됐다.
- 정병호 광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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