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출입 17년, 세 번의 우승 지켜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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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24-12-0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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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출입 17년, 세 번의 우승 지켜보다
09·17·24 모두 현장에
무작정 내달리던 초보기자
어느덧 챔필 기자실 고참
7년 사이 겪은 팬데믹에
올해 우승 더욱 소중해


예전에 해태 타이거즈를 담당했던 선배는 ‘매년 하는 그까이것 우승’ 느낌으로 취재를 했었다고 한다.
야구판의 고인물이 되어가고 있는 나는 7년이 지나 올해 다시 기다렸던 ‘우승’ 현장을 누볐다.
2024 한국시리즈 MVP 김선빈과는 ‘입단 동기(?)’다. 2008년부터 프로야구를 담당해 여기까지 왔다. 하다 보니 철없던 김선빈이 17년 차 베테랑으로 MVP에 오르는 모습도 보게 됐다.
세 번의 우승. 2009년에는 멋모르고 ‘어?어?’하다가 역사적인 우승 순간에 있었다. “내년을 준비하자”고 내부에서 이야기가 나오던 즈음 트레이드가 역사를 바꿨다. 김상현의 영입으로 최희섭과 집안 홈런왕 싸움이 전개됐고, ‘무승부’ 제도에 반발해 최정을 투수로 내세웠던 김성근 감독의 돌발행동이 KIA 우승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과 함께 나는 처음 ‘우승 기자’가 됐다. 나지완의 방망이가 돌아가는 순간, 벌떡 일어나 그라운드로 달려갔다. 멋모르던 초보 기자라 뭐라도 하나 더 취재하고 싶다는 생각에 공이 어디에 떨어졌는지 확인 안 하고 달렸다. 일단 맞는 순간 홈런이었으니까.
그다음 기억에는 손이 빠지게 기사를 쓰던 내가 있다. 한국시리즈 특집 제작을 위해 기사를 쓰고 또 썼다. 지면을 양보(?)한 선배들은 치맥과 함께 잔치를 즐겼다. 편집국에 왜 치맥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울아 너도 먹고 해”라는 야속한 소리를 뒤로한 채 화장실도 못 가고 입사 이후 또 지금까지 가장 많은 기사를 썼다.
11년 만의 우승으로 들썩였던 광주, 하지만 다음 한국시리즈 취재를 하기까지 8년이 걸렸다.
2017시즌에는 야구 기록지 작성하느라 바빴다. 한번 공격을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너도 치고, 나도 치고, 모두가 치는 타격이 전개되면서 KIA는 거침없었다. 역대급 화력에도 최종전에서야 우승이 확정됐지만, 어찌 됐든 KIA는 8년 만에 정규시즌을 1위로 마무리했다.
11번째 ‘불패 신화’에 도전했던 2017년,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2017 투표 참여 리그’라는 이벤트를 통해 “투표 인증 1위 팀으로 가서 시구한다”라는 공약을 했었다. 대선 기간에 관련 기사를 다뤘고, 한국시리즈를 1주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시구 연습하고 있을까?’라는 기사를 썼다. 챔피언스필드에서의 첫 한국시리즈였던 만큼 1차전 시구가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믿거나 말거나 이 기사의 영향으로 잠실 3차전이 아닌 광주 1차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시구자로 깜짝 등장했다. 사실 1차전 전날 정치부를 통해 관련 정보를 입수했다. KIA 프런트 점퍼를 입고 눈에 불을 켠 채 돌아다니는 낯선 이들을 보면서 다른 기자들에게 말은 못 하고 괜히 신났었다.
2017년 한국시리즈 하면 눈물을 글썽이던 이범호도 생각난다. 시리즈 내내 부진했던 그는 5차전 만루에서 ‘만루 사나이’답게 담장을 넘기고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그의 눈가는 촉촉했다.
그날 이후 또 7년이 지났다. 이번에는 KIA가 우승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의 시즌이었다. 2017 한국시리즈 5차전 만루포 주인공이 스프링캠프 중반에 사령탑이 됐다.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이범호 감독은 ‘리더의 힘’을 보여주며 우승 질주를 했다.
한국시리즈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우승 트로피에 KIA를 새겨놓기라고 한 듯, 전문지 기자들은 괜히 내게 “축하한다”는 인사를 했다.
KIA의 우승은 당연했고, 몇 차전에 끝나느냐가 관건이었다. 5차전을 예상했고, 기대했다. 잠실에서 두 차례 우승 현장을 취재했다. 세 번째 우승은 광주에서 하고 싶었다. 올 시즌 광주의 야구 열기를 알고 있기에, 광주에서의 두 번째이자 37년 만의 우승 순간을 담고 싶었다.
바람대로 5차전 우승이 이뤄졌지만 야구팬의 낭만을 누릴 틈은 없었다. 데드라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길어졌던 경기. 그만큼 마감 시간은 줄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데드라인의 스릴이었다. 그렇게 우승 특집판이 제작됐다.
세 번의 우승을 취재하는 사이, 절망 같던 코로나 시대도 겪었다. 적막한 경기장에 나홀로 관중이 되기도 했고, 익숙했던 덕아웃은 밟을 수 없는 곳이 됐다. 어떻게든 취재를 하고 싶어서 땡볕에 관중석을 서성이다가 그물망 사이로 선수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간. 선수들은 팬들의 소중함을 알았다. ‘함께’가 그리웠던 이들은 같이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고 응원가를 부르는 시간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17번의 시즌을 보내면서 가장 많이 놀란 해다. 코로나 이후로 자연히 원정 취재도 가지 않게 됐었다. 지난 8월 대구로 모처럼 원정 취재를 갔고 다시 덕아웃이 개방됐던 날처럼 모든 게 어색했다. 관중석의 응원 열기에는 깜짝 놀랐다.
오랜만이라 모든 야구 기자가 집결하는 한국시리즈도 낯설었다. 정신없이 바쁘고 어색했던 시간, 이내 그 순간들이 그리워졌다. 잃어봐서 안다. 그 소중함을. 이번 우승이 그랬다. 선수들에게나 그 현장을 취재한 나에게도.
김여울 광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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