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보내게 될 줄이야”…참사 희생자의 영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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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25-01-2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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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보내게 될 줄이야”…참사 희생자의 영면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79명 황망한 죽음
희생자에 동료 기자·출입처 관계자도 ‘비통’


지난해 12월 29일 일요일 아침. 일어나선 안 될 비극이 벌어졌다.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했다. 보도국 대화방에 제보 영상과 현지 상황이 속속 공유됐다. 그 가운데 동료 기자가 사고기에 탑승했을지 모른다는 메시지가 있었다. ‘설마, 아니겠지’ 말을 잇지 못한 채 속으로 삼켰다. 기자들은 사무실로 향했다. 1층에서 마주친 선배는 떨리는 음성으로 “아닐 거야”를 반복했다.
◇이름 석 자로 돌아온 동료
참사 이튿날 새벽. 공항 2층 대합실에서 당국자가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의 명단을 읽었다. 다 읽어내려갈 즈음 김애린 석 자가 불렸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며칠 새 공항은 탑승객 가족과 자원봉사자, 기자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광주·전남 기자 동료들도 참사 현장과 공항 내부를 오가며 취재를 이어갔다. 마주칠 때면 “괜찮냐”, “어떡하냐”고 물어왔다. 어느 기자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직업 특성상 여러 재난 현장을 봐왔을 기자들. 하지만 이번은 유독 버거웠다. 유가족의 절규가 들려올 때마다 모두가 가슴 한편이 저렸을 거다. 보도국 기자 몇은 취재를 내려놓고 매일 공항을 지켰다. 김애린 기자의 가족을 위로하며 수습을 도왔다. KBS광주방송총국 1층에는 희생자 동료를 위한 조그마한 분향소가 만들어졌다. 광주·전남 기자 동료들과 지역사회 일원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사랑하는 동료 애린에게
발인이 있던 날 김애린 기자가 마지막으로 보도국을 찾았다. 광주방송총국 분향소에서 류성호 기자는 ‘사랑하는 동료 애린에게’로 시작하는 추도사를 읊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애린이 네 추도사를 쓰게 될 줄 몰랐다”는 첫마디에 비통한 울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화장장을 거쳐 장지까지 거센 눈발을 헤치며 동료들이 함께했다. 서로 어깨를 두드리고 김애린 기자에 대한 기억을 나누며 슬픔을 달랬다.
6년 전 광주전남기자협회보에 실렸던 신입 기자 김애린의 포부. 가장 빛나지 않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연일지라도 귀 기울여 구조의 문제를 밝혀내는 기자가 되겠다고 했다. 그는 약속처럼 늘 소외된 이들의 곁에 섰다. 특유의 붙임성과 친근함으로 동료와 취재원을 대해 누구에게나 사랑받았다. 모두가 실력을 인정했지만 스스로 갈고 닦기를 게을리하지 않아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기자였다.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예기치 못한 참사는 우리 곁의 여러 이웃을 앗아갔다. 동료 기자를 비롯해 오랜 세월 기자들과 함께였던 출입처 관계자도 있었다. 몰랐던 부음이 지금도 들려온다. 황망한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더 황당한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또 다른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언론은 제자리에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추모가 아닐까.
김정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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