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참사 보도…현장은 아직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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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25-01-2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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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참사 보도…현장은 아직도 어렵다
‘취재경쟁 과열’ 오보·항의…음모론 휘말리기도
광·전기협 애도문 발표…보도 준칙 준수 당부
‘국민 공감대’ vs ‘유족 최우선’ 보도 윤리 고민
기자도 트라우마 “같은 업무 반복 노출 지양”

◇전국 취재진 집결 ‘경쟁 과열’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공항 여객기 참사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지고 단 2명만 생존했다. 국내 항공기 사고로는 1997년 미국 괌행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228명이 숨진 데 이어 11년 만의 비극적인 참사다. 사고 첫날부터 전국 각지 영상·사진·취재 기자들이 참사 현장으로 모였다. 참사 직후 속보와 구조·수색, 사고 원인 실마리를 찾는 보도가 실시간 쏟아졌다. 취재진은 유족이 모인 공항, 분향소, 희생자들의 빈소가 마련된 광주·전남 장례식장 곳곳으로 흩어져 열띤 취재를 이어갔다. 약 일주일 간 취재 경쟁이 과열되면서 잡음도 일었다. 구조자 오보가 나왔다. 희생자의 개인사를 낱낱이 공개한 기사, 유족을 옅게 모자이크한 사진, 여객기 폭발을 여과 없이 내보낸 영상 등으로 유족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 지역 신문을 저격한 음해성 기사도 나왔다. 매일신문은 광주일보가 29일 여객기 참사일을 ‘22일’로 잘 못 기재한 것을 두고 “사고 기종이 예고됐다”며 음모론을 펼쳐 물의를 일으켰다.
◇광전기협, 준칙 준수 당부
참사의 그림자는 우리의 동료까지 삼켰다. 희생자들의 대부분이 광주·전남에 연고를 두면서, 언론인도 비극을 비켜 가지 못했다. 광주전남기자협회는 참사 이튿날 애도문을 내고 “유가족과 동료를 잃은 회원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유족이 선제적으로 취재 금지를 요구하는 분위기도 이전과는 다른 참사 취재 분위기를 만들었다. 유족들은 기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을 통해 정정 보도와 기사 삭제를 적극 요청했다. 유족들이 생활하는 구호 텐트와 분향소에는 재난보도 준칙과 사진 촬영 금지 문구가 붙었다. 희생자가 안치된 장례식장에도 이례적으로 ‘언론사 출입을 정중히 거절한다’는 문구가 부착됐다. 집단 보도 자제 요청은 취재 축소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광주전남기자협회도 유족 피해와 트라우마 확산 방지를 위해 재난보도 준칙 준수를 거듭 당부했다. 무리한 사연 취재·제작 요구를 자제하고, 참사·죽음 떠올리는 보도와 자극적인 표현을 지양해 줄 것을 각 지회에 강조했다.
◇보도 윤리 갈등도
보도의 ‘숙명’. 비극적인 참사를 알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과 유족의 아픔을 최우선 고려하며 보도 준칙을 지키는 것 사이에서 취재 기자들은 타협점을 찾으려 애를 썼다.
준칙을 지킨 기사임에도 유족의 거듭된 기사 삭제 요구에 일선 기자들은 취재에 한계를 느꼈다. 그럼에도 각 언론사들은 유족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면서 보도 윤리 지침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언론사 데스크들은 현장 기자들에게 빈소 취재와 희생자를 특정할 수 있는 사연 보도 최소화를 당부했다. 광주일보는 ‘유족 개별 취재 중단’을 공언했다. 유족 사연 보도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필요 이상의 질문을 자제하며 무안공항 내 유족들을 위한 공간과 장례식장에 출입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대신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 경찰 수사 등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방적인 빈소 취재 요구 문화도 여전했다. 한 기자는 “유족이 거절 의사를 밝혀 취재가 어렵다고 했지만 회사 단체방에 유족 사연 기사가 공유될 때 무언의 압박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기자도 트라우마 호소
“참사 현장이 꿈에 계속 나와요.” 일부 취재진들이 현장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마주하면서 트라우마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의 충격을 느끼면서도 취재를 위해 마음을 돌보는 것을 잠시 내려놓는 경향도 있다.
통신기자 A씨는 참사 현장 보도 이후 밤잠을 설친다. 그는 “참사 현장에서 경험한 오감이 생생히 느껴지며 여객기 폭발 장면이 꿈에 나온다”고 했다. 12년 차 기자 B씨는 소화불량·두통·무기력·피로를 호소했다. 통신 기자 C씨는 유족의 통곡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신문 기자 D씨는 “사고 현장에만 가면 머리가 멍해진다”고 전했다.
김경민 호남권 트라우마센터장은 “대표적인 트라우마는 참사의 재경험이다”며 “사고 현장에 반복 노출되는 언론인은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극복 방안으로 ▲규칙적인 생활 ▲업무 집중▲반복적인 참사 업무 노출 지양▲증상 지속시 전문 상담을 권고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을 취재하며 트라우마를 겪게 된 기자들의 심리 회복을 위한 치료비를 1인당 최대 40만원 지원한다. 문의는 한국기협 사무국(02-734-9321)으로 하면 된다.
김혜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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